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세월호 침몰사고 사망자의 시신 다수가 인양됐으나 신원 확인이 안돼 상당수가 전남 진도 팽목항에 머물고 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DNA 검사가 완료돼야 시신을 인계할 수 있다는 방침이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눈 앞에 자녀의 시신을 두고도 병원으로 운구하지 못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날 오후 사고대책본부는 시신 인계 절차를 강화했다. 기존엔 가족들이 강하게 요구하면 DNA 검사 전에도 시신을 가인도하기도 했다.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대신 DNA 검사를 거쳐야만 장례 절차를 진행하게 의무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엉뚱한 시신이 인계된 사례가 또다시 발생하면서 시신 인계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시신이 뒤바뀐 사례는 이날까지 세 번째로 모두 안산 단원고 학생의 시신이다.

   
지난 19일 저녁 8시경 해경정을 통해 도착한 세월호 사망자의 시신을 검안의와 해경관계자들이 병풍 뒤에서 기록,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인양 작업를 통해 팽목항으로 운구된 시신은 우선 임시 시신확인소에 보관된다. 이어 대책본부 관계자가 시신의 특징을 설명하면, 자신의 자녀와 일치하는 가족들이 시신확인소에 들어가 육안으로 시신을 확인한다.

일부 실종자 가족은 학생들의 시신은 대부분 큰 손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체 일부가 붓는 등의 이유로 타인의 시신을 자신의 자녀로 오해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른 이의 시신을 인수인계 받는 것이다.

   
▲ 23일 밤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해경 함정이 진도 팽목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김병철 기자
 
이처럼 다른 시신으로 장례를 치를뻔한 가족들의 항의와 언론의 질타가 거세지자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오후부터 시신 인계 절차를 강화했다. DNA 검사가 완료되어야만 인계하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대응은 더 이상은 시신이 뒤바뀌는 일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직접 육안으로 자녀의 시신을 확인하고도 데려가지 못하는 가족 입장에선 이 또한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밤 9시 30분께 임시 시신확인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사고대책본부의 방침에 항의했다. 실종된 단원고 2학년 A군의 아버지 B씨는 "(시신을 확인하니) 집에서 입던 후드티와 바지를 입고 있었다"며 "내 아이가 맞다고 했지만 (사고대책본부는) DNA 검사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전 10시 50분에 도착해서 12시간 가까이 기다리고 있지만 DNA 검사는 되지 않고 있다"며 "학교에서 학생 사진을 전송받아 확인을 하든지 (사고대책본부가) 다른 방법을 빨리 찾아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어서 빨리 아이를 데려가서 재우고 싶다"고 말했다.

조심스레 시신의 상태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군의 삼촌은 "살아있을 때와 변함이 없다. 가족이 못찾을 정도는 아니"라고 답했다. 김 군의 또 다른 삼촌은 "손바닥만 조금 부었고, 한 눈에 봐도 알아볼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시신이 뒤바뀐 일에 대해 해경 소속 시신확인 담당자는 "팽목항에선 유족들에게 임시로 보여주고, 맞다고 하면 병원으로 이송해 제대로 확인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팽목항의 공무원들도 가족들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시신 인계를 두고 갈등은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팽목항과 진도 실내체육관에선 간절히 시신을 찾고자 하는 가족들과 이를 지켜보는 공무원들 모두에게 가슴 찢어지는 하루 하루가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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