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는 한국 언론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냈다.

오락가락한 정부의 발표도 문제지만 마치 오보 경쟁을 보는 것처럼 속보 경쟁의 폐단을 보여줬고 실종자 가족들을 취재할 때 보도 윤리 문제도 떠올랐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한국 저널리즘을 성찰해봐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사고 현장에서 언론은 실종자 가족의 공공의 적이 됐다. 불신은 급기야 기자들에 대한 폭력으로까지 이어졌다. 기자들은 수첩을 빼기고 멱살을 잡혔다.

대신 세월호 침몰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온 외신에 대해 실종자 가족들은 놀라울 만큼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 언론의 불신이 외신에 대한 신뢰로 옮겨간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국 언론은 접촉할 수 없었던 실종자 가족 대표 인터뷰는 외신을 통해 흘러나왔다.

침몰 사고 현장을 취재하고 있는 외신의 눈에 한국 언론은 어떤 모습일까.

19일 한창 화면 편집 등 프로그램을 제작 중인 유타카 요시다(46)씨를 진도 팽목항에서 만났다. 그는 30년 이상 된 TBS 간판 보도프로그램 '보도특집'의 디렉터를 맡고 있다. '보도특집' 프로그램 팀은 캐스터, 기자, 음성단장, 통역, 운전 등을 포함해 서울지국 인원과 현지 인원을 합쳐 20여명 이상을 진도 사고 현장에 파견했다.

유타카씨는 이번 사고에서 보여준 정부 대응과 한국 언론에 대한 문제점을 묻자 기다렸다듯이 거침없는 의견을 쏟아냈다.

유타카씨는 "한국 미디어가 주도적으로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고 있는데 정부 발표가 우왕좌왕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일단 발표 내용에 대해서 신중히 보도하자는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외신들 조차 정부 발표, 그리고 언론 보도로 이어진 내용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타카씨는 "일본에서는 정부의 발표가 혼란스럽지 않다. 사고가 나면 현지 경찰본부가 발표를 하고 통일된 형태로 내용을 발표하게 된다. 집계 발표의 오차 같은 것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며 "정부의 발표가 통일, 설정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저희는 팽목항과 진도 체육관을 오고가며 취재했는데 정부 수치와 언론 수치가 달라 양쪽 다 불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타카씨는 이번 사고의 대응과 관련해서도 가장 큰 정부의 문제점으로 구조자 집계를 들었다. 그는 "사고가 처음 났을 때 구조가 360여명이라고 발표하면서 나머지 100명 남짓의 인원은 배에 남아있고 충분히 구조 가능성 있다고 봤다"며 "그런데 번복을 해버리고 사상자가 300여명으로 집계했다. 결정적인 미스였다. 사고 전체의 성격을 바꿔버렸다.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타카씨는 한국 언론이 실종자 가족을 취재할 때 문제점과 관련해 "한국 언론이 시신이 도착했을 때 상당히 근접 촬영을 하더라. 나름대로 선을 지키려고 하겠지만 가족 분들과 감정적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다. 취재원의 근접 취재는 한국 언론의 자유를 나타낸 장점일 수도 있지만 사고 당사자와의 거리감은 민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TBS 보도특집 프로그램 디렉터 유타카 요시다
 

한국 언론이 카메라 플레쉬를 터뜨리며 실종가족을 자극하거나 상처가 될 수 있는 질문을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 같은 경우 유족이 있는 현장에서는 행정 관계자가 들어와서 기자와 취재원의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TBS의 경우 보도윤리 가인드 라인이 있고 강습회를 열어 구성원들이 문구를 읽게 하고 있다. 유타카씨는 "보도윤리확립 향상을 위해 제도적인 것도 필요하지만 인간력(인간성, 윤리의식)를 기자와 디렉터들이 갖추고 내가 이런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은 어떻게 느낄까하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일은 외신들의 눈에도 충격적이었다. 사고 현장 곳곳에서 실종자 가족과 기자들은 마찰을 빚었다. “언론을 믿지 못하겠다”, “실종자 가족의 입장은 전혀 전해주지 않는다”, “정부의 발표만 믿고 홍보를 해주고 있다” 등 실종자 가족으로부터 나온 발언만 보면 한국 언론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일본에서도 이런 일이 전혀 없는 것은 하지만 최근 대폭 줄어들었다. 과격한 케이스로 뽑을 수 있다"라며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알고 있지만 보도의 숙명이다. 가족들이 슬픔으로 가득해 폭력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취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해재난 사고가 많은 일본 입장에서도 이번 침몰 사고는 대참사에 가깝다. 사고 초기 대응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수두룩하고 사고 원인에 대한 의혹도 무성하다.

유타카씨는 “초기에 선장의 대응과 관련해 보도된 내용만 보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선내 촬영한 화면을 보면 상당 시간 도망갈 여지가 있었는데도 하지 못한 것으로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장이 경찰 조사를 받고 기자와 인터뷰를 보면 조류가 빨랐고 무작정 바다에 들어들면 패닉이 올 수 있다고 해명하던데 그런 위험성도 있지만 당시 침몰의 위험성이 컸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조감을 하는 역할이 선장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TBS 보도특집은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한국인의 의식 변화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유타카씨는 "일본 같은 경우 재해재난 국가이고 지진과 태풍이 자주 일어나 몇 만명이 숨지기도 한다"며 "하지만 이번 세월호 침몰은 재해가 아닌 사고다. 한국인들에게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희생을 준 사고는 엄청난 충격을 줬을 것이다. 한국인의 의식에 큰 변화를 줬을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집중해 보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일관계상 한국에 친근감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를 떠나 일본 사람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슬픈 감정을 가지고 있고 실종자들이 꼭 살아서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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