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이 불투명한 정보 공개로 실종자 가족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세월호 선체가 움직여 실종자 구조 여건이 어려워졌는데 현장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으려다 실종자 가족에게 강한 항의를 받은 것이다.

해양경찰청은 19일 진도군청과 진도 체육관, 진도 팽목항 3곳에서 동시에 브리핑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브리핑 내용이 문제가 됐다. 공식 브리핑 자료에는 조명탄 발사 수, 함정 투입 수 등 장비 투입 내용만이 담겨 있었다.

진도 팽목항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경찰청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구조 현장에 있는 실종자 가족으로부터 받은 문자를 공개했다. 문자는 "현재 배 상태는 오른쪽 옆면이 하늘로 향해있다. 에어포켓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내용이었다. 구조 작업 중 선체가 움직이면서 실종자를 구할 수 있는 출입구 공간이 없어져버렸다는 것이 실종자들의 주장이다.

해양경찰청도 가족들의 주장에 사실을 인정했다. 해양경찰청 이용욱 정보수사국장은 "배가 지금 기울여서 지면으로 10미터 내려가 있는 것은 실체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선체가 기울어진 이유에 대해 "어떤 것들이 결정적으로 (작용해)기울였는지 단정해서 말씀드릴 수 없다. 전문가들이 추후 규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해경의 발표를 듣고 "왜 진실을 속이려고 하느냐"라며 "배 자체가 기울였다면 오른쪽 출입구(구조 출입구)가 막힌 게 아니냐"고 분노했다.

실제 구조 과정 중 선체가 움직였다면 안에 있는 실종자들의 상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기존 진행됐던 구조 작업 상황도 바뀔 뿐 아니라 에어포켓(선내 공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국장은 "배는 좌우 대칭이다. 좌현이든 우현이든 바닥에 닿았더라도 마찬가지다. 진입이 불가능한 게 아니다. 공기 여부는 진입 과정에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 국장의 설명에 실종자 가족들은 격하게 분노했다. 가족들은 2~3일에 걸쳐 겨우 선체 오른쪽의 출입구를 확보해 구조 활동을 벌여왔는데 선체가 오른쪽으로 기울였다면 또다시 출입구 확보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해양경찰이 안이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 진도 팽목항에서 바라본 사고 해역 바다
 

분노가 커지자 이 국장은 다른 해명을 내놨지만 오히려 실종자 가족의 화를 키우는 결과가 됐다.

이 국장은 "배는 저희가 이 상태에서 반대쪽으로 (출입구를)뚫을 수 있고 선미 측 2, 4층에 길문이 있기 때문에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진입을 해야 하는 것"라며 "(기존) 진입통로는 완전히 막혔는지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진입통로가 막혔는지 확인해보겠다는 이 국장의 발언에 한 가족은 "말 장난하지 마라"라고 분개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전 4측 격실 부분에서 시신 3구를 육안으로 확인했지만 수습을 하지 못한 결과에 대해서도 해경을 비난했다.

이 국장은 "육안으로 확인해 창이 있어서 도끼로 찍었는데 견디는 시간이 수중 20분에 불과하다. (창이) 안 깨져서 못 꺼내왔다"고 설명했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일제히 한숨을 쉬며 해경을 비난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해역에 대규모의 기름유출이 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해경 측도 이에 대해 사실을 인정했다.

이 국장은 "기름 유출 상당부분이 발생해 방재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해상으로 기름유출이 발생했지만 선체 안에도 기름 유출이 되고 있다면 구조 작업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해양경찰은 선체 이동과 기름 유출 관련 내용이 브리핑에 포함돼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실종자 가족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브리핑이 어떤 내용으로 채워졌을지 의문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브리핑이 끝나고 "정부가 저기 있는 애를 죽였나", "첫날부터 (해경은) 아무 것도 안했다", "살인자야 살인자"라고 소리를 질렀다.

안산 단원고 2학년 000의 아버지라고 밝힌 실종자 가족은 "내 나라가 맞는지 의심스럽다"며 "살아있는 공간에 어떤 기술을 써서 도달해본 사람이 있느냐? 제2, 제3의 사고가 났을 때 그때도 국가 사람들은 임시방편을 할 거냐"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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