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노사가 대규모 명예퇴직 실시에 합의했다고 8일 밝혔다. 대상은 15년 이상 근속직원 2만3천여 명이다. KT는 민영화 이후 2003년 5505명, 2009년 5992명을 내보내며 ‘단일기업 최대 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해 왔다. KT는 또 다시 명예퇴직, 업무 통합 및 자회사 이관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사내 복지를 축소할 계획이다. ‘명퇴+분사+복지축소’를 결합한 것.

8일 KT는 “회사가 직면한 경영위기를 극복하려면 근본적인 구조 개선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는 데 노사가 뜻을 모은 결과”라고 밝혔다. 이번 명예퇴직을 합의한 KT노동조합(위원장 정윤모, 한국노총 소속)은 “노동조합은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한 채, 명예퇴직과 인사복지제도 개선 등 피나는 노력을 회사와 함께 시행하기로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KT 직원은 3만2451명(2013년 12월 말 기준)이다. 이중 정규직은 3만1592명, 비정규직 및 기타는 859명이다. 평균 근속연수는 19.9년이다. 1인 평균 급여는 6700만 원(비정규직 제외)이다. 명예퇴직 대상은 전체 직원의 70% 수준을 차지한다. KT는 8일 사내에 명예퇴직에 따른 특별퇴직금 조회시스템을 열어둔 상태다. 오는 10일부터 명예퇴직 신청을 접수한다.

이밖에도 KT는 2015년 1월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고, 50% 지원의 대학 학자금 지원제도를 아예 폐지한다. 중학교 학자금 지원제도도 폐지한다. 고등학교 학자금 지원은 현행의 3분의 2 수준으로 축소된다. 이밖에도 KT는 ‘근속년수 20년 이상’을 대상으로 매 분기말 진행하던 정기 명예퇴직제도를 아예 폐지하고, 사무/기술의 직렬도 통합한다.

KT는 ‘실 근속기간 15년 이상이며 정년 잔여기간이 1년 이상 남은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형과 재취업형을 제시했다. KT가 사내 시스템에 올린 공지사항에 따르면 KT는 Mass영업, 개통/AS, Plaza 분야 업무를 폐지하거나 이를 외부로 위탁한다. 명예퇴직자는 자회사에 2년 계약직으로 재취업할 수 있는데 연봉은 2500만 원 수준이다.

KT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미 지난해 실적을 ‘적자’로 공시한 순간 예견된 모습이고 인력 구조조정과 대규모 명예퇴직으로 인건비를 축소하겠다는 것은 민영화 이후 익숙한 행태”라면서도 “적자를 경영진의 책임으로 진단한 황창규 회장이 이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한다는 점에서 황 회장도 이석채 전 회장 등 이전 CEO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회사는 영업조직을 분사하고 AS조직도 전환배치해 일자리를 대폭 줄이겠다는 건데 이렇게 되면 일선 전화국에는 정규직이 아예 없어진다”며 “문제는 이 같은 구조조정이 통신비 인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양질의 일자리만 축소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쫓겨난 직원들은 실업자 아니면 비정규직인데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노총공공운수연맹 소속의 KT새노조(위원장 조재길)는 “지금의 KT 경영 위기는 유선 중심의 KT 사업구조에 따른 위기 이전에 이석채 비리경영으로 인한 일시적 성격이 훨씬 직접적인 것”이라며 “응당 KT 혁신은 이석채 체제의 청산이 핵심 과제이지만 황창규 회장은 엉뚱하게도 직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조정을 선택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KT노동조합은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않고 이 같은 합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노조는 “명예퇴직과 구조조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 복지축소마저 포함된 이번 합의는 한마디로 직원들로 하여금 나갈 수도 안 나갈 수도 없게 만드는 노동배신적 합의”라며 “나가도 죽고 남아 있어도 임금과 복지가 대폭 줄어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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