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드라마 <불꽃 속으로>(금·토 저녁 11시, 20부작)의 첫 방송 시청률이 1%를 넘지 못하며 2012년 <한반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개국드라마로 야심차게 준비했던 <한반도>는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1%대 시청률로 조기 종영했다. 이후 수년 간 매체인지도와 채널시청률은 높였지만 드라마 시청률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5일(금) 밤 11시 첫 방송된 <불꽃 속으로> 1회는 0.95%(유료방송가입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26일 2회에선 1.1%를 기록했다. 이날 <불꽃 속으로> 직전에 편성됐던 <뉴스쇼 판> 시청률이 2.27%였다. 시청자의 절반이 빠져나간 셈이다. 2012년 2월 6일 <한반도> 첫방송 시청률이 1.65%였던 점에 비춰봐도 <불꽃 속으로>의 초반 성적은 실망스럽다.

<불꽃 속으로>는 한국드라마의 간판스타인 최수종을 비롯해 손태영, 류진, 독고영재 등이 출연하며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의 일대기를 모티브로 개발독재시대를 다룰 예정이다. ‘사극의 신’으로 불리는 최수종은 과거 <태조 왕건>, <대조영> 등에서 30~40%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대극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최근 작품인 <대왕의 꿈>도 출연자 부상 등 악재 속에서 10%대 시청률을 유지했다.

   
▲ TV조선 '불꽃 속으로' 포스터.
 
이 때문에 아무리 종합편성채널이어도 1% 시청률은 최수종이나 제작진에게 충격일 수밖에 없다. 타사 종편인 JTBC <무자식 상팔자>가 9%대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어 마냥 종편 플랫폼을 탓하기도 어려운 상황. ‘대한민국 경제발전’이란 키워드에 박정희 대통령을 상징하는 인물도 긍정적으로 묘사되며 중장년층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소재가 많은데 초반 시청률이 낮은 이유는 뭘까.

편중된 시청층 때문이다. 올해 초 미디어미래연구소와 방송콘텐츠진흥재단이 종편 4사의 메인뉴스 시청자 특성을 분석한 결과 TV조선의 20대 시청률은 0.04%를 기록했다. 30대 시청률도 JTBC가 0.18%인데 반해 TV조선은 0.08%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40대는 격차가 더 컸다. JTBC 40대 시청률은 0.63%였으나 TV조선은 0.21%로 약 3배 차이였다. TV조선의 20~40대 시청률은 종편4사 중 최하위였다.

반면 60대 시청률에서는 TV조선이 남성 1.95%, 여성 1.01%로 종편 4사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TV조선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TV조선의 시사보도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이들 60대 시청층을 붙잡아야 한다. 하지만 여의치 않다. 무엇보다 60대의 드라마 시청습관은 철저히 지상파 중심이다. 특히 주말의 ‘8시 KBS 2TV→9시 MBC․SBS→10시 KBS 1TV’ 채널 공식은 쉽게 깨지기 어렵다.

   
▲ TV조선 '불꽃 속으로' 한 장면.
 
이 상황에서 금요일․토요일 밤 11시에 TV조선으로 채널을 돌리기란 쉽지 않다. 토요일을 기준으로 보면 오후 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 동안 드라마를 봐야 해서 밤 11시대는 교양·예능 장르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60대 이상 시청층은 밤 11시쯤이면 이미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많아 이번 편성전략이 주시청층을 놓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가장 큰 문제는 TV조선이란 채널브랜드 자체에 있다. TV조선은 시사·보도프로그램을 대거 편성하며 특정 정치세력을 왜곡·폄훼하거나 일방적으로 옹호하며 불공정방송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검증되지 않은 패널이 시사토크에 등장에 저질·막말 방송에 나서며 각종 심의 제재를 받아 채널이미지도 하락했다. 그 결과 특정 연령대의 시청층만 확보하는 기형적 구조가 됐다.

드라마는 시청연령대가 다양해야 높은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다. TV조선이 높은 드라마 시청률을 확보하려면 시청연령대를 넓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20~49세 시청층을 잡아야 한다. 결국 방송의 다양성과 공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TV조선이 최수종의 연기력만 기대해선 안 되는 이유다. 타사 종편사인 JTBC의 사례가 한 예다. JTBC 시대극 <맏이>는 ‘막장’없이 평균 4%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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