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사퇴한 가운데, MBC 보도국 간부들이 유족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당사자들은 관련 발언을 모두 부인했다. 오히려 MBC의 부적절한 보도를 비판한 기자들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는 세월호 보도를 총책임지고 있는 박상후 MBC 전국부장이 지난 8일 부서 사무실에서 ‘뭐하러 거길 조문을 가. 차라리 잘됐어. 그런 X들 (조문)해 줄 필요 없어’라는 발언 등을 했다고 12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 당시는 안산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KBS 임창건 보도본부장 등 일부 간부들이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발언으로 유족들로부터 격한 항의를 받고 진도 팽목항에서 KBS 중계 천막이 철거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MBC본부 성명에 따르면 박 부장은 ‘중계차 차라리 철수하게 돼서 잘 된 거야. 우리도 다 빼고…관심을 가져주지 말아야 돼 그런 X들은…’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MBC본부 민실위가 박 부장의 리포트에 대해 비판적인 보고서를 내자 박 부장은 10일~11일 주말사이 회사 게시판에 ‘실종자 가족들이 잠수사를 조문했다는 보도는 아쉽게도 접하지 못했다’ ‘교감이 목숨을 끊기 전날 단원고 교사들이 학부모 앞에서 무슨 낯으로 살아있느냐는 질타를 받은 것도 생각해 보자’ 등 4건의 글을 올렸다. 박 부장은 앞서 7일 <뉴스데스크>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조급증이 민간 잠수사의 죽음을 불렀다’는 뉘앙스의 리포트를 했다.

MBC 보도국 편집회의에서 유가족을 심각하게 비하하는 발언이 나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겨레는 지난 12일 2면 기사에서 “김장겸 보도국장은 지난달 25일 오전 편집회의에서 세월호 사고 실종자 가족들을 두고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김 국장은 또, 이 자리에서 팽목항 상황과 관련해 ‘누가 글을 올린 것처럼 국민 수준이 그 정도’라며 ‘(정부 관계자의)무전기를 빼앗아 물에 뛰어들라고 할 수준이면 국가가 아프리카 수준’”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MBC보도국 간부들의 발언에 대해 MBC 안팎에서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MBC본부는 13일 오후 성명을 내고 “김장겸 국장은 한겨레의 보도와 관련해 회사 홍보실을 통해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우리는 김 국장 본인의 책임 있는 해명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측도 더 이상 사태를 방관하지 말고 하루 빨리 ‘유족 깡패’ ‘유족 그X들’ 막말 그리고, 유가족 폄훼 보도 참사에 대한 진상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13일 “이런 저급한 자들이 보도국의 핵심자리에 득실거린다면 일베와 MBC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라면서 “김장겸 국장은 당장 세월호 유족을 찾아가 무릎 꿇고 사죄하라. 그리고 MBC를 떠나라”고 비판했다.

당사자들은 관련 발언을 모두 부인하며 법적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박 부장은 입장을 묻는 미디어오늘에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김장겸 보도국장도 마찬가지다. 최장원 MBC 정책홍보부장은 “김 국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보도하면 법적 대응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문제가 된 편집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편집회의에서 나온 발언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고, 다른 참석자도 “사견들이 오고가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 외부로 나간다는 것은 부적절하다. 내용에 관계없이 편집회의 안에서 나온 발언은 비공개하라는 지침이 내려져 있고 저도 그 지침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솔직히 말해서 그런 발언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그런 뉘앙스의 발언이 나왔나’라는 질문에 “그런 것 같긴 하다. 정확한 어휘나 발언은 모르겠다”고 했다. 한편 복수의 MBC 기자들은 “김 국장의 발언은 이미 내부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과 박 부장은 오히려 보도국 30기 이하 기자 121명이 자사 보도에 대해 사과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해 색출 작업에 들어갔다. MBC 본부에 따르면 박 부장은 ‘적극 가담이든 단순 가담이든 나중에 확인되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전화를 돌렸다고 한다. 김 국장 역시 특정 기자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 ‘네가 쓴 것이냐’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