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검진이 오히려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면? 16일 남윤인순 의원실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지적이 나왔다. 이들은 안전한 방사선 수치란 없기 때문에 의료방사선 또한 예외가 아니며 피폭량 규제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후, 한국에서도 식품 안전뿐만 아니라 공산품의 방사능 검사, 의료방사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검진을 받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의료방사선에 얼마나 노출되는지, 또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방사선이란 CT검사 등 질병의 진단, 치료 과정에서 노출되는 방사선을 의미한다.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의료방사선 피폭 문제는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연간 진단용 방사선 검사 건수는 2007년에서 2011년까지 5년간 35% 증가했고, 같은 기간 1인당 연간 진단용 방사선 피폭량도 0.93mSv(밀리시버트)에서 1.4mSv로 50%이상 늘어났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서울시내 소재 10개 병원에서 시행중인 종합검진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도 공개됐는데 이에 따르면 고급 검진일수록 피폭량은 증가했다. 조사를 시행한 이윤근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소장은 “기본검진의 평균 피폭량은 0.33m㏜인 반면 최고급 검진인 숙박검진의 평균 피폭량은 24.08m㏜”라고 지적했다. 이 조사는 지난 3월말 시행됐다. 숙박검진은 1박 2일 정도 병원에 입원해 검진을 받고,빠르게 결과를 알 수 있는 검진으로, 평균 5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고가검진으로 분류된다.

   
▲ CT촬영. 사진=flickr
 
같은 검진임에도 병원마다 피폭량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A병원 숙박검진 피폭량은 14.6m㏜인 반면, B병원 숙박검진 피폭량은 30.8m㏜에 이른다. 2배 가까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 소장은 “사실상 검진에서 발생하는 피폭량이 관리 가능하다는 증거”라며 “제대로 된 병원은 CT촬영 전에 초음파 검사를 먼저 한다. 무작정 CT촬영부터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방사능물질은 미량이라도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주영수 한림의대 교수는 “방사선 노출량이 0일 때만 그로 인한 발생률이 0이고, 피폭량이 조금씩이라도 증가하면 암 발생률도 조금씩 증가한다”며 “문제는 건강한 사람들이 암을 조기진단하기 위해 건강검진을 하는데, 이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암 발병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안전한 피폭량이란 없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결국 정부가 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장은 식약처의 ‘국민 개인별 맞춤형 방사선 안전관리 계획’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CT촬영 시 발생하는 피폭량을 기록, 관리해 개인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잘 정착된다면 불필요한 CT재촬영 등의 문제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병원을 옮기면서 30일 내에 CT를 다시 촬영하는 비율은 20%에 이른다.

김형수 식약처 방사선안전과장은 “민관 협치를 통해 환자 개인의 누적 피폭량을 국가가 관리해, 의료기관에 정보공유 및 환자의 알권리 충족을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과장은 고지 의무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록으로도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환자가 알고 싶다고 하면 고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하지만 의무화는 주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의무사항이 없는 이런 사업이 실효성을 갖고 시행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환자들이 병원에서 피폭 위험성에 대해 설명을 듣거나, 불필요한 검사를 거부하거나, 보호장비를 요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이는 그동안 정부의 관리부실 속에 방치되어온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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