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많은 실종자를 낳은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감 강모씨가 숨진 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몇몇 인터넷 언론들은 강씨의 자살 소식마저 ‘검색어 장사’로 이용해 누리꾼들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 18일 오후 단원고 교감 강씨가 진도군 진도 실내체육관 인근 야산 소나무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강씨의 지갑에서는 손으로 쓴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 내가 수학여행을 추진했다.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 지역에 뿌려 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교사들은 강씨가 선박에 구조된 후 아이들을 남겨둔 채 자신만 구조됐다고 자책했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강씨의 죽음에 ‘안타깝다’면서도 구조도 중요하지만 강씨와 같이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누리꾼은 “단원고 교감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 구조되셨지만 책임감 때문에 서울로 못 올라가고 현장에 남으셨을 것”이라며 “생존자 증후군 위험이 높아 즉각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인데 매뉴얼대로 진행이 안 돼 이런 일이. 그런 분이 계시면 빨리 현장을 떠나게 도와주시길”이라고 말했다. 누리꾼 자로(@zarodream)는 자신의 트위터에 “단원고 교감의 자살은 연쇄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드시 24시간 누가 붙어 있어야하고 화장실도 혼자 가면 안 된다. 수시로 심리치료사가 이들의 상태를 체크하도록 해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한 누리꾼은 “자살은 남아 있는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께 더 큰 심리적 상처만을 남길 뿐이다. 복합외상이 된다”며 “서로를 의지하고 도움을 주면서 이 아노미를 헤쳐 나갈 수 있다. 살아남은 것은 잘못이 아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몇몇 언론은 이런 상황에서도 ‘검색어 장사’를 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강씨의 자살 소식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 별 내용도 없는 다량의 기사를 쏟아낸 것이다. 누리꾼들의 가장 심한 질타를 받은 곳은 MBN이었다. MBN은 18일 오후 5시 45분 <[세월호] 엑소 앨범 발매 연기…“단원고 교감 자살”>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서 MBN은 “엑소(EXO)가 앨범 발매를 연기한 가운데 구조된 단원고 교감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 MBN 온라인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서로 아무 관련도 없는 엑소와 단원고 교감 자살 소식을 엮어 만든 ‘어뷰징’ 기사였다. 기자 이름도 없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이 기사는 삭제됐지만, 누리꾼들은 기사를 캡처해 퍼 나르며 MBN을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오늘 MBN은 저널리즘의 금도를 고의적으로 내팽개친 어뷰징을 두 번이나 행했다”며 “하나는 홍가혜 인터뷰. 다른 하나는 노골적인 조회수 낚시인 ‘액소 앨범 발매 연기, 단원고 교감 자살’이란 제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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