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이미지를 결합하면 사람의 기억력은 89%까지 향상된다. 그래픽은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개념 정리를 돕는 훌륭한 도구다.”(로버트 혼, 미국 스탠포드대 교환교수)

최근엔 교육 분야뿐만 아니라 보도에서도 인포그래픽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인포그래픽은 인포메이션과 그래픽의 합성어로 정보를 담은 그래픽을 뜻한다. 조선일보, 연합뉴스 등 주요 언론사들도 별도팀을 구성해 인포그래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포그래픽 보도만 전문적으로 하는 언론사도 등장했다. 2013년 7월 15일 창간한 비주얼다이브(Visual Dive)는 이미지와 영상을 활용해 보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언론사다. 온라인 광고대행사 가우리커뮤니케이션의 계열사인 비주얼다이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운영 등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비주얼다이브는 정부 부처, 연구기관 등에서 나온 정보를 요약한 후 시각화 작업을 거쳐 인포그래픽 기사로 만든다. 주로 여론조사기관 갤럽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공개한 자료를 활용한다.

콘텐츠 유통을 위해 비주얼다이브는 여러 채널을 활용한다. 기본적으로 비주얼다이브 사이트에 인포그래픽 기사를 올리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통한 유통에 더 공을 들인다. 기사가 이미지와 영상이기 때문에 SNS 뉴스피드에서 유통하기 수월하며, 독자들이 공유하기도 더 쉽다. 뉴스 소비 비중도 사이트보다 SNS가 더 크다.

8일 기준 비주얼다이브의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는 7만5000여개를 넘어 주요 언론사보다 더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6만5000개, 한겨레는 2만개 수준으로 페이스북에서는 비주얼다이브 구독자가 더 많은 것이다. 은종진 비주얼다이브 대표는 “인포그래픽은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뉴스 콘텐츠”라고 소개했다.

현재 비주얼다이브 직원은 17명으로 디렉터, 디자이너, 모션 디자이너, 사진기자로 이루어져 있다. 하루에 생산하는 인포그래픽 기사는 5~7개 정도다. 기사 형식은 일반적인 ‘이미지 인포그래픽’과 영상으로 구현한 ‘모션 인포그래픽’ 두 종류로 나뉜다. 주제와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인포그래픽은 3~5일, 모션 인포그래픽은 1~2주 정도 제작기간이 소요된다.

 

 

 

 

   
▲ 디지털다이브 인포그래픽
 

아직은 신생 언론사이지만 비주얼다이브는 인포그래픽 시장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건 기성 언론사들과의 기사 제휴다. 각 분야별 언론사 몇 군데와 무료 제휴를 맺어 공동으로 인포그래픽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한국일보, 중앙일보, SBS, 매일경제, 지디넷코리아, 디스패치 등과 제휴를 맺었다. 은 대표는 “한국에 인포그래픽 생태계를 빨리 열고, 독자들에게 비주얼다이브를 인식시키려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비주얼다이브의 최종 목표는 인포그래픽 콘텐츠가 모이는 미디어 플랫폼이다. 일방적으로 기사만 제공하는 언론사를 넘어 독자들이 인포그래픽을 만들어 올리고, 인포그래픽 거래까지 이루어지는 플랫폼을 꿈꾼다. 지금도 누구나 자신이 만든 인포그래픽을 비주얼다이브에 올리고 팔 수 있다.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오마이뉴스의 콘셉트와 ‘콘텐츠 장터’를 결합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해외 인포그래픽 플랫폼 비주얼리(visual.ly)의 콘셉트와 거의 비슷하다.

 

 

 

 

   
▲ 독거 노인 자살 현황. 이미지=비주얼다이브
 

은 대표는 “비주얼다이브는 통신판매사(콘텐츠 사업자)이면서 언론사“라며 ”하이브리드한 미디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포털과 정계 권력의 눈치를 안보기 위해서는 (언론사가) 자립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자체 플랫폼과 수익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단순한 텍스트 기사가 아니라, 기사를 콘텐츠화해서 유통하고 수익을 내는 게 앞으로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언론사가 가야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한편 초기 자본금 2000만원으로 시작한 비주얼다이브는 곧 증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액은 약 1억원이다. 지난 2월말 네이버와 기사검색 제휴를 맺었고, 사이트 트래픽은 하루 1만여 페이지뷰(PV) 수준이다.

 

 

 

 

   
▲ 직원 근속연수가 가장 긴 기업. 이미지=비주얼다이브
 

 

 

비주얼다이브를 창간한 은종진 공동대표는 가우리커뮤니케이션 대표도 맡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3일 서울 가산동 비주얼다이브 사무실에서 은 대표를 만났다.

- 비주얼다이브 창간 배경을 소개해 달라.
“언론 쪽 출신은 아니고, 2004년 9월 가우리커뮤니케이션을 (온라인 광고대행사) 시작해서 마케팅 업무를 10년 정도 했다. 디지털 마케팅 시대로 접어든 후 기업, 정부 일을 많이 하면서 인포그래픽을 접했고, 외국에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걸 재가공하면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뉴스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작년 7월에 가우리 계열사로 창간했다.”

- 기성 언론사와 제휴현황은.
“기존 언론사와 어떻게 상생할 수 있을까 기획 단계에서 고민했고, 각 분야 대표 언론사 몇 군데의 인포그래픽 제작 지원을 하게 됐다. 제휴사가 주제와 자료를 정하면, 우리는 시각화를 한다. 무료로 하는 이유는 인포그래픽 시장 자체를 키우기 위한 생태계부터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부분은 공생하려고 한다. 유니세프, 반크 등 다른 제휴사들은 사회 기부 차원에서 제작 지원을 하고 있다.”

- 자체 제작과 제휴사 공동 제작의 비중은.
“자체 기사가 70%정도로 더 많다. 보통 하루에 5~7개 기사를 만든다. 공동 제작은 제휴사의 규모 등에 따라 격주나 격월 단위로 한다. 제휴사가 데이터를 우리에게 보내면, 우리가 인포그래픽으로 제작한다. 최종 인포그래픽 기사는 두 매체에 모두 올린다. 다만 설명 글은 조금씩 다르다.”

- 수익성이 없는데, 왜 언론사들과 무료 제휴를 맺었는가.
“수익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생태계를 만들어서 시장을 키웠을 때 선도업체가 더 영향력을 얻을 것이라고 본다. 단지 눈앞의 수익보다 더 많은 독자나 새로운 형태의 개인 미디어도 만들어질 수 있다.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허핑턴포스트, 오마이뉴스, 위키트리도 그런 형태로 서비스하고 있다.

위키트리 등이 신 미디어의 1.5세대라면 우리는 한 발자국 더 나가서 시각화했다. 향후엔 구글 글래스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에 대응한 콘텐츠도 생각하고 있다. 텍스트 기사엔 한계가 있다. 이미지, 모션그래픽, 인포그래픽, 증강현실을 활용한 콘텐츠를 접목하려고 한다.“
 
   
▲ 은종진 비주얼다이브 공동대표
 

- 트래픽 현황을 알려 달라.
“방문은 하루 1만 페이지뷰(PV)정도다. SNS를 통해서 보는 독자가 많고,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은 많지 않다. 예전엔 링크를 통해 사이트 직접 유입을 유도했으나, 요즘엔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 직접 볼 수 있게 올린다. 2월 말엔 네이버와 검색 제휴를 맺었다.”

- 수익모델은 어떻게 되나.
“현재 광고수익은 거의 없고. 사이트 자체 PV가 많은 형태가 아니라서 제작 수익이 대부분이다. 장기적으로 보고 있으며, 내년쯤엔 글로벌 서비스를 하려고 한다.”

- 하루에 몇 개나 제작하는가.
“인포그래픽 기사는 평균 하루 5~7개 만든다. 기사에 따라 다르지만, 아주 빠르면 하루 만에 인포그래픽 기사 하나를 만들 수도 있다. 인포그래픽 제작대행도 해서 고객사 제작물은 3~5일 정도 걸린다. 모션그래픽은 제작에 1~2주정도 필요해서 한 주에 1개 정도 나온다.”

- SNS 유통 전략이 있나.
“전날 제작한 걸 출근시간 직전에 나오도록 예약 발행한다. 또 오후엔 퇴근 시간에 감안해 발행한다.”

- 비주얼다이브 사이트보다 SNS에 더 집중하는 이유는.
“일단 다음, 네이버 입점(기사 제휴) 조건이 까다롭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이쪽이라고 봤고, 포털에 종속되지 않더라도 자생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런 차원에서 페이스북(페이퍼)과 카카오도 새로운 (뉴스)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 비주얼다이브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 계획인가.
“지금도 독자들이 직접 만든 인포그래픽을 올릴 수 있는 커뮤니티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디자인 에이전시, 개인 디자이너, 프리랜서 기자 등이 자신의 콘텐츠와 사진을 포트폴리오처럼 올린 후 판매할 수 있다. 라이센스 판매 수익 배분은 7(제작자)대 3(비주얼다이브)이다. 비용은 이미지 20만원, 모션그래픽(영상) 4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올 하반기에는 비주얼다이브 사이트에서 직접 인포그래픽을 만들 수 있는 ‘에디터 툴’을 추가해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으로 리뉴얼 할 것이다. 외국엔 인포그래픽 제작자와 이용자(기업 등)를 연결해주는 비주얼리(visual.ly)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인포그래픽 플랫폼이 있다. 우리는 국내에서 일단 경험이 누적되면 글로벌로 나갈 생각이다. 에디터 툴을 만든 후 영어 작업을 하고, 장기적으로 중국어까지 가능하게 하려고 한다.“
 
   
▲ 비주얼다이브
 
- 비주얼다이브가 생각하는 미디어의 방향성은.
“저널리즘이 솔직히 제대로 되어 있는가. 정치권력과 유착 되어 있고, 자본의 논리에 휩싸여 있다. 기자들이 나름 소신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런 것들을 벗어나야 제대로 된 저널리즘이 될 것이라고 본다. 전제는 (언론사가) 자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체 플랫폼과 수익구조가 필요하다.

단순한 텍스트 기사가 아니라, 기사를 콘텐츠화해서 유통하고, 라이센스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게 앞으로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언론사가 가야할 방향이다. 조금 다르지만 일반 판매자들은 아마존, 옥션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상거래를 한다. 기존 언론사는 기사를 발행하는데, 우리는 (인포그래픽)기사를 콘텐츠로 보고 있다. 이 콘텐츠가 거래 돼야 자립할 수 있다고 본다.“

- 통신판매사와 언론사 사이에 경계가 애매하다.
“우리는 통신판매사도 맞고, 언론사도 맞다. 콘텐츠 사업을 하지만 언론사를 지향한다. 우리가 미디어냐? 이런 것도 모호하다. 중간에 하이브리드하게 있는 형태라고 보면 된다.”

- 뉴스와 기자의 상도 변하고 있다.
“제작자의 관점, 사업자의 관점이 아니라 독자가 정보를 얻고 가치를 느낀다면 그건 뉴스가 될 수도 있다. 꼭 뉴욕타임스에서만 정보를 얻는 건 아니다.”

- 미디어와 뉴스미디어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페이스북도 미디어로 시작했지만 뉴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보를 뉴스로 가공하면 뉴스 미디어로 활용되는 것이고, 백과사전 등 다른 형태라면 미디어가 될 수도 있다.”

- 현재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두 달 정도 후에는 인포그래픽 책을 출판하고, 가을쯤엔 인포그래픽 어워드와 컨퍼런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가 인포그래픽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기존 언론사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거니깐 우리가 성장하는 모습도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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