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기자들이 나서서 ‘보도통제’, 출입기자단 이대로 괜찮은가
기자들이 나서서 ‘보도통제’, 출입기자단 이대로 괜찮은가
정보독점, 보도통제 창구, 유착 문제 끊임없이 제기… “기자단 권력화, 기사 흐름 좌우해”

5월 8일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 오마이뉴스에 대해 최대 63일간 청와대 출입정지 징계를 내렸다. 청와대가 아니라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내린 결정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한 발언을 기사화했다는 게 징계 이유다.

민경욱 대변인은 서남수 교육부장관이 세월호 참사 첫날이었던 4월 16일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라면을 먹은 것이 논란이 되자 “계란을 넣어 먹은 것도 아니고…”라며 서장관을 옹호했다. 사견을 전제로 했다지만 청와대의 입인 대변인이 국민정서와 상반된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정작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다수는 민 대변인의 발언을 기사화 하지 않았다. 이미 보도가 되고 논란이 됐음에도 ‘비보도’는 유지됐다. 민 대변인의 ‘오프’를 받아들인 것이다. 기자단은 오히려 보도를 한 언론사에게 징계를 통보했다. 기자단이 나서 언론의 취재를 통제한 셈이다.

13년 전인 2001년에도 출입기자단의 문제를 대표하는 상징적 사건이 있었다. 당시 신생매체였던 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가 인천국제공항 중앙기자실에서 쫓겨났다. 인천공항 중앙기자실 간사는 최 기자를 향해 “이 자리에 출입기자로 등록 안 된 사람 있으면 지금 바로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최 기자가 “기자실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은 왜 나가야 합니까”라고 반박하자 해당 간사는 “여긴 아무나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말했다.

   
▲ 지난 2월 6일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는 민경욱 대변인. ⓒ 연합뉴스
 
출입기자단, 왜 생겼나

언론사는 정부부처 등 이른바 ‘출입처’에 기자들을 배분한다. 출입처는 기자들을 위해 기자실을 만들어 놨다. 기자들은 모여서 ‘출입기자단’을 만들고 간사를 선출한다. 출입처는 기자단에 가입되지 않은 취재기자들의 출입을 통제한다. 기자단에 가입하려면 기자단의 절차와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같은 한국의 출입기자단 시스템은 일본의 ‘기자 클럽’에서 영향을 받았다. 1922년 경제부 기자단이 구성한 간친회를 그 시초로 보고 있다.

4·19 혁명을 지나며 언론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박정희정부는 언론통제를 목적으로 1963년 청와대에 기자실을 신설하고 출입여부를 직접 관리했다. 1972년에는 ‘프레스카드제’, 즉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기자들이 생기면서 더욱 직접적으로 정부가 기자들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추려진 것이 현 기자단의 원형이다.

이런 기형적 탄생배경이 있는 출입기자단은, 1980년대 말 민주화의 바람을 타고 신생 언론사가 생기며 본격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다. 독재정부를 지나면서 권언유착과 언론의 부역문제가 비판을 받았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폐쇄적인 기자단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기자단 아니면 나가라”

출입기자단의 문제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정보의 독점이다. 출입기자단에 속하지 않은 기자들이 정부부처에 접근하기 어렵게 하고 몇 개 언론사가 정보를 독점한다.

한 인터넷언론사 기자는 “한국·캐나다 FTA가 타결됐을 때 타결 내용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받아 볼 수 있었으나 보도자료가 두루뭉술해서 구체적인 정보를 알기는 어려웠다”며 “부처 출입 기자단에게만 백브리핑(중요 사안의 배경 설명)을 했기 때문에 기자단이 아니었던 나로서는 취재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사실상 출입 기자 혹은 기자단이 아니면 질문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며 “해당 부서의 과장급 등 책임을 질 수 있는 직책의 공무원은 출입 기자단이 아니면 제대로 답변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터넷매체 기자는 “폐쇄적인 조직일수록 기자단이 아니면 정보 접근이 난망하다”며 “국민적 관심사였던 남재준 국정원장 기자회견 같은 경우 법조 기자단에게만 일정이 공지된 것으로 안다. 알음알음해서 가지 못했다면 취재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엠바고’ 걸면 끝?

출입기자단의 두 번째 문제는 자칫 보도통제의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엠바고’, ‘오프더레코드’, ‘백그라운드 브리핑’ 등의 관행이다. 일반적인 언론의 취재 기법이지만 이것이 악용되는 경우가 있고, 기자단이 이와 같은 통제를 받아들인다면 공익적 사안이라도 대중들은 알기 어렵다.
민경욱 대변인 발언을 둘러싼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징계가 대표적이다. 청와대 대변인이 서남수 장관 라면 파동을 바라보는 권력의 관점을 고스란히 노출했음에도 청와대와 기자단이 사실상 ‘담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정부 뜻대로 기사가 확산되지 않았다.

‘엠바고’도 문제다. 박정희 정부 시절 등장한 엠바고는 언론 길들이기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2012년에는 외교부의 요청에 따라 외교부 출입기자단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제미니호’ 사건을 9개월 간 보도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미디어오늘·시사인 등의 보도 이후 100일 만에 제미니호 선원들은 구출됐다.

송지혜 시사인 기자는 “당시 외교부는 출입 기자단에게 소말리아 해적과의 몸값 협상과 선원들의 안전을 위해 보도유예를 요청했었고, 기자들은 이를 9개월 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며 “관련 사실을 알리면 ‘출입처에 오지 못하게 하겠다’며 제재하기도 했다.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기자를 관리했다”고 말했다. 다만 “출입 기자단 소속이 아니라 취재원 연결에 어려움을 겪곤 하지만 되레 받아쓰기가 아닌 심층 기사를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진 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엠바고의 폐해에 대한 지적이 없지 않았지만 한국의 경우 엠바고는 기자단 제도와 맞물려 오랫동안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고 지적하며 “특정 안건 전체에 대해 통째로 보도제한을 거는 ‘포괄적 엠바고’나 정부기관의 ‘관치적 엠바고’는 장기적으로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출입기자단, 일상화된 유착

기자단의 세 번째 문제는 출입처와의 유착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착은 외유성 출장이나 골프회동, 뇌물 등의 특혜로 나타난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에는 ‘회원은 취재원으로부터 제공되는 일체의 금품, 특혜, 향응을 받아서는 안 되며 무료여행, 접대골프도 이에 해당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기자단은 정작 사회의 감시에서 배제되며 잘못된 관행은 바뀌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국토교통부 기자들이 특정 골프장의 지원을 받아 골프장을 이용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국방부 기자들이 무기업체를 검증한다며 6박7일 일정으로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을 방문한다고 알려져 논란이 됐다. 2011년 차세대 전투기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선 보잉사의 팸 투어에 참여했던 기자단이 행사 직후 일제히 보잉사 무기에 대해 홍보성 기사를 썼다는 비판도 있었다.
지난 2005년에는 충청북도 교육청에서 도교육청 기자실에 여름휴가비 지원 명목으로 총 200만원을 전달한 사실도 있다. 모 기자는 출입처로부터 문화상품권 수십 장을 받아와 후배기자들과 나눠 가지며 구설수에 올랐다. 결혼을 앞둔 기자들을 일부러 산업부에 배치해 기업들로부터 가전제품을 받아 집을 꾸민다는 것도 오래 전부터 언론계에 있었던 적폐다.

민경욱 대변인의 발언에 대한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대응도 넓은 의미에서의 ‘유착’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엠바고와 오프더레코드가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필요했던 이상으로 남용되고 있으며 기자들은 이를 문제의식 없이 수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기자라면 오프를 요구한 청와대에 문제제기 하는 게 맞지만 청와대기자단은 스스로 언론의 존재 이유를 축소시키며 청와대와의 유착관계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출입기자단, 이대로 좋은가

출입처 제도는 정보를 얻고 기사의 소재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출입 기자를 담당하는 책임자가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답변이나 일정을 효율적으로 전달 받을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자질이 부족한 기자를 배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출입기자단을 구성해 운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김서중 교수는 “출입 기자단이 권력화하면 기자 작성의 흐름을 좌우하거나 통제할 소지가 있다. 특히 신생 언론과 독립 언론에게는 기자단이 큰 장벽이다”라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출입 기자단이 조직화하면서 출입처와 타협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은 기자단 모임이 우리와 달리 느슨한 형태로 존재하는데 문제가 발생했을 시 징계를 하거나 출입을 막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강윤 시사평론가(전 동아일보 기자)는 “미국은 국가적 이익을 보호해야 할 때만 제한적으로 엠바고를 걸 수 있으며, 요건도 무척 까다롭고 관청 기자단과 논쟁을 통해 합의를 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