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KBS보도국장이 9일 보직을 사임하며 길환영 KBS사장의 사퇴를 요구,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KBS기자협회(회장 조일수)가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시곤 보도국장의 기자회견 직후 이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KBS새노조)가 “김시곤 국장의 보도 독립성 침해 폭로에 답하라”며 길환영 사장에게 공개 질의서를 보낸 상태여서 이번 사태가 길환영 사장 진퇴 여부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KBS기자협회는 9일 오후 성명을 내어 “길환영 사장은 KBS의 독립성 침해 진상을 밝히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기자협회는 “길환영 사장은 지난해 인터넷기사 수정 파문 당시 기자협회에 ‘자신은 보도에 간섭하지도 않았고 (앞으로) 간섭할 뜻도 없다’고 분명하게 전달했다”면서 “당시 기자협회는 KBS 사장의 약속이라는 권위를 존중해 해당 사건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고 밝혔다.

   
길환영 KBS 사장이 9일 오후 유가족들이 모여 있는 서울 청운동주민센터를 방문해 김시곤 KBS 보도국장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김 국장의 사임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사진=강성원 기자
 
KBS기자협회가 언급한 ‘인터넷 기사 수정파문’은 지난해 8월 KBS 안전관리실 직원이 보도본부로 찾아와 사장비서실 지시라며 ‘국정원 관련 KBS 단독보도’를 인터넷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한 것을 말한다. 당시 KBS측은 “이번 일은 비서 개인의 잘못된 판단과 실수로 빚어진 해프닝이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지만, KBS노동조합과 KBS새노조 등에서는 “길환영 사장이 직간접적으로 관여됐는지 여부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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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협회는 “이번 보도국장의 발언으로 사장은 스스로 자신의 말을 뒤집고 보도국장의 표현대로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왔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면서 “이에 KBS 기자협회는 길환영 사장은 이제 더 이상 사장으로서의 리더십은 사라졌다고 선포한다”고 밝혔다.

기자협회는 “아무리 사장이더라도 보도 부문에 대한 사장의 간섭은 지극히 제한적이었음은 그동안 공정 방송을 염원해온 KBS 구성원들이 땀과 피를 바쳐 확립해온 전통이었다”면서 “그런데 이 같은 소중한 전통이 무너져 있음이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기자협회는 “더욱이 이번 보도국장의 사퇴 과정에서 사태를 수습하라는 청와대의 요청에 길 사장은 KBS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이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될 정황이 드러났다”면서 “길환영 사장에게 엄중히 말한다.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마지막 품위를 다하라. 대한민국의 공영방송 발전을 위해 스스로가 행한 보도와 관련한 간섭의 내용, 그리고 청와대 압력의 정황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기자협회는 이어 “보도국장의 촉구대로 그 자리에서 즉각 물러나라. 그것이 사장으로서 협회가 전하는 마지막 예우”라고 강조했다.

KBS기자협회는 “더불어 보도본부장도 기자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면서 “보도국장의 발언을 없던 일로 치부하지 말라. KBS 기자의 자존심을 걸고 KBS 보도본부의 독립성 침해에 대한 책임 있는 조처를 다하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KBS기자협회가 9일 오후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길환영 사장은 KBS 독립성 침해의 진상을 밝히고 자리에서 물러나라

KBS 보도국장이 KBS사장의 보도 간섭을 지적하며 길환영 사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김시곤 보도국장은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길사장이 언론에 대한 가치관이나 신념 없이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길환영 사장은 지난 해 인터넷기사 수정 파문 당시 기자협회에 ‘자신은 보도에 간섭하지도 않았고 (앞으로) 간섭할 뜻도 없다’고 분명하게 전달했다. 당시 기자협회는 KBS 사장의 약속이라는 권위를 존중해 해당 사건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보도국장의 발언으로 사장은 스스로 자신의 말을 뒤집고 보도국장의 표현대로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왔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에 KBS 기자협회는 길환영 사장은 이제 더 이상 사장으로서의 리더십은 사라졌다고 선포한다. 아무리 사장이더라도 보도 부문에 대한 사장의 간섭은 지극히 제한적이었음은 그동안 공정 방송을 염원해온 KBS 구성원들이 땀과 피를 바쳐 확립해온 전통이었다. 그런데 이 같은 소중한 전통이 무너져 있음이 드러났다.

더욱이 이번 보도국장의 사퇴 과정에서 사태를 수습하라는 청와대의 요청에 길사장은 KBS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이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될 정황이 드러났다.

길환영 사장에게 엄중히 말한다.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마지막 품위를 다하라. 대한민국의 공영방송 발전을 위해 스스로가 행한 보도와 관련한 간섭의 내용, 그리고 청와대 압력의 정황을 밝히라. 그리고 보도국장의 촉구대로 그 자리에서 즉각 물러나라. 그것이 사장으로서 협회가 전하는 마지막 예우다.

더불어 보도본부장도 기자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서 분명한 입장을 밝혀라. 보도국장의 발언을 없던 일로 치부하지 말라. KBS 기자의 자존심을 걸고 KBS 보도본부의 독립성 침해에 대한 책임 있는 조처를 다하라.

2014.05.09 KBS 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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