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최근 잇달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앵커들에게 “검은 옷을 입지 말라”는 지시를 내려 논란을 빚은데 이어 교통사고와 세월호를 비교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KBS본부)는 김시곤 국장에 대해 국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김 국장은 지난달 28일 오후 뉴스를 진행하던 한 여성 앵커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오자 해당 앵커에게 주의를 주고 뉴스3부 담당부서를 찾아가 검은 옷을 입지 말 것을 지시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자들에 대한 국민적 추모 분위기가 휩싸여있는 상황에서 나온 지시다.

김 국장은 이에 대해 6일 입장문을 통해 “사망자보다 실종자가 많았던 당시 앵커가 상복 비슷한 옷을 입고 나왔고 시청자 항의가 있었다”며 “상복처럼 보이는 검은 옷은 지양하라고 말했고 앵커들도 입지 않았다. 생각들은 비슷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국장의 ‘검은 옷 착용 금지’는 추모분위기를 흐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KBS본부는 “그런 시청자 의견은 없었고 오히려 화사한 옷보다는 어두운 옷을 착용해달라는 제안과 노란 리본을 달아달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시청자가 발견된다”고 밝혔다.

   
▲ 김시곤 KBS 보도국장
 
KBS본부는 아울러 “KBS에서는 일반 시청자가 절차상 보도국장과 직접 통화하기가 어렵다”며 “그렇다면 김시곤 보도국장이 주장한 ‘곧바로 몇몇 시청자의 항의’는 누구였는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만약 김 국장 휴대전화를 통해 직접 들어온 항의라면 KBS 보도국장에게 자유로이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은 대체 누구였을까?”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기자들은 모두 보도국장의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고 반박했다. ‘누구나 항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국장이 지난달 말, KBS 구성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교통사고와 세월호 참사를 비교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당시 자리에 참석했던 사람은 김 국장이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교통사고와 세월호 참사를 비교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위와 같은 취지로 해석하는 것은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 국장은 “세월호 참사는 기본적으로 안전 불감증에 의한 사고였고 따라서 이를 계기로 안전 불감증에 대한 뉴스시리즈물을 기획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길 했다”며 “교통사고 사망자가 여전히 한 달에 500명 이상 숨지고 있는 만큼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워야 한다는 발언을 놓고 KBS본부가 거두절미한 채 왜곡·선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BS본부는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김 국장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고, 세월호 사건에 대한 김 국장의 인식 자체가 대중들과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하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고 즉각 국장직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김 국장이 KBS 보도국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들과 동떨어진 인식을 지닌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검은 옷 착용 금지에 대해서도 “공감능력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지나친 추모 분위기를 경계한다던 KBS가 성금모금 방송을 통해 국면을 전환하려 했다는 점도 김 국장의 논란의 발언을 단순히 한 개인의 설화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관계자는 “노조에서는 이번 세월호 특보를 분석하고 있다”며 “회사 측도 백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와는 보도 내용과 관련해 생각이 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보를 분석한 뒤 보도국장의 책임이 드러날 경우 그 책임을 밝힐 것”이라며 “계속 사퇴 요구는 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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