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환경 미화 봉사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경호관계자가 가만히 앉아있는 노숙인으로 보이는 시민을 막은 장면이 포착됐다.

23일 익명의 시민이 미디어오늘에 제공한 사진과 증언에 따르면 정몽준 후보는 23일 오전 6시10분 경 서울 관악구 봉천동 관악플라자 앞 거리 일대에서 서울특별시 환경 미화 노동자들이 입는 복장을 하고 약 15분 동안 '환경미화 봉사' 활동에 나섰다.

정 후보가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들고 인도를 따라 이동하는 도중에 바로 옆에 위치한 가게의 계단에 걸터앉아 있는 노숙인으로 보이는 시민을 두명의 건장한 사람이 막고 서 있는 장면이 사진에 촬영됐다.

정체 불명의 두 사람은 정 후보가 거리를 따라 청소를 하고 출근하는 시민들과 악수를 하며 걸어오기 전 약 10m 앞에서부터 이 시민을 막기 시작했다. 노숙인으로 보이는 이 시민은 걸터앉아 눈을 감고 있고 있었지만 정 후보가 나타나면서 주변이 시끄러워져 눈을 뜨자 갑자기 건장한 사람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영문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노숙인을 가로막은 두 명 중 한 명은 귀에 무전기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

   
▲ 23일 오전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왼쪽)가 서울 관악구 도로에서 환경미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모습. 그 옆으로 두 명의 사람들이 노숙인으로 보이는 사람을 막고 있다.
 
사진상으로 보면, 정 후보의 시선은 두 명이 막고 있는 이 시민을 보지 않고 지나가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정 후보는 관악플라자 앞에서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수거하는 청소 차량을 타고 다른 거리로 이동했다.

정 후보 캠프 관계자는 "경찰청에서 파견된 인원이 수행 현장을 보니까 한 노숙자가 우산 옆에 칼을 놓고 있었다고 한다"며 "그래서 사복 경찰들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서 있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현장을 지켜본 시민은 "정 후보가 거리를 청소하면서 눈에 보이는 노숙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유심히 지켜봤다. 노숙자분이 뒷편에 짧은 우산을 놓고 있었지만 칼 같은 흉기는 전혀 없었다. 그분이 뭔가를 움켜쥐고 있거나 누구를 위협하는 상황도 아니고 그냥 조용히 앉아있었다. 기자 10여명도 다 지켜보는 상황이었는데 무슨 칼이 있냐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 시민은 "서울 시장 후보라면 소외된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도 함께 해야 하는데 아무런 위협을 가하지도 않는 노숙자를 두고 마치 범죄자 대하 듯 한 것"이라며 "환경 미화활동을 하는 사람이 인사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노숙자를 얼씬도 못하게 한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노숙인으로 보이는 해당 시민을 막은 사람이 경찰관인지도 불분명하다. 정 후보 측은 사진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노숙자를 막는 상황에 대해 잘 모른다면서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경호원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십분 후 말을 바꿔 수행비서가 경호를 겸할 수 있지만 공식적인 경호원은 두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정 후보는 연일 시민들의 일터나 봉사 활동 현장을 찾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정 후보 캠프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봉사 활동 모습 등 일정을 소화하는 정 후보의 사진을 올려놓고 있다. 한 언론은 "환경미화 봉사 활동을 시작으로 노인복지관 배식 봉사, 쪽방촌 방문 등 일정을 이어가며 소외층 표심을 집중 공략했다"고 보도했다.

재벌 이미지가 강한 정 후보는 서민 친화적인 모습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오히려 정 후보의 서민 친화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정몽준 후보 캠프 관계자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단체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물의를 일으켰다. 또 정 후보는 지난 20일 서울권 대학 언론연합회 대학생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값등록금 취지는 이해하지만 최고 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떨어뜨리고 대학 졸업생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을 훼손시킨다"고 말해 등록금이 비싸야 사회적 존경심이 높아지느냐는 비난을 받았다.

정몽준 후보 아들이 세월호 참사를 두고 유족을 '미개한 국민'이라고 지칭한 것을 두고도 우리나라 사회 지도층의 인식 수준을 보여준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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