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정부의 부실대처에 항의하고 있는 세월호 침몰 사고 가족들 가운데 가족 대표와만 면담을 마친 뒤 진도체육관을 빠져나갔다.

정 총리는 20일 오후 1시 전남 진도체육관에서 가족 대표 면담을 위해 방문했다. 진도체육관에 설치된 대형 화면을 통해 방송중 앵커가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침몰 사고 가족과 만나기 위해 지금 막 진도체육관에 도착했다’고 언급하자 체육관에 모여 있던 가족 사이에서는 “어디 있느냐”, “거짓말 하고 있다”는 항의가 쏟아졌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1시를 조금 넘긴 시각 체육관에 도착했다. 정 총리는 체욱관 2번 게이트와 3번 게이트 뒤편 준비실에서 가족 대표만을 만나고 돌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가족 대표만 만난 이유에 대해 정 총리-가족 대표 면담에 배석했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가족과 직접 만났다”며 “가족 대표들과 합의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실종자 가족들이 20일 오후 면담을 하는 동안 출입문이 닫혀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장관은 또 인양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느냐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도 다 나왔다”며 “정리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앞서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전 1시께 진도체육관에 있다가 정부의 늑장대응에 항의하며 청와대를 방문하겠다고 나섰다가 경찰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정 총리는 경찰에 막힌 가족들이 요청을 받고 현장을 찾았으나 가족들의 청와대 행을 만류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은 정 총리가 탑승한 버스를 막고 약 2시간 가량 이동을 저지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녹색당은 이날 오전 논평을 내어 “비통함과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청와대를 방문하겠다는 실종자 가족들을 안내하지는 못할망정, 불법으로 이동을 가로막은 이 정부는 정부이기를 포기한 것”이라며 “일반교통방해죄 등에 해당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녹색당은 정홍원 총리에 대해 “이번 사고의 대처과정에서도 심각한 무능함을 보였다”며 “가장 신속하게, 그리고 구조를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했어야 하나 그렇게 하지 못해놓고, 실종자 가족들의 청와대 방문을 막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그리고 불법적으로 경찰을 동원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가족들의 청와대 방문을 막는데 보인 의지만큼 실종자 구조에 대한 의지가 있었는지를 묻고 싶다”며 “정 국무총리는 무능함과 무책임함만으로도 총리 자격이 없으며, 대통령의 눈치를 보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 총리를 두고 “이번 사고의 현장 대응이 마무리 되는대로 사퇴해야 한다”며 “그리고 불법적으로 가족들의 이동을 막은 책임자들을 조사해서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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