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국 전국부가 세월호 참사 당일 현장에 출동했던 지역MBC 기자와 간부 등으로부터 수차례 ‘전원구조’가 사실이 아니라는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MBC가 해경과 정부의 부실한 초기 대응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언론의 초기 오보 가능성을 인지했으면서도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한승현 목포MBC 보도부장는 사고 당일 오전 박상후 전국부장한테 ‘전원구조’가 사실이 아님을 알렸다. 한 부장은 1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YTN과 KBS에 ‘전원구조’ 자막이 먼저 뜨자 전국부장한테 바로 전화해서 우리 취재기자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배안에 많이 갇혀 있는 것 같더라’는 어민들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전원구조’라고 (자막이)나가면 안된다고 했지만 ‘아아, 그래요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끊었다”고 주장했다.

한 부장은 “그러고 나서 MBC에도 ‘전원구조’라고 자막이 떴다”면서 “분명히 ‘전원구조’는 잘못된(뉴스) 것 같다고 말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역에서 대형 사건이 발생하면 본사(MBC) 보도국 전국부가 관련 보도를 총책임지며, 해당 MBC 지역사는 전국부의 지시를 맡게 된다.

한 부장은 자신의 전화를 받은 사람은 박상후 부장이라고 했다. 박 부장은 지난 7일 <뉴스데스크> 리포트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조급증이 민간잠수사의 죽음을 불렀다’는 폄훼 리포트를 해 내부 기자 121명이 비판 및 사과 성명을 내는 등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또한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그런 X들, 관심 가질 필요 없어’라고 말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막말 논란’에도 휩싸였다.

   
▲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날 MBC 뉴스 보도
 
MBC보도국 전국부에 ‘전원구조’ 오보 가능성을 알린 사람은 이 간부뿐만이 아니었다. 보도국장까지 나서 이와 관련 사실을 알렸다. 목포MBC 김선태 보도국장은 “진도 부근 어업지도선 쪽 어민에게 전화가 왔고, 마침 해경에 아는 사람으로부터 침몰사고 해역으로 해경들이 많이 갔다고 들었고 구조에 나선 사람들과 직접 통화를 했다. (전원구조가 아닌 것 같아)현장기자들에게 ‘전원구조’가 맞는지 확인해 보라고 했다”고 그날 상황을 설명했다.

김 보도국장은 “보도부장에게도 (전국부에)직접 이야기하라고 했고, 했지만 전국부에서 ‘알았다’고 하고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우리의 말을 믿지 못하겠으면 우리에게 제보해준 어민과 직접 연락하게 해줄테니 어민의 전화번호를 서울MBC에 주도록 보도부장에게 지시했고, 보도부장이 전국부에 이야기했지만 그 뒤로도 소식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보도국장은 “안되겠다 싶어 내가 전국부와 직접 통화했다. 나는 전국부에 ‘어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배 안에 300명 정도가 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 최소한 100명 이상은 배 안에 있는 것 같다. 서울에서는 끝이라고 하는데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고 누누이 설명했다. 하지만 ‘예예 잘 알겠습니다, 잘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더니 전화를 끊더라”라고 했다. 김 국장은 하지만 자신이 통화한 사람이 박 부장인지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

목포MBC 보도국에 따르면 이들은 보도국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3차례, 취재기자가 2차례 등 최소 5차례 이상 전국부에 ‘전원구조’가 오보일 가능성을 보고했다. 하지만 결국 MBC도 ‘전원구조’라는 자막을 띄워 오보 대열에 동참했다. 김 국장은 목포MBC의 보고에 대한 전국부의 대처에 대해 “100% 묵살”이라고 했다. 김 국장은 “어떤 한 사람이라도 우리에게 다시 ‘사실이냐’고 확인전화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MBC 지역사 기자들이 모인 전국MBC기자회는 앞서 13일 성명에서 “ MBC의 오보는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기사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낸 ‘미필적 고의에 의한 명백한 오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MBC 관계자는 “전국부 내에서 ‘사안을 엄중하게 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전원구조가 팩트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인식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보고를 뭉갰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박상후 부장에게 14일 해당 주장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했지만 통화를 거부했다.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아무런 답도 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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