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는 국내 언론들은 실종자 가족에 대한 취재가 어려울 정도로 신뢰를 잃었다. 정부 발표를 앵무새처럼 받아쓰면서 사건 발생 당일 구조자 수를 잘못 보도하는 집단 오보를 냈으며 박근혜 대통령을 띄우는 보도도 일부 눈에 띈다.

박근혜 대통령이 승객을 놔두고 먼저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에 대해 “살인자와 같다”고 발언했을 때 대다수 언론은 이를 단순히 전하는데 급급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박 대통령의 이 발언을 “지나치게 감정적인 발언”이라며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영국 가디언은 21일 “어린 아이들이 희생된 비극은 극심한 감정을 유발하지만 세월호 선원들에 대해 너무 쉽게 ‘살인자’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며 비판했다. 이 신문은 “번역의 복잡함과 문화적 차이를 인정한다고 해도 ‘살인자’란 단어는 눈에 띈다“고 했다. 


가디언은 산사태로 100명의 어린 학생들이 목숨을 잃은 영국 탄광마을 앨버밴의 비극을 소개하면 “누구도 부주의로 기소당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1987년 헤럴드 오브 프리 엔터프라이즈호가 벨기에 제브류헤에서 침몰돼 193명이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면서 “해당 선박의 선수문(승객들이 여객실에 드나드는 문)을 제대로 닫지 않은 승무원보다는 과정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선장과 선원에 대한 실종자 부모들과 대중들의 처벌 요구를 막는 건 불가피해보이지만 책임과 의미라는 보편적 질문을 다시 던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또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 대통령의 대처를 신랄하게 꼬집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사고 엿새만에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선원들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살인과도 같은 행태”라고 말하며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민형사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가디언은 이 발언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서양국가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는 국가적 비극에 이렇게 늑장 대응을 하고도 신용과 지위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국가 지도자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 영국 가디언 21일자 기사
 
월스트리트저널(WSJ)도 21일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발언은 사고 초기 (구조자 수 집계 등) 오보와 느리고 분별력 없는 대응으로 비판받은 정부의 재해 대처에 대한 주의를 돌리기 위한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앞서 외신들은 정부를 향한 실종자 가족들의 불만을 수차례 보도했다. AP통신은 지난 19일 항의차 청와대로 향한 실종자 가족들을 경찰들이 막아섰던 상황을 보도하면서 “정부는 살인자”라는 가족들의 성난 목소리를 전했다. 아들이 실종된 이아무개씨는 “우리는 지시가 이행되지 않고 아무 것도 진행되지 않은 이유를 책임 있는 사람으로부터 듣길 원한다”고 AP 통신측에 말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시각) “정말 정부에 화가 난다”는 실종자 가족 곽아무개씨의 비통함을 전했다. 곽씨는 “내 딸 없이 사는 건 아무 의미 없다”고 말했다.

한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 17일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며 “어제(16일)부터 그렇게 사정하며 정확히 있는 그대로 보도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국내방송사는 어느 곳도 그렇게 한 것이 없다”라며 “그래서 국내방송사 모두 제외하고 알자지라와 덴마크방송만 따로 불러 인터뷰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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