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7일째를 맞은 13일까지 사망자만 276명, 실종자 28명에 달하고 있으나 단 한 명의 생존자 구조도 하지 못한 해양경찰청을 비롯한 정부 구조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책임요구의 목소리도 거세다. 이에 따라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인 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있어 어떤 법적, 헌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 법조계 사이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고 직후 언제 어떻게 보고 받았나… “선실 수색하라” 지시불이행인가 허위지시인가

박 대통령의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따져보는데 있어 일차적인 것은 사고 직후 얼마 만에 보고를 받고, 그 내용이 무엇이었으며, 구조 지시를 어떻게 내렸는지, 지시 이행여부를 검증했는지 등이다.

박 대통령은 사고신고가 접수된 직후 9시에서 10시 사이에 보고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달 16일 오전 10시에 공개한 ‘진도해상여객선 침몰사고 상황보고’를 보면, 대통령이 “단 1명의 인명피해도 없도록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 객실 엔진실 등 철저히 수색해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온다. 이로부터 30분 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즉각적인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박 대통령은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력과 장비, 또 인근의 모든 구조선박까지 신속하게 총동원해서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며 “해경특공대도 투입해서 여객선의 선실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해서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민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했다는 ‘총동원 구조’, ‘선실 투입’ 지시는 현장에서 이행되지 않았다. 해경이 공개한 동영상과 전라남도청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현장에 출동한 해경은 가장 먼저 선장과 선원이 있는 선수 쪽으로 가서 이들을 먼저 구조하는가 하면, 선미쪽 출구엔 주로 탈출한 승객은 전남 어업지도선 전남201호와 전남207호가 주로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객실 내 승객 구조는커녕, 선실진입 자체도 하지 않은 것으로 동영상에는 나와 있다. 선실 구석구석까지 누락된 사람을 없게 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불이행한 것이다.

또한 해경과 범정부사고대책본부의 브리핑자료를 보면, 사고첫날인 4월16일 뿐 아니라 17일에도 민간잠수사 투입인력은 포함돼있지 않았다. 그러나 첫날 많은 민간다이버들이 팽목항에서 대기했거나 사고해역 바로 앞까지 갔다가 해경의 비협조 또는 만류로 잠수하지 못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이 역시 구조를 위한 총동원 지시를 불이행한 것이 된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안산 분향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세월호 침몰 사건 유족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모습 ⓒ 연합뉴스
 
한웅 변호사는 지난 1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지시를 했다면 전달되지 않았거나 지시를 불이행한 것으로, 통솔체계상 발생한 문제에 대한 대통령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며 “지시를 안했다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결과를 놓고 보면, 지시를 했건 안 했건 다 대통령에 책임이 있다”며 “다만 법적이라기 보단 정치적 책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훈 변호사는 “대통령 지시뿐 아니라 사고 초기 현장엔 해군참모총장의 통영함 출동 지시도, 민간잠수사, 미군구조함, 문화재청 수중탐사선 접근이 다 차단됐다”며 “왜 해경과 언딘만으로 구조수색을 하려 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이러니 대통령을 뛰어넘는 다른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나오는 것”이라며 “이렇게 된 경위와 배후까지 수사를 통해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구명조끼 입었는데 발견이 그리 힘드냐” “특유의 상황판단력 부재”

박 대통령은 사고발생 8시간 만에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를 방문해 “일몰시간이 가까워진다”며 돌연 구명조끼 구조론을 펴 도마에 올랐다. 그는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물었다.

이를 두고 초기부터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찬종 변호사는 “대통령이 상황 판단을 제대로 못한 데엔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겠느냐”며 “중대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대통령도 속았고, 이런 중대본이 있는 이 정권에 국민도 속은 것인 만큼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최환 변호사는 “사고초기 제대로 된 보고가 위에까지 전달되지 않았다”며 “낙관적인 내용의 보고가 이뤄졌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훈 변호사는 “현재 어떤 상황인지 전혀 파악이 되지 않은 채 한 얘기”라며 “특유의 무능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탑승객 숫자에서부터 허위에 가까운 부실 보고가 이뤄졌으니 대통령 스스로 상황을 꿰뚫으면서 전후과정을 살피려는 능력과 의지가 전혀 없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족에겐 “최선을…” 청와대 가선 ‘공무원탓·선장선원탓·유언비어탓·언론탓’

박 대통령은 진도 팽목항 현지에 실종자 가족을 방문해 구조당국이 최선을 다하게 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정작 서울로 돌아와서는 자신을 제외하고 모든 분야에 책임을 돌렸다. 지난달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책무소홀로 비난한다면 그 자리에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의 행위는 살인과도 같은 행태”, “과거 대형사건을 분석해 대책반 구성과 현장 구조, 사고 수습, 언론 대책을 다시 만들라”고 채근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구조대가 목숨을 걸고 구조활동을 하고 있는데 마치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처럼 유언비어가 나돌고, 악성 유언비어들이 확산되고 있다”며 “사회적 혼란을 야기시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진원지를 끝까지 추적해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이럴 때일수록 언론과 방송의 역할이 국민들과 희생자 가족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언론과 유언비어로 화살을 돌렸다.

여드레 후인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과거로부터 겹겹이 쌓여온 잘못된 적폐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이번엔 ‘과거’탓을 했다.

“헌법 34조 ‘국가의 재해 위험에서 국민 보호해야’ 수백명 보호 못한 위헌”

박 대통령이 이런 문제의 원인 진단과 처방을 내놓는다해도 300명 넘는 승객이 배에 갇혀 죽어가는 모습을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데도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한 책임을 면하긴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견해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다”(10조),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12조1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34조6항) 등 헌법상 국가(대통령)가 져야할 의무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웅 변호사는 “형법상의 법률위반 적용은 어려워도 헌법적, 정치적, 도덕적 책임은 면키 어려우며, 책임의 방법은 사퇴에서 하야까지 포함된다”며 “국민이 죽어가는 상황에 대한 대처를 하나도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훈 변호사도 “헌법상 국민의 생명과 재산, 신체건강을 가장 우선적으로 보호할 막중한 의무를 지고 있으며, 선서까지 한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 못한 무능한 결과를 냈다면 헌법상으로는 탄핵감이며, 정치적으로는 스스로 퇴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무능했건, 부하직원을 잘못 뒀건, 모든 결과로부터 변명할 수 있는 헌법상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아직 사퇴를 요구하기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찬종 변호사는 “대통령이 재임 중에 발생한 재난의 요인이 과거의 적폐 때문이라 해도 이를 해소할 책임은 대통령에 있다”며 “취임 1년 3개월 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 4월16일 배가 침몰하는 동안 단계별 매뉴얼이 통하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이 정권,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우선 원인을 따져보고 책임을 가린 뒤 그 때도 계속 팔짱끼고 있다면, 대통령을 바꿔야 한다”며 “민심이 어느 정도로 폭발하느냐에 달려있는데, 아직은 국민들이 신중히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최환 변호사는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사과와 사죄의 의사표시를 한데다 내각을 맡긴 총리와 장차관에 배신감을 느꼈다 한다”며 “대통령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통령이 사고 책임에 있어 남탓을 하는 것은 자기 발등을 찍는 것”이라면서도 “대통령 사퇴 요구는 지난 대선의 48% 해당되는 사람 가운데 극렬한 사람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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