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추천 상임위원 1명이 임명되지 않아 여야 3대 1로 파행 운영 중인 3기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16일 오전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방통위는 우선 새누리당 추천 허원제 위원을 부위원장으로 호선한다(비공개 의결 안건). 이밖에도 상임위원들은 3기 정책과제 및 향후계획, 11개 법정위원회 구성 현황,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 등을 사무처 실무자에게 보고받는다. 반쪽짜리 위원회로 굵직한 방송정책들을 의결하고 논의하는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강성남)은 16일 전체회의 전 성명을 내고 “지켜야 할 최소한의 형식과 절차마저도 깡그리 무시하는 이른바 ‘폭주 역주행 위원회’로 굴러 떨어질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의제로 올라온 현안 하나하나가 모두 향후 3년 동안 대한민국의 방송통신 정책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고도 민감한 현안들”이라며 “문제는 이같이 ‘중요한 현안’들을 여당 추천 인사들만 참석하는 이른바 ‘그들만의 첫 상임위’에서 결정하려 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청와대는 야당 추천 상임위원인 고삼석 박사(중앙대 겸임교수)를 임명하지 않았고, 방통위는 파행 출범했다. 야당 추천 김재홍 위원은 이 같은 상황에서는 의결에 참석할 수 없다며 지난 14일 전체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특히 최성준 위원장은 ‘고삼석 박사 임명을 위해 뛰어보고 하루 빨리 방통위를 정상화하자’는 제안을 거부하고 전체회의를 강행했다.

언론노조는 “대체 무엇이 그리 급하고, 서둘러야만 하는 것인지 도무지 그 속내를 알 길이 없다”며 “그야말로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의 일방적인 역주행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그렇지 않고는 그토록 중요하고 예민한 방송, 통신 현안들을 여당 추천 인사들만 참석한 자리에서 무슨 군사작전 하는 것처럼 날치기 통과시키려 하는 행태를 이해할 길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열쇠는 최성준 위원장이 쥐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합의’를 통해 방통위를 운영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최성준 3기 방통위원장은 ‘합의제 운영 원칙을 지키고, 다른 상임위원들과 협의해서 정책을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반쪽짜리 방통위’가 결정한 모든 사안은 원천 무효”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의결을 강행할 경우 최성준 위원장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고 퇴진 요구를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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