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이 발생한 지 나흘째인 19일, 언론은 일제히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을 비판했다.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들이 애타게 실종된 이들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지만, 정부는 말을 계속 바꾸거나 거짓말을 하며 무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오락가락·우왕좌왕…‘거짓말’까지 하는 정부

사흘째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구조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해군과 해경이 실제 사고현장에 파견된 구조함 내에 수심 500m까지 잠수, 수색이 가능한 심해잠수구조정이 있었는데도 이를 투입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19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구조 현장에는 청해진함·다도해함·평택함 등 3척의 해군 구조함도 투입됐다. 청해진함에는 수심 500m까지 잠수해 수색이 가능한 심해잠수구조정이 있었지만, 사고 현장에 투입되진 않았다고 한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빠른 물살 때문에 사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의 ‘오락가락’ 행태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사망자와 구조자 숫자 집계가 계속 바뀌고 있다. 18일 중앙사고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세월호 탑승자를 475명에서 476명으로 정정했다. 구조자도 당초 179명에서 5명이 적은 174명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또한 실종자는 18일 오후 11시 기준 당초 268명에서 274명으로 6명 늘었다. 세월호에 탄 단원고 2학년 학생은 325명에서 323명으로 줄게 됐다. 세월호에 탑승한 일반인 승객 숫자는 3명이 늘었다.

중대본은 구조자 숫자가 바뀐 이유에 대해 많은 기관이 구조에 참여해 이송하는 과정에서 5명의 이름이 중복 기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정부와 관계기관이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들의 숫자는 물론 구조자 조차 3일 동안이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며 “중대본의 발표 내용이 전해지자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에 운집해 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 경향신문 1면
 

중대본은 같은 날 새벽 김민지양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뒤 주검을 목포에서 안산 한도병원으로 이송했고, 소식을 들은 김양의 부모가 안산으로 왔지만 시신은 김양이 아니었다. 중대본은 그 전날에도 사망자 신원을 정정한 바 있다. ‘박영인 학생’으로 알려진 사망자가 ‘이다운 학생’으로 확인됐다고 정정하고, ‘박성빈 학생’이라고 알려진 사망자 역시 ‘신원미상’이라고 밝혔다.

17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건넨 문씨의 딸도 실종 상태인데 구조자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문씨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에게 “딸이 구조자 명단에 있어서 아이를 찾으러 진도의 하수구까지 뒤졌다”고 하소연했고, 확인 결과 문씨의 딸 문지성 양은 실종자로 분류됐다.

국민일보는 “중대본은 그동안 탑승자·구조자 수와 사망자 인적사항을 잘못 파악해 수차례 정정하며 혼란을 ‘생산’해왔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역시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 함께 침몰하고 있다. 사망자와 실종자, 구조자의 신원이 수차례 오락가락 발표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 국민일보 1면
 

경향은 “해경이 작성한 구조자 명단에는 경향신문이 확보한 선사 측 선원명부(사진)에 없는 3명의 이름이 더 적혀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실종자·구조자 수 정정 발표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오류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세월호 선원 명부에는 선장을 비롯해 항해사, 기관사, 조리사, 매니저, 아르바이트까지 승무원 30명의 이름과 보직 등이 적혀 있었고, 해경이 정리한 구조자 명단에는 선원 22명이 구조된 것으로 나와 있다. 양쪽의 명단을 비교한 결과 해경에서 작성한 구조자 명단에 선원으로 분류된 최모씨(1956년생)와 오모씨(1994년생), 송모씨(1995년생)는 선원 명부에 없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구조상황의 혼선’이다. 사건 초기 경기도교육청의 발표 이후 ‘전원 구조’라는 오보가 나왔다. 하지만 이후 290명이 넘는 사람들이 생사가 불분명하다는 발표가 나왔다. 18일 오전 중대본은 잠수요원들이 선체 진입에 성공해 식당까지 진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후 1시경 해경에 의해 발표는 뒤집힌다. “식당 진입은 사실이 아니며 공기주입 작업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

중대본은 4시간 동안 모호한 태도를 보이다 오전 발표가 잘못된 것임을 시인했다. 오후 3시27분 “선내 진입 ‘성공’을 ‘실패’로 정정한다”고 짤막하게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발표 후 11분 뒤 해경은 다시 “구조대 잠수요원들이 세월호 2층 화물칸 앞에 진입해 문을 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입 실패가 성공으로 다시 뒤집힌 것이다. 해경은 화물이 너무 많아 밖으로 나왔고, 이후 선체 외부와 연결된 가이드라인이 끊어지면서 성공 14분 만에 철수했다고 말했다. 혼선이 계속되자 결국 정부는 이날 밤이 돼서야 브리핑 창구를 단일화했다.

서울신문은 “재난 관리를 총괄, 조정해야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전남 진도 여객선 침몰 3일째인 18일 선체 진입 여부를 두고 극심한 혼란상만 노출했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 역시 “관계부처 간 사고수습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면서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오락가락 발표로 실종자 가족들의 애간장만 녹인 꼴이 됐다”며 “여전히 구조·수색을 둘러싼 당국의 정보는 따로 돌면서 혼선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해경은 17일 선박 안에 공기가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며 생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공기를 주입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박준영 해수부 어촌양식국장은 17일 오후 “침몰 여객선에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장비들이 오후 5시 도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실종자 학부모들은 “어젯밤에도 두 차례 산소 공급이 됐다고 해놓고 이게 다 거짓말이란 말이냐”며 항의했다.

거듭되는 혼선 막으려면 ‘컨트롤 타워’ 있어야

이러한 혼선에는 ‘컨트롤 타워’의 부재가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동아일보는 “이번 사고는 발생부터 수습 때까지 정부의 허술한 재난방지시스템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며 “최초 해양수산부에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설치됐다가 다시 안전행정부의 중대본이 가동되고, 혼란이 계속되자 정홍원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를 설치키로 하는 등 ‘컨트롤타워’부터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동아는 중앙정부나 힘 있는 기관이 재난 수습을 지휘하는 대신 현장의 기관들이 지휘하는 ‘역발상’을 제안했다. 동아는 “세월호 침몰과 같은 대형 재난의 경우 현장의 상황판단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대형 사고의 경우 서울에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상황을 통제할 것이 아니라 지역 현장이 초동조치를 주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현장의 기관들이 중앙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초기에 잘 대처를 했으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진 않았을 것이란 뜻이다.
 

   
▲ 동아일보 1면
 

실종자 가족들 역시 대국민호소문을 통해 “아이들을 보러 현장에 도착했지만 현장에는 책임을 지고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정부의 컨트롤 타워 부재를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컨트롤타워로서 제 역할을 못했다고 밝혔다. 중앙은 “ 이번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중대본 가동은 신속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실제로 중대본이 가동된 것은 9시45분이었다. 전남소방본부 신고 접수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중대본 가동까지 무려 53분이나 걸렸다”며 “중대본 구성이 더 일찍 이뤄졌다면 세월호가 침수에서 침몰하기까지 140분간의 금쪽 같은 시간을 인명 구조에 더 많이 활용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앙은 또한 “중대본의 미숙한 초기 대응 에는 구조적 문제도 숨어 있다”고 말했다. 중대본 본부장인 안행부 장관을 비롯해 중대본 조직의 20명은 모두 안행부 공무원들이다. 중앙은 중대본은 전문성을 지닌 소방방재청이 맡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이름을 바꾸면서 또다시 개정된 재난기본법이 2월 7일부터 시행됐고 이 후로 안행부가 중대본을 맡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수색 상황에 대해 묻자 중대본이 “우리도 뉴스 속보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대답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무능의 극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재난 대응의 사령탑인 중대본에선 현장의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지 못했다”며 “현재 재난대응체계는 해경과 중대본 등 두 개 이상의 지휘체계가 존재해 혼란스럽다. 정부가 제대로 현장 상황에 대응하려면 총괄 책임자인 중대본부장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양ㆍ선박ㆍ기상 등 다방면의 전문인력이 현장에 배치돼야 한다”는 재난관리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 한국일보 4면
 

조선 “대한민국 政府에는 대통령 한 사람뿐인가” 한탄

조선일보는 정부의 무능한 재난 대처를 비판하며 ‘대한민국 정부에는 대통령 한 사람 뿐이냐’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공무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부실한 보고를 하고, 늑장을 부리다가도 대통령이 한마디하자 재빨리 움직였다고 밝혔다. 조선은 “세월호 침몰 사고 대응 과정에서 국민은 안중에 없고 대통령만 바라보는 일부 공직자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대한민국 정부에 대통령 1인만 있고 책임지고 일하는 관료는 보이지 않는다는 탄식이 실종자 가족은 물론 국민 사이에서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은 이러한 현상이 박근혜 대통령 리더십의 부작용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자꾸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핌)을 하게 되면 결국 시스템이 움직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선은 “시스템으로 국정이 돌아간다면 좋겠지만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민의 아픔을 자기 아픔으로 여기고, 당국자들을 비판하고 호통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우리 국민은 '흉년이나 물난리가 나면 왕에게 덕(德)이 없기 때문'이라는 정서를 물려받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 지도자처럼 시스템에 맡기고 팔짱 끼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등 전문가들의 발언을 전하며 박 대통령의 현장방문이 적절했다는 주장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조선일보 3면
 

실제로 지지부진하던 수색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고 현장 방문 이후 급진전됐다. 사고 현장 방문한 다음날인 18일 처음으로 선체 진입통로를 확보한 것이다. 한국일보는 “대통령이 나선 뒤에야 일이 진전되는 것에 한숨 쉬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역시 “더디게 진행되던 세월호에 대한 구조 작업이 침몰 3일 만인 18일 오후에야 선체 진입과 공기 주입이 이뤄지는 등 조금씩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 현장을 전격 방문해 구조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하고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질책한 뒤에야 각 부처가 뒤늦게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세월호, 운항규정 지켜진 것이 없었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청해진운항의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세월호 운항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을 보면 ‘해양 사고 기타 비상 상태 발생 시의 조치’(제14장)에서 이번 침몰 사고와 같은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의 행동 요령을 규정하고 있다. 한겨레는 “그러나 ‘인명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할 것’ ‘사고 시 사고 처리 업무는 모든 업무에 우선하여 처리할 것’ 등 원론적인 수준의 행동 지침만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세월호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 24명의 역할을 규정한 ‘비상부서 배치표’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선박의 비상 상황을 폭발, 퇴선, 해양오염, 인명구조, 비상조타, 충돌좌초, 기관고장, 대테러 등 8가지로 구분한 뒤 상황마다 승무원들의 역할을 배분했는데 ‘선원은 비상부서 배치표에 의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다’고만 규정한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또한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청해진해운은 회사 대표(최고경영자)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회사에 꾸려야 한다고 운항관리규정에 나와 있으나, 청해진해운 대표는 사고가 난 뒤 잠적했다가 여론의 지탄이 빗발치자 하루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4면
 

중앙은 지난 2월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청해진해운 외부감사보고서를 통해 청해진해운이 지난해 선장을 포함해 직원 130여 명의 안전교육 등 연수비로 총 54만원 밖에 쓰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중앙은 “사측이 통상적인 선박 내 비상 훈련이나 안전교육을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또한 청해진해운이 1990년대 부도가 난 세모해운의 후신(後身)이라고 전했다. 중앙은 “99년에 설립된 청해진해운은 유병언 전 세모 회장의 아들인 유대균·유혁기씨가 대주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며 유 전 회장은 기독교 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목사로 87년 종말론을 내세우며 신도들이 집단 자살한 ‘오대양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알려왔습니다]
이 기사와 관련, 기독교복음침례회는 기독교복음침례회 교단이 오대양 사건과 무관하며 유병언 전 회장이 당시 이 교단의 목사로 재직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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