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MBC 보도국 기자들의 사과 성명에 이어 18개 MBC 지역사 기자들의 조직인 전국MBC기자회도 세월호 보도를 반성하는 성명을 냈다. 전국기자회는 또한 지역사 기자들이 언론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계기가 된 ‘전원구조’의 오보 가능성을 서울MBC 보도국에 몇 차례 보고했으나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전국MBC기자회(회장 심병철)는 13일 오후 성명을 내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최악의 오보는 세월호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스팟뉴스로 뜬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기사일 것”이라면서 “우리는 MBC의 오보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많다. 왜냐하면 MBC의 오보는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기사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낸 ‘미필적 고의에 의한 명백한 오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성명에 따르면 목포MBC 기자들은 사고당일 오전11시 기자들 가운데 가장 빨리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다. 이 기자들은 “현장 지휘를 맡고 있던 목포해양경찰서장에게 전화를 통해 취재를 했고, 구조자는 160여 명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전국MBC기자회는 “그런데 이미 다른 언론사에서는 단원고 학생 전원이 구조됐다는 뉴스가 나왔다고 한다. 취재기자들은 구조자 숫자가 중복 집계 됐을 것으로 보고 데스크를 통해 서울 MBC 전국부에 이 사실을 알렸다”면서 “하지만 MBC는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의 말을 무시하고 다른 언론사와 마찬가지로 중앙재난대책본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썼다”고 했다.

목포MBC 기자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현장 기자들이 ‘전원구조’가 사실과 다른 것 같다고 데스크에 보고했고, 오전 11시와 12시 사이 보도부장과 보도국장이 각각 한 차례씩 MBC보도국 전국부에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날 오후 현장 기자가 다시 두 차례 서울(전국부)에 통화로 이와 같은 사실을 알렸는데 서울MBC는 재난본부의 공식 입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난본부의 발표가 그렇다고 해도 현장 취재진들에 따르면 ‘160명이 구조됐다’는 정도라도 뉴스를 통해 전했다면 사고 초기 오보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고 했다. 

   
▲ 박상후 MBC 전국부장
 
MBC보도국 전국부(부장 박상후)가 목포MBC 기자들이 보고한 특종 또한 ‘보류했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전국MBC기자회는 “해경이 최초 구조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목포MBC기자들이 처음으로 알고 비판보도를 하려고 했을 때 전국부는 이를 다루지 않고 있다가 며칠 뒤 다른 방송사가 먼저 보도하는 바람에 낙종을 했다”고 전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도 지난 8일 낸 민실위 보고서에서 이와 같은 상황을 지적했다. MBC본부는 “MBC 현장 기자들이 발제했다가 보류된 아이템이 ‘타사의 특종’으로 바뀌는 일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목포MBC가 로컬(지역)뉴스에서 이를 다뤘지만 KBS는 이틀 후인 지난달 27일 <뉴스9>에서 이를 ‘단독보로 ’ 형식으로 전했고, 해경이 뒤늦게 이를 공개하자 MBC는 이를 <뉴스데스크> 톱뉴스로 다뤘다. 목포MBC 기자회 관계자는 “전국부는 해경이 동영상을 공개하면 보도하자고 했지만 우리 아이템은 해경에 대해 공개하라는 취지였기 때문에 전국부의 판단이 맞았는지 아직도 의문”이라고 했다.

MBC 전국부는 이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직원들이 응급차를 타고 팽목항을 출퇴근했다’는 정보에 대해서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포MBC 기자회 관계자는 “관련 기사를 전국부에 송고했는데 로컬(지역) 뉴스에 배치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특보 체제에서는 로컬뉴스를 할 시간이 없는데 이런 지시를 들으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MBC 전국부는 이후 목포MBC 측에 ‘다시 제작해달라’고 했지만 결국 기사는 유야무야 됐고, 광주방송이 이를 최초 보도했다.

전국MBC기자회는 “MBC 뉴스의 또 다른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전국 18개 MBC 계열사 기자인 우리들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MBC의 작금의 행태에 대해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음을 밝힌다”면서 “이런 비상식적이고 몰지각한 일들은 오롯이 전국부장이라는 보직자 개인에게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보도국 수뇌부 전체의 양식과 판단기준에 심각한 오류와 결함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는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했다.

이어 “‘사실과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일’을 본업으로 삼는 언론인이 자신의 사명을 잊고 왜곡된 기사를 생산하는 것은 직업윤리를 넘어 역사의 죄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전국MBC기자회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유족들, 그리고 국민에게 MBC의 구성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박상후 전국부장에게 전국MBC기자회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박 부장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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