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인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생존자 대부분이 중증도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의료진이 취재와 면회를 자제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의 치료는 적어도 4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 안산병원 차상훈 병원장은 18일 낮 병원 별관 지하에서 연 브리핑을 통해 “생존자들에 대한 심리 평가를 진행한 결과 대부분 7.8점에서 8점 정도로 나왔다”며 “지금은 조금 나아진 듯 보이지만 겉모습보다 우울증상이 높게 나오는 환자들이 절반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진은 “환자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초기에는 우울이나 불안 증상이 제일 많다”며 “초기에는 감정적인 마비 증상을 보이며 사고 자체를 잊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고, 안정이 된 이후에는 사고를 회상하며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따라서 충격을 상기시킬 수 있는 대화 등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의료진은 “가족·친구와 접촉을 하게 되면 사고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기억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며 “말을 시키기보다는 같이 있어주는 것에 집중해달라”고 밝혔다.

   
▲ '마지막 탈출자' 김성묵(37)씨가 17일 오후 3시 30분께 안산 고대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사진=이하늬 기자
 
의료진은 이날부터는 면회 자제도 요청했다. 이들은 “오전 학부모, 학교관계자 등이 모인 자리에서 면회 자제를 요청했다”며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과의 대화는 감정 해소에 도움이 되지만, 먼 친척 등의 방문과 질문은 당사자들의 회복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취재진에 대해서도 차 원장은 “현재 학생들은 안정을 요하는 상태로 자극이 있을 경우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며 “언론 취재진의 과도한 접촉은 해가 된다. 전국민적 관심 속에서 사고가 실시간으로 조명되고, 환자들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2차 외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은 생존자나 보호자의 증세가 심할 경우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알렸다. 의료진은 “보호자들, 특히 어머니들과 상담을 해보니 대화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우는 분들이 있었다”며 “우울하거나 흥분할 경우 병원 밖이라도 언제든지 의료진에게 알려달라”고 말했다.

현재 해당 병원에는 단원고 학생 72명과 교사 1명, 일반승객 3명 등 총 76명이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의료진은 “통원치료를 받겠다고 했던 학생도 다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생존자들의 치료는 적어도 4주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개인에 따라 1년 이상 장기화 될 가능성도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