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회장 황창규)가 특별명예퇴직을 거부하고 회사에 남길 희망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비연고지 직무전환 재배치를 진행하고 있다. KT는 지난 8일 ‘명예퇴직+분사+복지축소’ 등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고, 지난 10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한 바 있다. 이번 비연고지 직무전환 신청은 명예퇴직 압박용이라는 분석과 함께 KT가 재차 ‘해고’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KT는 사내전산망을 통해 ‘4월 8일 사업합리화 노사합의’에 따라 직무전환 재배치를 한다며 Mass영업, 개통·A/S, Plaza분야에서 일하는 잔류희망자에게 비연고지 중 희망근무 지역을 적어낼 것을 지시했다. 잔류희망 직원들은 16일 오후 6시까지 기존 근무지를 제외한 희망근무지를 3순위까지 정한 뒤 각 소속지사에 제출해야 한다. KT는 “지역고객본부 수요에 따른 적의배치로 희망지역 반영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예퇴직 신청 기한이 24일이라는 점에서 KT의 이 같은 조치는 ‘명퇴협박용’이라는 분석이다. 명퇴를 신청하지 않고 잔류를 희망하는 KT의 한 직원은 “구조조정이 있을 때마다 이런 프로그램을 실시했다”며 “16일 신청을 받고 24일 안에 본보기로 발령을 내면서 직원들을 겁준 뒤 명예퇴직을 종용하는 모습이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직원들이 겁을 먹고 퇴직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KT새노조 조재길 위원장은 “이번 인사는 회사를 잘 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을 퇴출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며 “이게 강압적 퇴직 위협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아이 딸린 여성 직원들이 울며 전화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우는 게 지금의 KT”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황창규 회장과 이석채 전 회장의 차이를 못 찾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석채 회장 재임 시절인 2009년에도 퇴직 신청과 비연고지 직무전환이 동시에 있었다. KT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이석채 회장이 6천여 명을 쫓아낼 때도 비연고지 발령을 가지고 협박했고, 심지어 대기발령까지 냈다”며 “명퇴 신청기간이 끝나고 대부분 없던 일로 취소됐으나 ‘사표 쓸래, 타 지역으로 갈래’라는 압박으로 마음이 약해진 직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조태욱 위원장은 “KT와 철도공사 같이 전국사업장의 공통점은 직원들이 인사발령에 민감하다는 것이고, 회사는 이를 무기로 이용하는 것”이라며 “비연고지에 발령을 내고 비관련업무를 줘 퇴사를 유도한 ‘부당인력퇴출프로그램’(C-Player프로그램)이 이번에도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CP프로그램은 이른바 ‘학대해고’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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