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아침부터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는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차지했다. 그의 아들인 정 모씨가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에 항의하는 유가족 등에 대해 “국민정서가 미개하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기 때문이다. 기자들의 취재가 들어가자 놀란 정몽준 시장 후보는 전격적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여론의 관심을 크게 받았다. 그의 아들 발언에 대한 비난은 물론 사과한 정몽준 후보까지 비난하는 기사 댓글과 SNS글들이 폭발적으로 넘쳐났다. 이런 인터넷 여론의 반응을 보았다면,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경선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던 그가 치명상을 입겠구나 하는 느낌을 누구나 받았을 것이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하지만 기자는 누리꾼들의 이 같은 반응이 정서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이성적으로는 맞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성인이 된 아들의 개인적 일탈 행위에 대해 아버지에게 책임을 묻는 ‘연좌제적’ 발상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씨의 발언이, 노동자들을 자기들이 먹여 살리는 현대판 노예쯤으로 여기는 재벌가의 ‘정서’가 정치사회적 문제에 그대로 투영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서적 판단의 영역일 뿐이다. 아들 정 모 씨는 올 2월에 고교를 졸업했다고 한다. 우리 나이로 20세다. 사실상 성인이 됐다. 성인의 발언에 그의 아버지가 법률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책임져야 할 일은 아니다.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는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아버지로서의 불찰이라며 사죄까지 한 것은 부모로서 도덕적 책임감이다. 아들을 감싸지 않고, 불찰이라고 사죄한 것은 그것이 진심이든 아니면 단순히 정치적 파장을 우려한 연기든 정치인으로서 정무적으로 적절한 처신이다.

오히려 그가 서울시장 예비후보로서 정작 아파해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그것은 정 후보 아들의 문제 발언이 있던 21일 그가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관련 주식들이 상당수 급락했다는 사실이다. 현대중공업이 제 2대 주주로, 소위 ‘정몽준 테마주’로 불리는 코엔텍은 485원(11.86%) 하락한 3605원에, 현대중공업은 1000원(0.48%) 하락한 209500원에 장 마감했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종합상사도 31,550원으로 전일대비 500원(1.56%)이 하락했다.

소위 이들 정몽준 관련 주들이 왜 떨어졌을까? 이는 정몽준 후보 아들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서울시장 경선과 그 이후 본선에서 그가 승리하는데 큰 지장이 될 것이란 우려를 반영한 현상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법한 일이다. 설사 다른 이유로 영향을 받았다 해도 시장과 언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서울시장 새누리당 경선에서, 아니면 본선에서 그가 이기든 지든, 그의 주식이 그의 선거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아들의 부적절한 발언의 여파로 드러나고 만 것이다.

만약 그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 그가 서울시장에 당선될 가능성을 높이는 호재가 나타나거나 만약 당선이 된다면 정몽준 관련 회사의 주가는 어떻게 될까? 국민들은 이런 합리적인 의문을 품는다. 물론 어느 정치인이든 ‘테마주’가 있을 수 있다. 정치인 테마주는 여야의 정치인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정 후보의 경우엔 그가 관련된 기업들이 서울시와 이해관계를 갖게 된다는 지적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가 10.15% 주식을 소유한 현대중공업 주식 문제가 야당과의 본선도 아닌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이미 쟁점이 되고 있다. 정몽준 후보와 경쟁하고 있는 김황식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정 후보가 보유한 현대중공업 주식과 서울시장직의 업무연관성을 문제 삼으며 주식처분을 압박하고 있다. 정몽준 후보는 “김 후보가 회사 걱정 안해도 된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정면으로 쟁점화 되는 것에 대해 극도로 피하려 하고 있다.

아들의 부적절한 발언 문제는 정몽준 후보가 사과도 했고 또한 성인이 된 아들의 문제라는 점에서 정몽준 후보의 이미지에 일시적 타격이 있겠지만, 그의 선거 행보를 끝까지 발목을 잡을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주식 처분 문제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것은 서울시장이라는 시민의 ‘공복’으로서 권한과 명예를 가질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재산을 그대로 지킬지, 공직자로서의 자격을 묻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정몽준은 어느 쪽을 선택할까. 선택하지 않고 뭉개면서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정몽준 새누리당 예비후보의 서울시장 도전에 ‘아들의 부절적한 발언’ 그 자체보다 ‘주가급락’이 상징하는 ‘현대중공업 주식문제’란 더 큰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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