네이버에 뉴스스탠드가 도입된 지 1년이 넘었다. 네이버 이메일을 주로 이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뉴스스탠드는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묻고 싶은 것은, 포털 메인화면의 상단, 눈에 잘 띄는 곳에 위치한 각종 미디어의 기사 콘텐츠가 과연 그 자리를 차지할 만한 자격을 갖고 있느냐다. 왜 노른자위에 해당하는 공간을, 아무런 의심 없이 내어 주는 걸까.

뉴스스탠드에서 자극적인 제목들에 낚여 클릭하게 되었을 때, 포털 사용자는 그 기사에 오락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정보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 기사는 낚시성 제목인 경우가 많아 이용자를 속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위치빨’을 제하면, 뉴스가 아닌 다른 콘텐츠에 비해 경쟁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 무한에 가깝게 넘쳐나는 인터넷 상의 공개 콘텐츠와 비교하지 않아도, 뉴스스탠드에서 5cm만 시선을 내려도, 저질 낚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락적 목적에 충실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과연 그런 기사 덩어리들이 노른자위를 차지할 만한지를 따지기 위해 미디어가 갖는 가치를 세 가지 정도로 나눠서 생각해 보자. 우선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잘 닿을 수 있는가, 즉 접근성이다. 우리는 신문 보급망과 전파가 갖고 있던 매스미디어적 특권이 인터넷에 의해 잠식된 시대에 살고 있다. 위에 언급한 문제도 애당초 뉴스가 포털 사이트에 얹혀사는 뒤집힌 구조에 기인하고 있지 않은가?

접근성이 ‘형식’적인 것이라면, 매체가 담고 있는 콘텐츠는 문자 그대로 ‘내용’적인 가치다. 저널리즘적인 기준에서 보자면, 그런 가치는 시의적이고 실증적인 사실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 또는 사실의 심층에 다가가는 분석의 통찰을 얼마만큼 보여주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그런데 내용적인 면에서 포털 뉴스를 채우고 있는 기사들이 과연 위의 두 가지 기준에 부합하고 있는가 묻는다면 부정적이다. 특별한 사건사고가 없을 때는 유명인의 신변잡기와 자극성 낚시로 채워지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지난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사건이 있는 경우에도 이미 공개된 사실을 반복하며 클릭만을 유도한다.

형식에도 내용에도 별다른 가치가 없다면, 이제 남는 것은 보이지 않는 가치, 말을 붙여보자면 일종의 ‘신앙’적 가치 정도다. 방송사나 조중동 등 대형언론사는 말할 것도 없고 상대적으로 작은 언론사라고 하더라도 “네이버 뉴스스탠드에 올라 올 정도라면 그럴만할 거야”라는, 말하자면 규모와 시스템에 대한 신뢰다. 뉴스스탠드라는 노른자위 자리를 차지할 자격을 묻기 위해 가치를 따지고 있는 것인데 거꾸로 이미 뉴스스탠드에 있다는 사실이 그 가치를 부여한다. ‘신앙’이라 말을 붙인 것은 ‘경전이 진리인 이유는 경전에 그렇게 쓰여 있기 때문’이라는 순환논리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왜 포털 이용자는 ‘어뷰징 기사’ 등 무가치한 정보 덩어리를 무차별적으로 주입 당해야 하는가? 양질의 블로그는 물론, 포털의 자체 콘텐츠만도 못한, 잡다한 정보가 대다수 인터넷 이용자의 절대 다수에게 강제로 노출될 권리는 어디서 유래하는가?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 등의 게시판이나 자료실을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런 공간은 생각보다 엄격하게 관리된다. 게시판이나 자료실의 카테고리에 부적합한 콘텐츠가 올라오면 가차없이 삭제되는 것이 상식이며, 이용자를 기만하는 낚시 글 등은 강력히 제재된다. 취미의 공동체 같은 곳이 그러할진대, 국내 최대의 트래픽이 몰리는 대형 포털이 오히려 이용자에 대한 기만을 손쉽게 방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 조은상 하위문화평론가
 
저널리즘적인 정보는 원칙상 가장 알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최대한 널리 노출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인터넷 포털 또한 미디어로서, 그러한 정보를 확산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다만 그런 목적을 위해 정면에 드러내 놓은 뉴스스탠드가 그렇게 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심하게 회의적이다. 오히려 언론의 전체적인 질 저하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크다. 광고에 노출되는 것은 콘텐츠에 대한 간접적인 대가 지불일 테지만, 포털에서 광고만도 못한 가치를 가진 정보에 노출되는 것은 그런 의미조차 없다. 저널리즘의 사명이나 미디어 생태계의 미래를 논하기에 앞서, 소비자 자신에게 닥쳐온 이 ‘쓰레기통’을 어떻게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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