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최근 수색작업으로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해 전 국민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박근혜 정부의 무능한 사고 초동조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종자 가족 대표단은 사망자 시신을 수습한 유가족들 중 원하는 사람을 모집해 부검을 통해 사인을 가리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사건 초기 컨트롤타워가 없었다는 점이다. 재난관리시스템이 완전 붕괴된 현실이 드러난 것이다. 경향신문은 23일 1면 <1주일 넘도록…아무것도 못한 정부> 기사에서 “(사고 첫날) 수색 재개 여부와 실종자의 생존 확률, 선체 인양에 걸릴 시간 등을 물었지만 답할 책임자는 없었다”며 “전방위적 수습 방안을 설명하는 정부 관계자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초기 구조작업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해양경찰청의 초기 대응이 미숙했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겨레는 5면 <중대본·해경·해군 초기대응 미숙…수습과정도 난맥상> 기사에서 “현장의 해양경찰과 재난방재의 지휘부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반복하며 ‘골든타임’을 날려버렸다”고 비판했다.

   
▲ 동아일보 4월 23일자. 1면.
 
정부를 총괄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찾기 어렵다. 해경의 조치와 내각, 일부 공무원들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판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총괄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미흡함은 이번 참사와 분리하고 있다. 박 대통령 본인도 지난 21일 회의에서 세월호 선장과 공직사회를 질타함으로서 정부에 대한 비판에서 홀로 빠져나왔다.

언론은 해양 관련 정부부처들에 대해 강한 질타를 가했다. 마침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더니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이 너무나 컸다”며 “국민들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책임 행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면 그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인데, 박 대통령은 마치 제3자인 듯 보인다.

23일 동아일보는 침몰한 재난관리시스템에서 박 대통령을 탈출시켰다. 동아일보는 이날 1면 <대통령 호된 질책에도 현장 혼선 여전> 기사에서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참사 수습 과정의 총체적 난맥상을 강하게 질타했음에도 사고 발생 일주일 째인 22일에도 현장의 혼선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 4월 23일자. 27면.
 
동아일보는 사설 <오죽하면 ‘전면 개각론’까지 나오겠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을 때 ‘오늘 이 자리에서 지키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못박았다”며 “대통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현 내각이 세월호 침몰사고를 수습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정부의 형편없는 대처 능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면서 새로운 인물로 개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지금은 실종자 구조와 사고 수습이 당면 과제인 만큼 당장 개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오죽하면 ‘전면 개각’을 통해 정부의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는 소리가 여권에서까지 나오는지에 대해 정부는 통렬하게 반성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의 기사와 사설은 모두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을 분리하고 있다. 총 책임자인 박 대통령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사과와 책임 있는 역할을 당부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17일 진도체육관에서 가족들을 만나 신속한 수색작업을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실종자 가족들은 박 대통령에게 항의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책임 있는 설명과 조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 동아일보 4월 23일자. 27면.
 
그런데 오히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 <국민적 참사를 선동과 정치에 악용하는 세력들>에서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가 “세월호 실종자를 못 구하는게 아니라 안 구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 것을 두고 “잠수 요원들에 대한 모독이자 악의적 음모”라며 “피해자들과 무관한 외부 세력이 실종자 가족의 청와대 항의 방문 시도를 부추겼다는 구체적인 증언도 나왔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음모'가 된 것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22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초기대응 과정에서 혼선을 빚고 피해 가족들을 배려한 충분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총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한 발 물러서 있다. 물론 박 대통령이 모든 것을 콘트롤 할 수 있는 전능한 위치는 아니다. 하지만 책임감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이날 동아일보는 박 대통령에 면죄부를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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