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김시곤 KBS 보도국장의 부적절한 발언에 항의하러 밤을 세웠으나 정작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문제로 소비심리가 위축된다’, ‘사회불안과 분열을 야기시키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발언해 유족과 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9일 오전 10시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긴급민생대책회의에서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한국여행업협회장’, ‘대한숙박업중앙회장’,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부회장, ‘목4동시장 상인회장’, ‘현대·LG경제연구원장’ 등을 불러 모아놓고 “경제에 있어서 뭐니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심리가 아니겠느냐”며 “심리가 안정돼야 비로소 경제가 살아날 수가 있다”고 소비심리론을 폈다.

박 대통령은 “그런데 사회불안이나 분열을 야기시키는 일들은 국민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또 그 고통은 국민들에게 돌아오게 된다”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여기 계신 경제 주체 여러분들이 잘못 보도되고 왜곡시킨 정보들이 떠돌아다니고 이런 것에 대해 바로잡고 이해를 시키고, 그래서 사회에 다시 희망을 일으킬 수 있도록 힘을 내시고 힘써 주시길 바란다”며 “이대로 계속 나아간다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 결국은 경제회복의 관건은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와 관련해 “지금 국가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근 들어서 소비가 줄어들고 있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년간의 침체국면을 지나서 이제 조금 형편이 나아질 만한데 여기서 우리가 다시 주저앉게 된다면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세월호 사고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과 업종의 대표분들로부터 민생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 적절한지를 점검해달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가 견고하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최근 세월호 사고 여파로 소비심리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는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중요한데 이런 징후에 선제적으로 대응을 하지 못하면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어렵게 살린 경기회복의 불씨까지도 꺼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고로 인해 서민경기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자칫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실물경제 회복에 차질이 빚어질 뿐만 아니라 소비와 직결된 영세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등 자영업,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그곳에 종사하는 서민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과 기업들이 경건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정상적으로 지속해 나가려면 무엇보다 조속한 사고수습에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여행, 숙박, 운송, 유통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들이 조속히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 수십명의 실종자는 시신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며, 사망자만 수백명에 이르고 있는데도 정작 대통령이 이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는커녕 소비심리 위축 타령만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한 규제완화와 관련해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 합리적이고 꼭 필요한 규제와,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규제는 잘 구분돼야 한다”며 “안전이라든가 소비자보호, 공정경쟁을 위해 꼭 필요한 좋은 규제는 반드시 유지하고 필요한 경우 더욱 강화해야 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지고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지 않아서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막는 나쁜 규제는 과감히 고치고 없애야 한다”고 비판했다.

자신을 만나달라며 밤새 청와대 앞에서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이번 세월호 사고의 유가족들이 겪는 아픔을 국민들도 같이 아파하면서 애도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에선 문제점들을 찾아내서 바로잡고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과 관련사항을 상세하게 국민에게 밝힐 것”이라는 과거 했던 언급을 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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