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해상에서 학생 447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몇몇 인터넷 언론들이 검색어 장사를 노린 기사를 포탈에 쏟아내며 누리꾼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오죽하면 네이버가 나서서 언론사들에 자극적인 편집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16일 오전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인근 해상에서 수학여행을 떠나던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 등 447명이 탑승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2명이고, 실종자는 296명이다.

초유의 여객선 침몰 사고에 청와대와 여야는 물론 국민들의 시선이 쏠렸다. ‘진도 세월호’와 관련 검색어들이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누리꾼들도 관련 뉴스에 주목했다. 관심이 쏠리자 언론들도 속보경쟁에 돌입했다. 오전 수많은 언론사들이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오보였다.

속보경쟁에 이어 어뷰징 기사도 쏟아지고 있다. 세월호 관련 검색어가 계속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자 언론들이 자신들의 인터넷 기사가 검색어에 걸리게 하기 위해 세월호 침몰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네이버가 나서서 “자극적인 편집을 자제해 달라”고 밝히고 나섰다. 네이버는 뉴스스탠드에 뉴스를 제휴하는 언론사들에 보낸 메일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참고요청>을 통해 “오늘 오전 진도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심각한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뉴스스탠드 내 관련 기사에 대한 이용자 항의도 다수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 네이버가 뉴스스탠드 제휴 언론사들에 보낸 메일 갈무리
 
네이버는 “국가적 재난사고에 대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편집에 대한 항의 및 피해 학생들과 가족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자극적인 편집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 다수”라며 “뉴스스탠드 운영에 참고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 <‘세월호 참사’에 언론 ‘전원 구조’ 오보…어뷰징 경쟁까지>

누리꾼들로부터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기사는 이투데이에서 나왔다. 이투데이는 오후 2시 40분 경 <타이타닉·포세이돈 등 선박사고 다룬 영화는?>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투데이는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유족과 관계자들의 비통함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선박 사고로 화제를 모은 영화들이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며 타이타닉, 포세이돈 어드벤쳐 등의 영화 내용을 소개했다. 이번 사고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전형적인 어뷰징 기사다.

이투데이는 또한 오후 2시 55분 <[진도 여객선 침몰] SKT, 긴급 구호품 제공·임시 기지국 증설 “잘생겼다~잘 생겼다”>라는 기사를 내보낸다. 누리꾼들은 커뮤니티로 이 기사를 퍼나르며 ”사람 죽어 가는데 ‘잘 생겼다’? 생각 좀 하고 기사 써라“ ”이런 카피를 뽑으려면 뇌 구조가 어때야 할까?“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 15일자 이투데이 기사 갈무리.
 
   
▲ 15일자 이투데이 기사 갈무리.
 

논란이 커지자 이투데이는 이 두 개의 기사를 삭제했다. 이투데이 온라인뉴스부 관계자는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긴박한 상황에서 미흡하게 기사가 나간 부분이 있었고, 독자들의 (안 좋은) 반응이 커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조선닷컴이나 동아닷컴 등 인터넷 언론들은 ‘보험 가입 현황’에 주목하는 기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온라인판 뉴스 조선닷컴은 <세월호 보험, 학생들은 동부화재 보험, 여객선은 메리츠 선박보험 가입> 기사에서 “세월호 보험 소식에 네티즌들은 ‘세월호 보험 그래도 다행이다’, ‘세월호 보험 여행자 보험의 중요성을 느꼈다’, ‘세월호 보험 이 문제가 아니지 않나?’, ‘세월호 보험 불행중 다행’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최진순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재난사건 사고에 대한 온라인 뉴스 차원의 가이드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보도에는 단계가 있다. 재난사고의 경우 실종자나 사망자 숫자 등 팩트부터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며 “그런데 관련 영화를 다룬다거나 보험금 등 사후에 다룰 수 있는 주제에 주목하는 식으로 기사를 쏟아내는 행동은 재난 사고시 온라인 뉴스 대응에 관한 내부적인 프로세스가 마련돼 있지 않은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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