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2년 30대 직장인 L씨는 포인트를 모으기 위해 수십여 편의 영화를 웹하드 사이트에 여러 차례 업로드했다. 영화 저작권자들은 L씨를 고소했고, 결국 L씨는 영화 11편에 대해 총 5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2. 2012년 미성년자 K양은 웹하드 사이트에 만화를 올렸다. 저작권자는 K양을 고소했고, 저작권자의 법률대리인은 합의금으로 550만원을 요구했다. 저작권자의 법률대리인은 아직 고소하지 않은 소설 3건이 더 있으니 합의하지 않으면 약 17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압박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합의하지 않은 K양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다만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K양에게 12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다.

남발되는 저작권 소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2013년 12월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오픈넷은 16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저작권법이 법무법인에 의한 합의금 갈취 수단이 됐다”고 지적했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른 고소 남발 현상은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저작권법 위반 사건 접수는 2005년 약 1만건에서 2013년 3만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법무법인들의 ‘합의금 협박 장사’가 극성을 부렸던 2008, 2009년엔 9만건을 육박하기도 했다.

   
▲ 대검찰청이 공개한 연도별 저작권법 위반사건의 기소, 불기소 비율(건수). 자료=남희섭 변리사
 
저작권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고, 웹하드 사용이 잦은 청소년들이 피소되는 사례도 많다. 실제 청소년 대상 저작권법 고소는 2011년 4577명에서 2012년 6074명으로 32.7% 증가했다. 2007년엔 블로그에 소설을 올렸다가 고소당한 한 고등학생이 부모에게 심한 꾸중을 들은 뒤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 저작권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도(저작권 지킴이 연수)가 도입됐고, 정부는 청소년 초범의 경우 사건을 종결하는 ‘청소년 고소장 각하제도’도 2009년부터 1년씩 연장하며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소년에 대한 고소는 줄었으나 근본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남희섭 변리사는 현행 저작권 침해 형사처벌 제도가 ‘합의금 장사’에 악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9년 ‘저작권 지킴이 연수’를 받은 7812명을 고소한 주체를 살펴보면 63%가 법무법인으로 과반수를 넘었다. 개인 저작자(17%), 신탁관리단체(14.1%), 기타(5.9%)가 뒤를 이어 법무법인이 고소 남발의 주체임을 보여준다.

   
▲ 2009년 ‘저작권 지킴이 연수’를 받은 7812명의 고소 주체. 자료=남희섭 변리사
 
그러나 저작권 위반 형사소송의 기소율은 매우 낮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5~2013년 동안의 9년 평균 기소율은 고작 7.35%이며, 같은 기간 평균 재판 회부율(구공판 비율)은 0.22%다. 실제 2008년 저작권법 위반 고소 약 9만건 중 정식 재판에 회부된 사건은 단 8건에 불과하다. 겨우 4.4%(3975건)만 약식재판에 넘어가고 나머지는 대부분 불기소 처분된 것이다.

남 변리사는 현행법은 피해규모 등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어, 경미한 침해 행위에 대해서도 고소가 남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의원의 개정안처럼 저작권물의 소매가격이 500만원 이상인 경우만 벌칙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변리사는 “저작권자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 되는데, 법무법인이 합의금을 뜯어내는데 검찰의 수사권을 악용하고 있다”며 “사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에 공권력을 악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작권물 소매가격이 500만원 미만인 경미한 사건은 형사가 아닌 민사로 가거나, 중재나 조정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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