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부터 오보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난 16일 오전, 언론은 “경기 안산단원고등학교 사고대책본부는 세월호에 타고 있던 2학년 학생과 교사 전원이 구조됐다고 오전 11시 5분 해경으로 통보받았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오보였다. 오후 2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탑승객 477명 중 368명을 구조했다”고 밝혔고 언론이 이를 그대로 받아썼다. 그러나 이것도 오보였다.

16일 오후 3시, 중대본은 368명이 아닌 180명을 구조했다고 정정했다. 황망한 상황. 언론은 중대본을 비판하며 자신들의 책임에선 비껴갔다. 오후 4시, 중대본은 총 탑승인원이 459명이며 이 중 164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수차례 수정 끝에 22일 현재 탑승인원 476명, 생존자 174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언론은 중대본의 발표가 나올 때마다 자막을 고치느라 바빴다. 하지만 생존자가 368명에서 164명으로 고쳐지는 화면을 바라보며, 실종자 가족들은 언론에 분노했다.

당시 오보는 정확히 통계를 집계하지 못한 정부 측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언론 입장에선 정부발표를 믿고 보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받아쓰기의 참극’은 오롯이 언론사의 몫이다. 변상욱 CBS대기자는 “기자라면 중대본 수치가 맞을지 의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정부발표를 너무 쉽게 믿는다. 확인을 못하면 확인이 어렵다고 써야 한다”며 “잘못된 정보를 퍼뜨린 언론도 부분적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기자가 정보에 의문이 든다면 사상자의 최저치와 최대치를 산정하고 다만 대책본부 숫자는 얼마다라는 식으로 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변상욱 기자는 “사건 초기 실종자와 사상자는 어차피 맞지 않는다. 중대본도 초기에는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정확할 수 없다”며 “기자입장에선 정부발표가 틀릴 수 있는 상황을 전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당장의 속보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4월16일자 석간 문화일보·내일신문은 “수학여행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내용을 실었다가 17일자에서 사과문을 실어야 했다.

문제는 사고발생 24시간이 흐른 뒤에도 오보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YTN은 17일 “오늘 낮 12시 반쯤부터 공기주입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보도했다. SBS는 “해경은 아침 7시 정도부터 전문업체가 세월호 선체에 산소공급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배 안의 생존자를 기대하고 있던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간절히 기다리던 소식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해양수산부는 산소공급장치가 아직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산소공급장치도 아예 없던 시점에 언론은 이미 산소공급이 시작된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 세월호 침몰 사건이 발생한 16일부터 18일까지의 오보를 모아봤다.
 
지난 18일에는 인터뷰 오보로 심각한 사회적 혼란마저 발생했다. MBN은 이날 오전 자신을 민간 잠수부라고 밝힌 홍가혜씨 인터뷰를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홍씨는 “현장 정부 관계자가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고 말했다”, “민간 잠수부 가운데 생존자와 대화를 시도했고 (생존) 신호도 확인했고 대화도 했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해당 인터뷰는 18일 오전 큰 파장을 낳으며 발언의 진위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에 해경 측이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자료를 냈다.

MBN은 이날 오후 이동원 보도국장이 직접 출연해 “실종자 생환을 기다리는 가족과 정부, 해경, 민간 구조대원들에게 혼란을 드려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오보를 인정했다. 해당보도는 방통위로부터 법정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밖에도 언론은 현장에서 패닉상태의 생존자 주장 등을 확인 없이 옮겨 쓰며 위험을 자초했다. 사고 발생 이후 심리적으로 불안한 생존자들이 주장한 암초설이나 ‘생존자가 문자를 보냈다’는 주장 등을 여과 없이 전달하기도 했다.

국가재난주관방송 KBS도 오보에서 자유롭진 않았다. KBS는 18일 오후 4시 30분 경 자막을 통해 ‘구조당국 “선내 엉켜있는 시신 다수 확인”’이라는 속보를 내보냈다. 그러나 해경은 즉각 “시체를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KBS는 “정리하면, 구조대가 3시 26분 진입해 확인중이며 시신을 보지 못했다는 내용”이라며 진행을 이어갔다. 이날 오전 YTN을 포함한 대다수 언론은 잠수부들이 선내 진입에 성공했다는 보도를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중대본이 ‘선내 진입 성공’에서 ‘실패’로 정정하자 언론은 허겁지겁 ‘실패’ 자막을 올렸다. 언론은 애타게 구조 소식을 기다리던 실종자가족을 농락한 셈이다.

이에 17일 당시 실종자 가족이었던 김중열씨는 JTBC 과 생방송 인터뷰에서 언론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냈다. 김씨는 “방송이 보여주는 화면이 전부가 아니다. 방금 전 8시 30분 경,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영적이어야 할 방송에서 조명탄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구조장면을 내보냈다. (하지만) 오늘 민간 잠수부팀이 조명탄이 없어 대기하고 있었다. 조명탄 허가를 받는 데까지 40분이 걸렸다”며 “방송에 나가는 장면과 현장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이 오보를 넘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폭로였다.

‘세월호 오보 참사’는 무분별한 속보 경쟁과 함께 출입처와 보도 자료에 의존하는 언론의 받아쓰기 관행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홍수나 지진 같은 재난은 긴급하게 정보를 전파해야 하지만 세월호 사건의 경우 정보를 급하게 전파할 이유는 없다”며 “언론이라면 빠른 정보 전달보다는 정확한 정보전달이 중요했다”고 지적했다.

김서중 교수는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를 전달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늘 추가취재가 필요하다. 정부 정보라고 오보에 면책을 받기에는 (오보의) 피해를 봤을 때 언론의 책임이 크다”며 “지금 정부가 우왕좌왕하고 있기 때문에 기자들은 평소보다 더 추가취재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속보경쟁을 하면 정확한 정보 전달과 추가취재가 불가능하다”며 “언론사 전체가 이번 오보 사건을 계기로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국 BBC의 경우 지난 2005년 런던 지하철 테러가 발생했을 당시 상대적으로 관련소식을 늦게 전달했다. 신속성보다 정확성에 무게를 둔 결과였다. BBC는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속보방송으로 벌어질 수 있는 피해와 오보 등 부작용을 경계하고 있다. 변상욱 기자는 “늘 확인 없이 받아쓰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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