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6월 ㈜네이버컴으로 시작한 네이버는 현재 상장기업 중 시가총액 4위 기업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대표적인 서비스로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70%가 넘는다. 네이버는 2002년 코스닥에 상장됐는데 당시 사업보고서를 보면 직원은 283명에 불과했다. 지분 50% 이상 보유 자회사는 7개뿐이었다.

2013년 말 기준 네이버의 직원은 1595명. 2002년과 비교해 6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분리한 한게임 직원 875명, 2009년 분리한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직원 1055명 등 66개 계열사 직원을 포함하면 네이버의 직원 수는 5천여 명에 이른다. 네이버는 자회사를 66개나 거느린 공룡기업이 됐다.

2002년과 2012년 사업보고서를 비교해보면 모든 게 변했다. 연봉도 많이 올랐다. 2002년 1인당 평균급여는 3411만3천 원인데 2013년은 5840만5천 원이다. 그런데 거의 차이가 없거나 전혀 달라지지 않는 게 있다. 직원 평균근속년수는 3.1년에서 4.36년으로 제자리걸음이고, 그때도 지금도 노동조합이 없다.

네이버는 언제나 속전속결이었다. 창업주의 오너십과 리더십 강도로 볼 때 네이버는 삼성과 비견된다. 오너 한마디에 회사가 움직인다. 네이버 이사회 이해진 의장은 2012년 4월 사내강연에서 “회사를 조기축구회 동호회쯤으로 알고 있는 직원들이 많다”고 꾸짖었다. 네이버는 이 발언을 전후로 급격히 변했다.

“최고 경영진의 요구는 치열하게 근무하길 원하는 거였다. 그런데 야근을 푸시하기 시작했고, 부서별로 야근을 모니터링했다. 하부조직을 압박해서 직원들이 힘들어 하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 대표적인 복지정책인 셔틀버스도 일부 노선만 제외하고 대부분 없어졌다. 익명게시판과 동호회도 없어졌다. 메신저 프로그램을 못 쓴지도 오래됐다.”

최근 네이버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분당에서 만난 NF7330(네이버 본사 및 계열사 직원들 수천 명이 가입한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노동조합 조직을 추진 중인 한 네이버 직원의 별명)의 이야기다. 그는 ‘블라인드’에서 노동조합을 추진했다. 내막은 이렇다. 그는 2월 말 “노동조합을 만들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본사와 계열사를 통합한 노조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이 안에 200명이 넘게 찬성했다. 반대는 15명 정도에 그쳤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에 힘을 받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일주일 뒤 메일함에는 4통의 메일이 들어왔다. 언론보도가 나온 건 그때였다. “기사가 나온 뒤 ‘노동조합 지지’ 성명을 제안했는데 찬성이 10여명 정도였다. 1차시기는 실패했다.”

“상대적으로 노동조건도 나쁘지 않은 네이버”에서 노동조합을 제안한 사연은 이랬다. “핵심인력이었던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을 분리할 때도 소리 없이 진행됐다. 만약 천명을 정리한다 해도 잡음이 안 나올 조직이다. 야근 압박이 심해져도 사원협의회는 이름뿐이다. 직원을 대변 못한다. IT노동자를 위한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계속 생각해왔다.”

네이버 중간관리자의 압박은 ‘분사’ 이후 심해졌다. NF7330은 “제일 뚜렷한 게 야근”이라고 말했다. 중간 관리자급 간부들은 “일주일에 3일이라도 야근하자”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한게임이 소속된 NHN엔터테인먼트에는 출근 ‘압박’ 시스템이 생겼다. 그는 “출근시간이 10시에서 9시 반으로 당겨졌는데 지각을 해 출근카드를 찍으면 부장과 직원에게 ‘지각 알림’ 메일이 발송되는 식”이라고 전했다.

NF7330은 네이버에는 IT노동자만의 스트레스도 심하지만 정작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크고 작은 서비스 장애가 1년에 수십 건 일어나는데 그때마다 담당자들의 스트레스는 쌓이고, IT산업의 특성 상 프로젝트 기간이 중요해 일정에 맞추기 위한 야근이 심각하지만 사원협의회에 이걸 털어놓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까닭에 ‘블라인드’에는 종종 “너무 힘들다”는 한줄짜리 글이 올라온다고 한다. 그는 “단순히 바쁜 게 아니라 심적으로 지친 것이지만 회사가 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케어하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며 “회사는 애초 노동조합을 터부시하는 분위기였고, 셔틀버스 동호회 게시판이 없어져도 직원들이 아무 말을 못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핵심인력’ 위주로 변화 중이다. NF7330은 “네이버는 본사 직원보다 경력이 낮은, 좀 더 싼 개발자나 운영조직 인력을 뽑아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분사를 할 때마다 업무 전환을 하는 직원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힘들어하고, 나가는 사람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조직개편이 잦아 직원에게 스트레스가 쌓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국내 IT노동자의 종착지 중 한 곳이지만 IT산업의 특성 상 이직이 쉽다. 이런 탓에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온 적도 거의 없다. NF7330은 “사실 네이버와 다른 기업의 급여는 몇 백만 원 차이뿐이고, 회사에 불만이 있거나 직속상사와 트러블이 있으면 쉽게 회사를 떠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를 옮긴다고 해도 IT업계에는 노조가 거의 없어 마찬가지 문제에 부딪힌다”며 “내부에서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네이버에 노동조합이 생긴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목소리를 내야 개선할 수 있고,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1차 시기 실패 뒤, 그는 몇몇과 함께 2차 시기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곳에서 조언을 받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블라인드’에서는 화제였고 기사도 나왔지만 정작 회사에 모여 노동조합 이야기를 하는 직원들은 거의 찾기 힘들다”면서도 “여전히 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고 출근길에 웹툰 ‘송곳’을 보는 직원들도 많아 희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노동조합이 생기면 사회적 분위기가 바뀔 수 있듯이 네이버에 노동조합이 생기면 IT업계가 달라질 거다. ‘네이버도 야근하는데 우리도 해야지’라는 게 지금 업계 분위기다. 네이버 직원들은 동질적인 조직문화에 비슷한 일을 한다. 답답하지만 메일을 못 보낸 분들, 메일을 기다린다. 후회할 수도 있지만 자괴감은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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