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 초기 대응 부실과 관련해 진도VTS-세월호 간 교신 내용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진도VTS는 사고 발생 후 세월호와 교신 내용을 비공개로 하다가 언론이 잇따라 의혹을 제기하자 교신 내용을 공개했다. 진도VTS는 세월호와 지난 16일 오전 9시 6분부터 38분까지 32분 동안 11차례 교신했는데 공개된 교신 내용이 조작 및 삭제 됐다는 의혹이 다시 제기되면서 원본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SBS와 YTN은 진도VTS-세월호의 교신 내용에 대한 조작 및 삭제 의혹을 제기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은 "희망은 왜 가라앉았나?-세월호 침몰의 불편한 진실"편에서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의도적인 삭제 혹은 덧씌움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소장은 "교신하지 않았을 때는 고유의 잡음이 들려야 하는데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고 묵음 상태가 보인다"는 의견을 내놔 편집 조작 의혹에 무게를 뒀다

YTN도 단독 타이틀을 붙여 "진도VTS 교신, 편집 이어 삭제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세월호와 진도 VTS 간의 교신 내용이 일부 편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번에는 내용 중에서 150초 가량이 삭제됐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YTN은 "소리 전문가가 이 교신 파일(공개된 교신 내용)을 분석해보니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말을 하는 도중에 비정상적으로 소리가 끊어지는 부분이 무려 36곳이 발견된 것"이라며 "전체 시간을 재보니 무려 150초, 2분 30초나 된다"고 밝혔다.

해양경찰은 이 같은 언론 보도에 대해 강력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YTN의 교신 내용 조작 및 삭제 의혹 보도는 현재 삭제돼 볼 수 없다. 이 또한 해경의 강경 대응 예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YTN 관계자는 2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해경에서 현장 취재 풀 기자단에서 다른 일반 상선의 교신 내용이 포함돼 있어 통신비밀보호법에 걸리기 때문에 일부 삭제했다는 것을 고지했다고 알리면서 억울하다는 얘기를 계속했다”며 “(해경이)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와 향후 해경과 관련한 취재가 위축될 우려도 있고 향후 검경 수사를 보고 해도 늦지 않겠다고 판단해 6차례 충분히 보도를 한 상태에서 현장 기자들과 의견을 조율해 데스크에서 기사 삭제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양경찰은 교신 조작 및 삭제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VTS 교신 녹음파일은 VTS 교신 당시 상황 그대로 녹음된 것으로 여러 채널이 섞여 있어 소음이 심하고 진도 녹음 파일 안에 타 선박의 위치 정보, 선명 등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어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상 개인정보 보호를 위하여 선박위치를 식별할 수 있는 부분을 편집하여 내보낸 것이지 어떤 조작이나 의도된 편집이 없다"고 밝혔다.

해경은 범정부 대책본부에서 원본파일을 이미 공개했고 비공개 상태에서 열람할 수 있다며 "이상의 방송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 제소 등을 포함한 가능한 법적수단을 강구할 계획이며 앞으로 언론의 무분별한 오보에 대해서는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진도VTS를 압수수색해 교신 내용을 녹음한 원본 파일을 확보해 디지털 분석을 하고 있다고 밝혀 조작 및 삭제 의혹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 현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진도VTS가 세월호와 교신을 시작한 9시 6분 이전 진도 앞바다 진입 후 세월호와 전혀 교신이 이뤄지지 않았는지도 의혹의 대상이다. 최초 침몰 사고 신고 시간은 단원고 학생 최모군이 119로 신고한 8시 52분경이다. 하지만 주변 어민들의 증언과 구조자들의 증언으로 볼 때 이미 선체의 이상 징후가 감지됐는데도 교신이 없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교신 내용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직무유기에 해당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도VTS가 사고 당일 세월호가 관할 해역에 들어왔을 때 진입 보고와 관련한 교신을 일체 하지 않은 것도 의문으로 떠오른다. 항해사들에 따르면 보통 배들이 관할 권역에 진입하면 싣고 있는 짐과 승객수, 입항-출항지 등을 보고하게 돼 있다. 해역에 진입하는 배가 보고를 하지 않더라도 해당 VTS에서 왜 보고를 하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세월호의 경우 진도 앞바다 진입 후 맹골수도를 다 빠져나가기 전까지도 진도VTS에 보고를 하거나 진도VTS 쪽이 교신하지 았았다는 것이 현재까지 수사당국의 조사 내용이다.

진도VTS는 16일 9시 13분경 세월호와 나눈 교신에서 "현재 승선원 몇 명입니까?"라고 물었는데 이 같은 질문은 당초 관할 해역 진입 시 보고를 받고 파악해야 될 내용이라는 점에서 관제센터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대목이라는 것이 항해사들의 주장이다. 진도VTS가 늘상 지나다니는 여객선이기 때문에 진입 보고를 소홀히 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용인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 역시 처벌 대상이다.

세월호와 청해진해운과의 통화 내역도 이번 사고 초기 대응 부실을 밝혀줄 핵심 열쇠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1등 항해사가 사고 당일 청해진해운과 통화를 하고 청해진해운이 이준석 선장에게 전화를 했던 것을 확인했다. 수사당국이 우선 밝혀야 할 것은 세월호와 청해진해운이 통화한 최초 시각이다. 최초 신고 시간보다 만약 세월호와 청해진해운이 먼저 통화해 침몰 사고와 관련된 내용을 논의했다면 수분간 구조 활동의 시간을 날려버린 셈이 된다.

청해진해운이 세월호 쪽에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를 규명 대상이다. 승객들에게 곧바로 탈출지시를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사태 수습을 하려는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외항선에서 항해사로 재직 중인 J씨는 "작은 문제의 경우 화물이나 선적에 재산상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회사에 연락을 할 수 있지만 배를 버려야 하는 최악의 경우인데도 선장이 퇴선 명령이나 관할 VTS에 연락을 먼저 하지 않고 회사에 연락을 한 것이라면 초기 대응과 관련해 핵심 전후를 뒤집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J씨는 “선장이 바지 선장이고 다른 실세가 있었다면 사고 수습과 관련해 상황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당장 현장에서 선장이 결정할 수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급박한 상황에 회사에 전화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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