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전남 진도에서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안산 고대병원에는 단원고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해당 병원에는 침몰 사고로 숨진 단원고 학생 3명의 시신이 안치돼 있고, 해당 학교 학생 70명과 교사 1명이 진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기자들의 접근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7일 오전부터 저녁까지 안산 고대병원에는 친구와 선후배를 찾는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고동색 교복 차림의 학생들은 생존자를 찾아 응급실을 방문하고, 이어 숨진 권오천, 임경빈, 정차웅 학생의 빈소를 찾았다. 학생들은 친구의 영정 앞에서 울음을 참지 못했다. 유족들도 “경빈이가 가버렸다. 착하고 잘생긴 우리 경빈이 어디로 가버렸냐”며 오열했다.

여객선에서 구출된 학생도 환자복에 링겔을 꽂은 채로 친구의 빈소를 찾았다. 이아무개 학생은 “사망한 3명과 모두 같은 반”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군은 빈소에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서만 서성이다 응급실로 다시 발길을 옮겼다. 그는 아픈 몸에도 계단을 이용했는데 “(엘리베이터 앞에는) 기자들이 있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이군 뿐만 아니라 취재진에 대한 현장의 반감은 컸다. 몇몇 학생들은 뒷모습을 찍는 취재진에게도 “사진 찍지 말라”며 소리를 질렀고, 장례식장과 응급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취재진을 피해 후문과 옆문을 이용해 이동했다. 한 학생은 미디어오늘에 “(기자들의 취재가) 정말 기분 나쁘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안산 고대병원에 마련된 권오천 학생의 빈소. 사진=이하늬 기자
 
이 같은 분위기 탓인지 병원 응급실과 장례식장 앞에 취재진이 모이긴 했으나, 무리한 취재 시도로 인한 갈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병원이 공식적으로는 ‘취재 통제’ 방침을 밝히기도 했으나, 사실상 모든 사람의 출입을 통제할 수는 없기에 마음만 먹으면 취재가 가능함에도, 대다수 기자들은 장례식장과 응급실로비에서 대기중이었다.

이에 대해 현장 기자들은 “욕 먹을만 하지만 취재진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지 A기자는 “16일 JTBC건도 있고, 기자들도 반성하는 것”이라며 “오전에 시신 3구가 병원에 이송됐을 때만 잠시 혼잡이 빚어졌고 이후에는 기자들도 조심하는 분위기다. 취재시도를 하다가도 거부당하면 바로 중지한다”고 말했다.

사진기자인 B기자도 “사건의 자극성을 부각하기 위해 ‘꼭 찍을거야’라는 분위기보다는 조심하는 사진기자들이 많다”며 “찍으면서도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빈소 촬영이 가능한 상황이 왔지만 촬영하지 않았다. 인터넷매체 C기자는 “생존자나 유가족 심경을 듣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고싶다”라며 “당사자가 어린 학생이라 심리적 충격이 클 것이다.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C기자는 “안산 고대병원에는 홍보팀이 있긴 하지만 가족대책위 등은 아직 꾸려지지 않은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기자들이 다가갈 수 있는 건 결국 유족이나 생존자 등 당사자 뿐이다. 또 언론 입장에서는 한 마디라도 더 듣고 싶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언가를 보도해야 하는 언론사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국 D기자도 “충분히 욕 먹을만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상파 방송국 E기자 역시 “인간적으로 정말 하기 싫다. 유족 인터뷰가 어떤 공익적 가치가 있을지 의문스럽다”면서도 “그래도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고 회사 방침이 있으니까 따른다”고 말했다. E기자는 “사망학생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참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 '마지막 탈출자' 김성묵(37)씨가 17일 오후 3시 30분께 안산 고대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사진=이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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