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회장 황창규)의 명예퇴직 압박이 극에 달하고 있다. KT는 최근 명예퇴직을 거부한 잔류 희망자 전원을 타 지역으로 내보내고, 직렬과 성별에 관계없이 케이블 포설 및 통신구 정비 작업 등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각 지사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작업은 맨홀에 들어가고 전신주에 올라 통신설비를 설치, 정비하는 일이다. KT가 명퇴 거부자들을 대상으로 불법인력퇴출프로그램(C-Player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는 이야기다.

18일 오전 전남지역 한 지사장은 직원들을 불러 모아 본사에서 내려온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전원을 타본부로 배치”하고, “매스영업 인력은 직렬 성별 상관없이 전원 케이블 포설 및 통신구 정비, 도급비 절감 분야에 투입”한다는 게 지사장이 전달한 내용이다. 그는 “(이 계획으로) 회사가 바로서야 하는 것”이라며 “공표한 내용은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본사 입장을 전달했다.

KT 새노조(위원장 조재길) 관계자는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것도 엄청난 협박인데 맨홀 작업을 강요하는 것은 과거 CP프로그램을 전 직원에게 확대한다는 이야기”라며 “노동인권을 짓밟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황창규 회장이 KT를 끌고 가는 방식은 사람들을 좌절시켜 퇴직을 종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KT는 명예퇴직 신청기간 중 서울에서 근무한 직원들을 경기도로 보내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밖에도 KT는 지사 차원의 ‘명퇴 종용’이 진행 중이다. 강서지사는 17일 명퇴 거부자 포함 전 직원에게 “짐을 싸라”며 박스를 줬다. 해당 지사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명예퇴직자들이 쌓아놓은 짐을 정리하라는 취지로 박스를 갖다둔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 지사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팀장들이 명예퇴직 거부자들에게 ‘다른 곳에 발령을 내겠다’며 짐을 싸라고 했고, 전부 짐을 쌌다”고 전했다.

노원지사는 명퇴 거부자들을 한데 모아놓고 ‘이석’(자리 비움)을 금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원지사는 개통·AS 등 현장기술 직원들을 지난 15일, 영업직을 18일부터 회의실에 집합시킨 뒤 업무를 주지 않고 있다. 그리고 “5분 이상 자리 이석시 부장에게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노원지사의 한 직원은 “사표를 안 쓴 사람들을 모았고, 직원들은 며칠 째 책을 보거나 눈을 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T는 오는 24일로 한 명예퇴직 신청 기한을 21일 오후 6시로 변경, 명퇴 신청 접수를 조기 종료한다. KT는 지난 8일 대규모 명예퇴직, 현장 업무 분사, 사내 복지 축소 등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일부 지사들은 자살 방지 목적으로 옥상을 폐쇄했다. KT는 지난 2009년에도 6천 명에 가까운 직원을 명예퇴직으로 내보냈고, 이후 사망자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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