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사건과 관련해 현장을 찾았고, 그에 앞서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지만 가족들로부터 “현장 구조나 신경 쓰라”는 항의를 받았다. 누리꾼들도 ‘보여주기식 현장 방문 아니냐’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17일 오후 5시 실종자 가족이 있는 진도체육관을 방문해 “잠도 못주무신 것 같은데 얼마나 걱정이 크시냐.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의 마음에 무슨 마음 드려도 답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방금 전 구조현장 둘러봤다. 모든 인력 동원해 수색에 최선 다하고 있다”며 “잠수요원이나 이런 것에서도 계속 시도하면서도 날씨가 좋지 않지만 저도 최선 다하도록 부탁해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방문에 앞서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이 진도체육관으로 가서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으나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남 의원은 “대통령께서 지금 현장에 방문하셨어요”라고 했고, 가족들은 “됐고, 언제 구조되는 거야”라며 항의했다. 한 가족은 남경필 의원의 마이크를 빼앗아 “아까 우리가 현장에 출발하려고 할 때 장비를 실으려고 하는데 못 실었다. 왜, 기자와 경호차들 외부차들 때문에 우리 구급대가 먼저 기다려야 하는데 못갔다”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의 사고현장 방문 장면. 사진=JTBC 뉴스 캡쳐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보여주기식 현장 방문하지 말고 구조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방문하자 언론들이 일제히 박 대통령의 방문을 생중계했다. 한 누리꾼은 “세월호 침몰상황에서, 박근혜가 할 수 있던 최선은 무엇이었을까? 의전으로 분주한 현장방문이 아니라 대통령 전용헬기 급파해서, 단 한 명의 인명이라도 살리는 조치를 했어야 한다”며 “사진 찍으러 다니는 것도 정도껏 해라”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유가족들을 만났고 그 중에는 5살 권모양도 있었다. 울고 있는 권양을 어루만지는 박 대통령의 사진이 언론에 공개됐다. 권양의 부모와 오빠는 현재 실종 상태이며, 혼자 구조됐다. 권양은 며칠 전만 해도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쇼크성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가족이 실종된 상태에서 충격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아이가 왜 그곳에 있냐며 대통령 홍보에 이용된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후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의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방문, 부모가 모두 실종된 한 어린이의 뺨을 어루만지며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누리꾼은 “세월호에서 구조된 6살 소녀, 병원에서 쉬고 있다던 아이가 왜 체육관에서 박근혜와 사진을 찍었을까. 설마 사진을 위해 데려왔다는 악마 같은 가설을 믿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청와대 홍보실은 박근혜 대통령 홍보 기회로 삼는가?”라고 지적했다.

   
 
 
한 트위터리안은 “방통위는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선정적인 보도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보도는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며 “그걸 아는 사람들이 부모 잃고 쇼크 상태인 ‘아기’를 박근혜 쇼에 동원하나? 그보다 더 ‘선정적이고 사생활 침해’가 뭐가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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