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이 사고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아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경합동수사본부가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해양경찰 역시 늑장 대응으로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관계자들의 사고 초기 대응과 관련한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은 물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사고 책임을 세월호 쪽에만 집중 시키면서 정부 당국의 잘못을 은폐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사고 초기 해양경찰의 대응 과정을 보면 사고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발 빠르게 수습하지 못하면서 희생자가 늘었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해경은 최초 사고 신고 시간을 지난 16일 오전 8시 52분이라고 밝혔는데 사고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9시 30분이다. 당시 구조 활동에 나선 어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9시 30분경 세월호은 이미 45도 이상 배가 기울면서 전복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맹골수도 주민 김일복(74)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장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사람을 한명이라도 살려보자고 해서 구조 현장에 갔다. 맹골도에서 현장까지 30분 정도 걸리는데 도착했을 때는 배가 3분의 2가 넘어가 버렸다"며 "헬리콥터로 사람을 인양해서 올라가는 것을 목격했고 우리는 한명이라도 사람이 뜨면 건진다고 했는데 해경이 밖으로 비켜주라고 해서 비켜준 상황에서 물에 뜬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해경은 9시 7분경 진도VTS를 통해 주변 해역의 선박에 상황을 전파하고 구조를 요청했다. 최초 신고 시간으로 따지면 14분가량 늦어진 것이다.

해경이 선박 이외에 맹골수도, 동거차도, 서거차도 등 사고 해역 주변의 섬 주민에게 알린 시간도 최초 신고 시각보다 25분 이상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도읍 면사무소는 진도군청 행정과로부터 최초 사고가 발생했다고 접수받고 주민들에게 구조 요청을 보냈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사고 당일) 오전 9시 20분 조금 안돼서 행정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군청의 행정선 배 한 척이 대마도 부근에서 항해하는 찰나여서 30분 정도 출발했고 9시 20분이 넘어 주민들에게 연락이 다 이뤄졌다"고 전했다. 사고 해역 주변 섬 주민들에게 최초 사고 신고 시간보다 약 27분 더 늦게 전파된 것이다.

해경→진도 군청→해경 출장소 및 마을 이장→어선 주민 요청 등의 순으로 이뤄진 절차로 인해 수십분의 시간이 날아간 셈이다. 만에 하나 해경 혹은 진도 군청으로부터 비상연락망을 통해 어선 주민들에게 직접 급파하는 연락 체계가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고 구조 활동에 나설 수 있었다는 뜻이다.

서거차도 해양경찰 출장소 일지에 기록된 사고 신고 접수 시간도 9시 30분으로 확인됐다. 출장소 관계자는 "진도 파출소를 포함해 서거차출장소 등이 모든 어선에 구조 협조를 부탁했는데 사고 접수 시간은 일지에 9시 30분으로 적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헬기를 타고 구조된 분들이 9시 32분경이었기 때문에 일지와 달리 더 일찍 상황 전파를 한 것으로 안다"며 "당시 일지를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빨리 상황 전파를 하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 현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사고 당시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배에서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하고, 창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영상 캡쳐 사진도 인터넷 SNS상 확산되면서 해경의 늑장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에는 해양경찰과 어선이 바다에 빠져 있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침몰한 세월호에 접근하고 있는데 세월호가 옆으로 기울면서 수면 위로 드러난 창문 안으로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으로 보이는 장면이 담겨 있다. 

누리꾼들은 세월호가 순식간에 침몰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망치 등 장비를 통해 창문을 깼더라면 수십명의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23일 브리핑에서 "사고 직후 도착한 선박은 일반 해양 경찰 직원이 타고 있었고, 바다에 떠 있는 사람들의 생명이 급박해 이들을 먼저 구조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당시 도착한 함정은 특수 구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일반 해양 경찰 직원이 타고 있어 창문을 깨는 등의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사고 해역 주변 주민들은 이번 사고 해역에 대해 암초가 없고 수심이 깊은 항로로 '혼선코스'라고 불리고 있다고 증언했다.

맹골도 마을이장 용정규씨는 "상선들이 올라가고 내려가고를 많이 해서 흔히 혼선코스라고 불리고 있다"며 "맹골도에서 서거차도로 건너 다닐 때 안개가 끼면 레이더 없이 항해를 못한다"고 전했다. 용씨는 "사고 해역 부근은 암초 바닥이 깔려 있는 항로가 아니고 수심도 굉장히 깊은 곳"이라며 "40~50년 선박에 종사하는 어르신들이 한결 같이 배밑이 깨끗하다고 하면서 '암초를 탄' 배는 아니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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