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한달째를 맞은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유가족들과 만나 본인도 조사대상에 포함된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에 대해 확답을 피했다고 유가족이 전해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46분 청와대 본관 1층에서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단 17명과 전격적인 면담을 통해 이 같은 반응을 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주요 질의사항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확답을 하지 않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면담은 전날 청와대가 갑작스럽게 제안해 애초 비공개를 요구했으나 16일 아침 회의를 통해 언론에 공개하는 쪽으로 다시 합의함에 따라 이날 오후가 돼서야 면담 사실이 공개됐다.

이날 면담을 마치고 나온 가족 대표단은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면담 당시 대통령과 나눈 대화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면담 과정에 대해 “갑작스럽게 연락이 와 면담할 때 기대감도 많고 생각도 많이 했다”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많은 문제점 해결책, 대안, 대통령 입장에서 생각하는 방안 방향을 일부나마 듣고 위안을 삼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밝혔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와 대한변호사협회는 16일 오전 안산 와스타디움 2층 회의실에서 '세월호 참사 법률지원 및 대책 마련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이 끝난 뒤 김병권 대책위원장(가운데)이 진상규명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대변인은 박 대통령을 만나 “사고초기 잘못된 대응, 전혀 구조안했는데 하고 있다고 보도된 것, 현장에서 거짓말로 나타난 구조작업의 내용 등을 소상히 언급했으며, 현재 우리 가족이 겪고 있는 생계문제 및 직장에서의 타격 등 어려움에 대해서도 많은 말씀을 전했다”며 “여기에 대해 대통령은 수긍하면서 적극 검토하고 각별히 살펴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유 대변인은 가족들이 대통령에 요구한 사항에 대해 △실종자가 단 한 명도 없이 가족 품에 돌아오도록 모든 조치를 다하고 △진상규명의 전 과정에 피해자 가족들의 참여를 보장함과 동시에 가족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할 뿐 아니라 △참사 이후 구조 및 모든 수습 과정의 전 과정을 조사범위로 하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충분한 조사기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진상조사와 관련해 “지위고하 막론 성역없이 모든 대상을 조사대상으로 규명 이뤄져야 하며, 모든 정부기관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진상규명은 전문성과 독립성, 투명성을 갖춘 진상조사기관에서 강제적 조사권을 갖고 충분한 인력도 보장받아야 한다”고 박 대통령에 요구했다고 전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민간 차원의 조사결과도 반영하되, 민간차원의 다양한 조사결과의 경우에도 관련 기관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민형사상 책임·행정적 책임·정치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가족들은 박 대통령에 요구했다. 이들은 진상규명의 결과에 근거해 관련법제 및 관행이 개선돼야 하고, 그 이행 강제를 위한 시정요구 및 후속조치의 절차가 진행돼 유사한 참사의 재발을 막는 방지시스템 마련돼야 한다고도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특히 이런 요구사항이 담긴 성명서를 전달한 뒤 성명 내용 가운데 특별법과 관련해 대통령을 조사대상에 포함돼 있는 점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고 유 대변인인은 전했다.

유 대변인은 “특별법 안에 수사 조항이 반드시 들어갈 수밖에 없으며, ‘대통령 등 모든 공무원 에 대한 모든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대목에 대해 많은 분들이 ‘대통령을 타깃으로 법만든 것 아니냐’는 곡해어린 말을 하는데, 이런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다”며 “박 대통령은 질문에 대해 확답 피했다. 대신 특별법에 포괄적 의미에 대해 공감했으며, 다른 관련 질문이 있을 때엔 ‘특별법에 공감하고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유 대변인은 “특별법의 개정과 실행시 지지해줄 것이냐고 하자 박 대통령이 ‘법은 국회에서 만들고 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많은 논의와 토의를 거쳐 만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진상조사위원회 구성된 위원 중 민간위원에도 강제조사권이 부여되는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 부정적인 취지로 답했다. 유 대변인은 “진상조사위원회의 성격을 얘기할 때 충분한 조사권이 주어져야 하는데, 민간이건, 정부기관이건, 검찰이건 관계없이 수사권을 갖고 일해야 철저한 조사가 가능하니, ‘민간인에게라도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박 대통령은 ‘과연 그러한 방식이 효과적일까요, 현재도 검찰이 열심히 수사하고 있으니 유족과 공유하면서 유족 뜻이 반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