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구조작업에 다이빙벨 투입을 주장하는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를 인터뷰한 JTBC <뉴스9>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는 여권 추천의 권혁부 부위원장 지시로 이뤄졌다.

JTBC <뉴스9>는 원래 심의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애초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사망보험금을 소개한 MBC <이브닝뉴스>, 구조 학생과의 인터뷰로 논란이 된 JTBC <뉴스특보>, ‘해경이 민간잠수부 투입을 막고 있다’는 홍가혜씨를 인터뷰한 MBN <뉴스특보> 등 3건만 안건으로 올렸고, 21일 임시 방송심의소위에서도 이에 대한 심의가 이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방통심의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권혁부 부위원장(방송심의소위 위원장 겸임)은 21일 심의 당일 오전 사무처 직원들에게 갑자기 JTBC <뉴스9>도 추가하라고 지시했다. 다른 위원들은 그 전까지 안건이 추가된 사실을 알지 못했고, 회의 안건지를 확인하고 <뉴스9>가 심의에 포함된 사실을 알았다.

한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세월호 보도와 관련된 민원이 많이 제기됐다. 그 가운데 특히 사회적 논란이 된 방송만 우선적으로 포함시킨 건데 권혁부 부위원장이 당일 급하게 해당 방송을 넣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JTBC <뉴스9> 또한 민원은 제기돼 있었다.

안건에 없던 JTBC <뉴스9>가 갑작스럽게 심의에 포함되자, 다른 위원들은 “‘뒤엉켜 있는 시신 다수 발견’이라고 잘못 보도한 KBS와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는 기자가 웃는 모습을 방송으로 내보낸 SBS도 심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22일에도 임시 방송심의위가 한 차례 더 열려, KBS <뉴스특보> 및 SBS <뉴스특보>를 포함한 총 6건에 대한 심의가 이뤄졌다.

이 관계자는 “민원이 제기된 방송에 대해 사무처가 검토를 한 뒤 안건으로 올리는 것이 통상적인 심의 절차인데 이번 건은 평소와 달랐다”면서 “누가 봐도 JTBC에 대한 ‘표적심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JTBC <뉴스 9> 18일자 방송
 
권혁부 부위원장은 당시 “검증이 안 된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해서 희생자 가족이나 많은 국민들이 다이빙벨을 채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고 구조작업의 혼란만 부추기는 작용만 했다는 증거가 있다”며 ‘의견진술’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정지도로 의견이 모아지면 이 절차는 거치지 않아도 되지만 법정제재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해당 방송사 측에 의견진술 기회를 반드시 줘야 한다. 

이에 장낙인 위원이 “이종인 대표는 국내에서 선박인양과 해양구조의 1인자로 알려진 인물”이라며 “그의 얘기가 검증된 것인지를 방심위 사무처에서 판단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 대표 말이 거짓이라는 걸 (비전문가인) 우리가 무엇을 근거로 얘기할 수 있나”라고 반박했지만 권 부위원장은 자신의 주장을 꺾지 않았다.

   
▲ 지난 21일 이종인 알파잠수 대표가 사고 현장에 다이빙벨을 가져갔다가 구조에 참여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심의 내용이 알려지자 ‘방통심의위가 오히려 정부 비판적 보도를 통제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는 지난 22일 논평에서 “의 인터뷰는 사고 초기 정부의 구조작업이 늦어지자 구조방식에 대한 해난구조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이는 피해 전달보다는 ‘구조가 우선’되어야 하며, ‘피해상황을 줄이기 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재난보도 원칙에 어긋남이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또한 “자칫하다가는 정부당국과 의견을 달리 하는 전문가와 그를 인터뷰하는 방송사를 통제한다는 의혹을 불러와 정부에 대한 불신과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은 이런 비판에 대해 권 부위원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노력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JTBC <뉴스9> ‘의견진술’은 오는 28일 진행될 전망이다. 이날 방송심의소위에는 이종인 대표가JTBC 보도국 관계자와 함께 출석할 예정이다. 이종인 대표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입증되지 않은 개인의 장비와 능력을 소개함으로써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는 국민을 기만한다는 게 내용인 것 같은데 그날 출석해 나의 자격 및 경력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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