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국 기자 2명이 비제작 부문인 글로벌사업본부 경인지사로 발령났다.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내부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또 다시 기자들에 대한 업무배제 조치가 시작됐다.

MBC는 14일 오후 늦게 보도국 소속 양효경 기자와 김혜성 기자를 발령냈다. 문화부에서 10년 이상 뛰어온 양효경 기자는 파업 이후 자신의 전문 분야로 돌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주간뉴스부에서 <이브닝뉴스>라는 매일 20분짜리 심층코너를 제작해왔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낮 뉴스 특보 제작을 맡았다.

김혜성 기자는 보도본부 통일방송연구소에서 통일전망대 프로그램 제작과 출연을 해왔다. <뉴스후>와 <시사매거진 2580> 등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 활약했지만 <2580>에 있을 당시 사전신고를 하지 않고 외부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정직을 당했다. 지난 9일 법원으로부터 징계 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아예 경인지사로 발령난 것이다.

MBC기자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MBC본부)는 회사의 부당 인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MBC 기자회(회장 조승원)는 “회사는 기자가 부족하다고 한다”면서 “경인지사, 심의실, 미래방송연구실 등 보도부문 밖에 ‘유배’된 기자들은 기자가 아닌 유령인가”라고 비판했다. MBC가 기자들을 업무에서 배제하면서도 정작 데스크급 경력기자 채용에 골몰하자 이를 꼬집은 것이다.

기자회는 “외부 인력 충원에 매달리는 보도부문을 보며 회사의 다른 부문에서는 ‘보도본부 때문에 회사가 망할 판‘이라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러다가 ‘MBC가 세월호처럼 침몰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다”면서 “지극히 비상식적인 작금의 ‘인사 횡포’는 결국 MBC 뉴스의 침몰을 가속화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 MBC사옥.
 
MBC본부도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매일 매일 기자들의 피맺힌 자성과 참회의 기수별 성명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에서, 사측은 이런 탄압과 폭거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동안 비이성적인 보도 행태에 대해 쓴 소리를 해왔던 기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보도에서 배제하겠다는 군사 정권 시절 ‘녹화사업’과 같은 폭력과 탄압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이어 “사측은 당장 이번 인사 조치를 철회하라. 사내 언로를 억압하고 탄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우리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파업 참가기자들의 이유 없는 업무배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김연국 기자는 지난해 <2580>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다루려고 했지만 불방조치됐다. 이후 스포츠국으로 옮겨졌지만 최근 인사평가에서 가장 낮은 등급을 받은 뒤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정직 1개월을 당했다. 임명현 기자도 ‘QC’ 팀이라는 생소한 곳으로 발령 받아 아무런 업무지시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이진숙 보도본부장과 ‘악연’이 있던 기자들이 비제작부서로 쫓겨갔다. 2012년 파업 당시 “당신은 낙하산 보위하는 정치꾼이잖아”라며 이 본부장과 트위터 논쟁을 벌였던 이남호 기자는 경인지사로 갔다. 이 본부장의 기자회 제명을 제안했던 박준우 기자도 경인지사로 갔다.

MBC는 광우병편을 제작한 조능희 PD에 대해서도 징계 무효판결이 나왔음에도 다시 정직 처분을 내렸다. 또한 징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 미디어오늘 등과의 인터뷰를 문제 삼아 정직 4개월을 내려 ‘비이성적인 징계를 남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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