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학 구조개혁안에 따라 폐지와 통폐합 진통을 겪고 있는 예술대의 반발이 거세다. 서일대 등 예술대 학생들이 ‘수업 거부’ 투쟁에 나선 데 이어 예술대 교수들도 단체행동을 준비하고 있어 반발이 확산될 조짐이다.

예술대학 학회 총연합은 '예술대학 취업률 폐지와 생존을 위한 투쟁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안에 전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13일 취업률이 낮은 인문·예술계 학과 폐지와 통합 등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지난달 31일에도 대학평가에서 인문·예체능계열 취업률을 제외키로 한 약속을 어긴 서남수 교육부 장관 해임을 촉구해 왔다.

예술대학·학회 총연합은 오는 5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투쟁위원회를 발족하고 ‘취업률 철폐’와 ‘서남수 장관 해임’ 등의 내용을 담은 리본 달기 퍼포먼스 시위를 시작으로 차츰 투쟁 강도를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오세곤 총연합 의장(순천향대 연극무용학과 교수)은 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인문·예체능 관련 학과는 취업률로만 평가하는 것은 안 맞다고 얘기한 후 교육부 장관이 ‘대학평가 시 인문·예체능계열 취업률 제외 방침’을 천명했다. 하지만 9개월이 지난 지금 완전한 거짓말로 드러났다”며 “학생들과 교수들이 자해로 갈 수밖에 없는 굉장히 절박한 현재 상황이 너무도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서일대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학과 통폐합에 반대하는 교내 퍼포먼스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일대 문예창작과
 
오 의장은 “최근 서일대 사태에서 보듯이 교수들은 이 같은 흐름을 계속 감지하고 있었고, 학생들은 학교와 전혀 소통하지 못하고 일이 터진 다음에야 강하게 분노하고 있다”면서 “학교는 학생을 동등한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교수들은 학교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어 결국 교육부 지침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미 지난해 9월 나승일 교육부 차관이 ‘전문대는 예술계라도 취업률 적용에 예외가 없다. 전문대는 예술가를 키우는 곳이 아니다’고 발언하면서 심각한 우려를 자아냈다”며 “올해 교육부에서 정원감축 구조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취업률이 낮은 예술계 학과들의 목을 옥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지난 1월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에 따르면 4년제 대학과 전문대는 오는 2023년까지 9년 동안 3단계에 걸쳐 대학 입학정원을 총 16만 명 줄여야 한다. 아울러 대학의 특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대학평가를 정량·정성평가를 병행하는 절대 평가 방식으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모든 정부 재정지원사업 평가에 각 대학의 구조개혁 계획을 반영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오 의장은 “대학 정원을 몇 퍼센트 줄이느냐가 대학평가에 굉장히 중요한 가산점”이라며 “감축 규모가 7%라고 할 때 입학정원이 2000명이면 140명 줄여야 하는데, 모든 대학이 전 학과를 똑같이 줄이지 않고 지표(취업률)가 좋지 않은 학과를 줄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각 대학이 심사에 가산점이 있는 특성화 사업을 오는 4월까지 준비 중인데 앞으로 청와대와 국회, 정부와 접촉하면서 이것을 중단토록 요구할 것”이라며 “4대 국정과제인 문화융성 기조와도 역행하며 대통령 지시마저도 무시하는 교육부 장관과 차관 해임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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