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싶다> 팀이 세월호 참사 관련 내용을 제작하기로 했다가 제작본부장이 ‘6.4 지방선거 이후 방송하라’며 제작을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본부장은 다시 방송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SBS PD협회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지난 8일 <그것이 알고싶다> 팀은 교양국장과 제작본부장과의 토론 및 합의를 거쳐 5월 31일 방송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내용을 다루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9일 교양국장이 담당PD에게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민한 국면에서 세월호 관련 방송을 할 경우 ‘부적절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장광호 제작본부장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담당PD가 장 본부장과 면담을 통해 객관적인 방송을 만들겠다는 의견을 표명했으나 장 본부장이 6.4 지방선거 이후 방송하자고 제안하면서 방송제작은 중단됐다.

   
▲ SBS ‘그것이 알고싶다’
 

SBS PD협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 지난 19일 긴급총회를 열고 입장을 발표했다. SBS PD협회는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지금까지 시청자에게 신뢰와 성원을 받아 온 이유는 정파적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시각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라며 “5월 8일 결정 당시에도 모두가 알고 있었던 ‘6.4 지방선거’라는 이유를 들어 다음 날 돌연 방송 여부를 뒤집어버린 과정에 심각한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SBS PD협회는 이어 제작 책임자에게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된 세월호 참사 방송 여부가 하루 만에 번복된 이유에 대해 명확히 해명할 것’과 ‘제작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데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장 본부장은 논란이 커진 이후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원래대로 5월 31일 방송이 가능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영우 SBS PD협회장은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장을 포함한 윗선, 혹은 외압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본부장과 면담해보니 본부장은 절대 아니라고 말했다”며 “세월호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는 것도 과잉이라는 생각에 중단하자고 했는데 외부로 나가면 외압으로 비춰질까봐 다시 제작을 하라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 지난달 26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 ‘희망은 왜 가라앉았나-세월호 침몰의 불편한 진실’ 편의 한 장면. ‘그것이 알고싶다’는 진도 VTS 교신 녹음파일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세월호 관련 아이템을 제안한 박진홍 SBS PD는 “처음에 세월호 아이템을 제안했을 때 따로 정해진 내용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관련 의혹이 다 풀린 것이 아니라 세월호 후속을 다루자는 의사를 전달했고 승인이 났는데 갑자기 중단됐다”고 밝혔다. 박 PD는 또한 “제작본부장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그런 의도를 갖지 않더라도 해석에 따라 (방송이) 정치적으로 읽힐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제작이 가능한 상황이 됐지만 10일 간 제작이 중단된 상태에서 당장 31일에 방송을 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세월호 편은 6.4 지방선거 이후 방송될 가능성이 있다. 박 PD는 “실질적으로 5월 31일 방송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직 확실하게 정해지진 않았지만 그 날 방송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장광호 제작본부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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