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세월호 침몰 사고 닷새만인 20일 처음으로 팽목항을 찾았다가 탑승자 가족의 격한 항의를 받고 3시간여 만에 관계자 50여명에게 둘러싸여 쫓기 듯 팽목항을 떠났다.

이 장관은 세월호 탑승자 일부 가족의 상황 대책본부가 마련된 전남 진도 팽목항 가족 대책본부 천막에 처음 방문했다. 이 장관이 브리핑을 받기 위해 상황판 앞에 서자 한 탑승객 가족은 “야 내 아들 살려내”라고 격하게 항의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 장관 인근에 있던 가족들이 일시에 이 장관에게 몰리면서 이 장관은 가족들 사이에 욕설이 섞인 항의를 들었다. 가족들은 이 장관을 향해 “300명명을 죽인 살인마”, “왜 이제야 여기 왔냐”, “박근혜(대통령)도 보좌관은 안 데려 왔다”, “우리 이야기 안 들을거면 여기 왜 왔느냐”며 이 장관 주변으로 몰려들어 격하게 항의했다.


 
특히 이 장관이 실종자 가족에게 브리핑하러 천막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포즈를 취했다는 얘기가 돌면서 “인증샷 찍으러 왔느냐”는 항의까지 나으며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이주영의 브리핑 받으려고 들어오니까 실종자 가족 여성 한 명을 팔짱을 끼어서 사진을 찍기 좋은 모습의 포즈를 취하는 것을 봤다’고 한 실종자 가족이 말한 것이 삽시간에 번지면서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가족들은 이 장관과 수행원을 몸으로 막으며 이 장관이 팽목항에서 떠나는 것을 저지했다. 이 장관은 약 30여 분간 이어진 승강이 끝에 가족 대책본부 맞은 편 팽목항 대합실에 마련된 가족지원상황실로 몸을 피했다.

이 장관은 2시간 가량 가족과 대화한 후 약 100여 명 가량의 정부 공무원의 호위를 받으며 주자창까지 약 500여 미터를 빠져나갔다. 가족들은 이 장관을 향해 “어디 가느냐”, “내 아들 살려내라”고 울분을 토하며 이 장관의 앞길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과정에서 탑승자 가족 한 명은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이 장관은 주차 된 차 앞에서 ‘인증샷’ 주장에 대해 “저나 보좌관 모두 가족 누구와 인증샷을 찍거나 한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장관은 또 가족 대책위와는 “하루에 한 번 이상 브리핑하기로 했고 생존자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해명 보도자료를 통해 “이 장관은 기념 촬영 논란이 벌어진 장소에서 70여m 떨어진 곳에서 피해자 가족에 둘러싸여 일문 일답 중으로 상황과 전혀 무관하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동 트윗을 인용 보도하거나 무분별하게 눈 상에서 리트윗 할 경우 향후 강력히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 장관의 팽목항 행은 사고 닷새째인 이날 처음으로 이뤄졌다. 이 장관에 대한 가족의 격한 분노는 그동안 정부가 보인 무능한 대책에 대한 불만이 쌓인 게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또 장관급 책임자가 처음 팽목항을 방문한 것도 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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