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언론사 국제부가 다 뛰어들어도 이 정도로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뉴스페퍼민트에 대한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의 평가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임 센터장은 작년 말 “뉴스페퍼민트 독자들은 최고의 두뇌들이 신중히 골라내서 정성들여 번역해낸 최고의 콘텐츠를 편하게 즐기고 있다”고 극찬했다.

뉴스페퍼민트는 현직 기자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교수, 연구원들도 즐겨 찾고, 구독한다. 기존 언론에선 접할 수 없는 해외 보도가 번역뿐만 아니라 요약까지 되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한국 언론엔 없고 뉴스페퍼민트에서만 볼 수 있다는 ‘유일함’이 큰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원본기사를 직접 읽지 않는 이상 얻을 수 없는 정보를 뉴스페퍼민트는 매일 오전 7시(한국시간) 요약해서 메일로 보내준다. 영어기사를 읽기 어려운 이들에겐 무척 소중한 서비스다. 기성 언론의 국제부나 현지 특파원들도 해외 언론을 인용보도하지만 대형 사건이나 한국과 관련된 주제로 한정되어 있다. 게다가 번역이 틀리거나 핵심 내용을 잘못 전달하는 경우도 왕왕 존재한다.
 

   
▲ 뉴스페퍼민트
 

이처럼 뉴스페퍼민트는 접근하기 어려운 해외 보도를 읽기 쉽게 제공하면서, 틈새시장을 발굴했다. 예상외로 해외 언론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층은 상당히 많다. 또한 단신 기사 보다 깊이 있고 어려운 기사도 여럿 포함되어 독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지난해 말 한 독자는 뉴스페퍼민트를 ‘미국에 사는 친구’라고 표현했고, 또 다른 독자는 “창호지에 뚫은 구멍이다. 난 좁은 방 안에 있지만 구멍을 통해 밖을 내다보곤 한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뉴스페퍼민트는 미국 하버드 대학 전자과 연구원인 이효석씨가 주도해서 2012년 7월 만들었다. 같은 대학 박사과정인 유혜영씨와 송인근(다든 경영대 MBA)씨가 창간에 동참했고, 현재는 운영진이 8명으로 늘어났다. 기사는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6명이 1건씩 올리고 있다. 뉴스 카테고리는 크게 세계/인권, 정치/경제, 환경/과학으로 구분되어있으나, 실제로는 더 폭넓은 분야의 기사를 다룬다.

초기엔 대부분 10문장 안팎으로 짧게 번역했으나, 최근엔 분량이 상당히 늘어났다. 의외로 긴 글에 대한 호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효석씨는 처음엔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직장인을 주요 타깃으로 정했으나 점차 독자층을 넓히고, 단신기사 보다 ‘의미 있는 기사’를 번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그러나 한국인들에게 필요한 뉴스를 번역하고, 요약한다’가 뉴스페퍼민트의 운영 원칙이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BBC 등 영미권 주요 언론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네이처, 파퓰러 사이언스 등 전문분야 언론이나 개인 블로그의 좋은 글을 번역하기도 한다.

지난해 말 뉴스페퍼민트 독자들은 한 해외 블로그 글을 번역한 ‘학계를 떠나는 한 박사과정 학생의 뜨거운 질타’를 2013년 최고 인기 기사로 뽑았다. 당시 페이지뷰(PV)는 무려 15만 건을 기록했고, 페이스북 ‘좋아요’를 약 1만8000개(1일 기준)나 받았다. 원본 블로그 글의 페이스북 ‘좋아요’가 약 1만9000개인 것을 감안하면 현지 못지않게 한국에서도 엄청나게 읽혔다는 것을 보여준다.
 

   
▲ ‘학계를 떠나는 한 박사과정 학생의 뜨거운 질타’ 원본 블로그
 

뉴스페퍼민트는 지금까지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지만 소문을 타고 독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씨는 “하루 방문자가 7000여명 정도고, RSS 독자들은 약 2000명 정도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2013년 기준 독자 유입경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70%를 차지하고, 구글(13%)과 네이버(5%)가 그 뒤를 이었다. 독차층은 25~44세 남성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뉴스페퍼민트는 미디어를 통한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진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씨는 창간 배경에 대해 “영어로 된 좋은 글들이 번역되기 원했고, 이런 필요를 가진 분들이 더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리고 이런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모두에게, 특히 한국사회를 더 낫게 만들 수 있는 어떤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일 미국에 있는 뉴스페퍼민트 운영진 이효석씨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이씨는 일부 중복 질문에 대해서는 지난 해 말 나온 슬로우뉴스 보도를 참고해달라고 부탁했다.
 
   
▲ 뉴스페퍼민트 운영진 이효석씨
 
- 뉴스페퍼민트라는 이름을 선택한 이유는.
“페퍼민트라는 단어의 좋은 느낌, 그리고 뉴스페이퍼와 비슷한 발음 등의 이유가 있습니다. 이름이 중요하지만, 우리가 그 이름 위에 무엇을 쌓을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 현재 운영진 현황은.
“저는 현재 미국 하버드 대학 전자과의 연구원으로 있습니다. 2012년 7월에 유혜영님(하버드 정치경제학 박사과정, 케임브리지), 송인근님(다든 경영대 MBA 과정, 샬롯빌)과 뉴스페퍼민트를 같이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월에는 권채령님(방송사 PD, 서울), 주희상님(Zynga, 샌프란시스코), L님(의료 관련 기업, 샌프란시스코)이, 그리고 8월에는 배현욱님(하버드 도시계획 대학원 졸업, 서울)이 합류했습니다. 올 3월엔 팩트올 등에도 참여했던 신철우님(서울대, 서울)이 개발자로 동참해 현재 모두 8명의 운영진이 있습니다.”

- 운영진별로 직책이 있나.
“각자 독립적으로 매일 기사를 올리는 6명의 편집자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저희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구현해 줄 개발자가 합류했기 때문에 보다 조직화된 모습으로 바꿀 계획도 있습니다.”

- 운영진별로 담당하는 분야는.
“현재 저희는 세계/인권, 정치/경제, 환경/과학의 분야를 두고 각자의 전공과 관심사에 맞는 글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카테고리는 다양성과 검색을 위한 보조적 장치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영어로 쓰인 거의 모든 종류의 기사나 글을 우리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뉴스페퍼민트는 스스로를 언론이라고 생각하나.
“네.”

- 뉴스페퍼민트가 추구하는 미디어의 상은 무엇인가.
“감히 거창하게 말해보자면, 미디어를 통한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진보’라는 도덕 교과서적인 답이 떠오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개인들에게는 새로운 생각들을 통한 지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다른 세상의 모습들을 알려줌으로써 한국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뉴스페퍼민트 페이스북 페이지 팬 분석자료
 
- 주요 타깃 독자층은 누구이고, 왜 그들로 정했나.
“초기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출근하는 직장인과 같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염두에 둔다는 것, 또는 그런 생각을 공식적으로 말하는 것이 혹시나 누군가를 배제하고 그들에게 티끌만큼이나마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요즘 듭니다. (‘출근’이라는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고통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상징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희 사이트를 좋아하는, 또는 좋아할 가능성이 있는 그 누구나가 우리의 소중한 독자층입니다’라는 민망한 대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 번역할 해외 언론과 기사의 선택 기준은.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그러나 한국인들에게 필요한 뉴스”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6명의 편집자가 전적으로 모든 것을 알아서 하고 있습니다.”

- 운영진이 공유하는 번역, 편집의 원칙이 있나.
“요약하면 “저자의 의도가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었는가” 입니다. 현실적으로는 편집자가 새로이 합류했을 때를 제외하면 거의 서로 간에 간섭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 트래픽 현황은.
“트래픽은 서서히 성장해왔습니다. 하루 순방문자(UV)가 7000명 정도이며, RSS를 받아보는 분들을 약 2000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메일 수신자는 2500여명입니다.”

- 수익모델은 고민하지 않는가.
“물론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돈을 버느냐와 우리가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있느냐는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즉, 어떤 수익모델을 택하느냐가 곧 우리를 정의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수익모델이라는 것이 곧 우리와 독자라는 두 주체 사이의 관계를 결정하는 것인 만큼 수익모델 자체를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란 곧 ‘설득’과 ‘동의’를 통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보편적인 원칙 중의 하나인 ‘정의’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편리함’의 관점에서 ‘정의’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바로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 상당히 많은 분들이 RSS를 이용해 저희 글을 받아보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의 입장에서 RSS는 다소 모순적인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웹사이트에 광고를 넣는다면, 웹사이트에 접속해 글을 읽는 이들은 어쨌든 비용을 지불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수와 행동양식으로부터 체류시간과 같은 운영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게 됩니다.

그러나 RSS에는 광고가 없으며 RSS를 통해서는 사용자들의 정보도 얻을 수도 없습니다. 반면 RSS 사용자들은 이미 자신의 기기에 도착해 있는 글을 인터넷 연결과 무관하게,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읽을 수 있습니다. 즉 RSS 독자들은 가장 편리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제공받으면서도 어떤 비용도 지불하지 않는 것이고요. 이런 관점에서는 RSS 독자에게 보다 큰 비용을 청구하는 어떤 방법을 찾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즉 ‘정의’에 가까운 일로 보입니다.
 
   
▲ 뉴스페퍼민트
 
한편, 순수하게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정의’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밀턴 프리드먼은 “ ‘거래’의 가장 중요한 사실은 양쪽이 모두 이익을 본다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표현을 조금 응용해보면, 우리가 어떤 비용을 요구했을 때 이를 지불하는 고객들이야말로 우리로부터 보다 큰 즐거움 또는 이익을 얻고 있는 고객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가 우리의 정보에 가격을 매김으로써 독자를 ‘구별’할 수 있고, 구별된 독자, 곧 이를 지불하는 이들은 상대적인 독점권을 가질 수 있으며, 따라서 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큰 이익을 얻게 됩니다. 이렇게 ‘지불할 용의가 있는 독자들’에게 ‘우리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거래’라는 관점에서는 더 ‘정의’로운 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이런 논리들에는 다소 비인간적인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개인의 지불능력의 차이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즉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지만 충분한 여유가 없는 학생들은 어떨까요. 실제로 ‘소득불평등과 교육불평등’은 저희 운영진 중의 한 명인 유혜영님이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 주제입니다. 즉, 우리와 같은 소규모 매체가 이런 냉정해 보이는 흐름에 동참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곧바로 하게 되구요. 게다가 이런 여유의 차이를 굳이 고려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글을 간절히 원해주시는 그 자체가 이미 우리에게는 고마운 일이며, 그런 상황에서 ‘원한다면 돈을 내고 가져가라’는 말을 앞세우는 것도 뭔가 올바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지요.

다시 ‘정의’로 돌아와, 이런 다소 차가워 보이는 ‘정의’, 곧 여신 디케의 저울이 상징하듯이, ‘주는 것과 받는 것의 무게를 동등하게 만드는’ 그런 방식과는 다른 종류의 ‘정의’를 이야기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르크스의 말인 ‘능력대로 일하고 필요만큼 나누는’ 것이 그런 것입니다. 마르크스보다 먼저 러스킨은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라는 저작에서 그와 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읽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러스킨의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약 2천 년 전 예수가 이미 이런 정의를 설파했습니다.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는 예수가 아침부터 일한 일꾼과 나중에 온 일꾼에게 모두 같은 품삯을 준 일화를 의미합니다.

이런,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해 보이는 분배방식은 생각보다 넓게 퍼져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장학금 중 다수는 공부를 잘한(Merit-based) 학생이 아니라 가정형편이 어려운(Need-based) 학생을 위한 것입니다. 이는 복지 그 자체가 정의의 하나라는 당연한 사실과 함께(비록 대부분의 경우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겠지만) 복지가 번영이라는 더 큰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말해지는 현실에서 꼭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 뉴스페퍼민트 페이스북 페이지
 
따라서 이 ‘능력대로 일하고 필요만큼 나누는’ 인간적인 방식을 우리에게 적용해 본다면, 우리는 ‘지불할 수 있는 만큼 지불하고, 읽고 싶은 만큼 읽어라’는 원칙을 만들어 독자들에게 제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물론 많은 심리학 실험, 또는 역사가 알려주는 사실은 이런 이상적인 생각들이 생각보다 현실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문제일 것이구요. 그럼 이제 우리는, 이 두 가지 ‘정의’ 사이의 어딘가에 보다 나은 방법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즉, 적당히 ‘무게를 비슷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필요한 이에게 더 주고, 더 줄 수 있는 이에게 더 받는’ 그런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또 이런 ‘조절’을 독자층에 따라 다르게 가져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접근은 매우 복잡해질 것이고, 이를 실행하는 비용을 다시 따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바로 기술이 우리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편, 어떤 것을 밝히는 일 자체가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 누군가가 우리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 누군가의 상당수는 고마움을 덜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일이 우리가 독자들을 ‘징수의 대상’으로 분리할 때 일어날 수 있겠고요. 여기서 다시 투명성과 관련된 고려가 필요합니다. 한병철 교수의 '투명사회'에 관련된 논의가 있을지 모른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읽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거래 자체의 어려움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거래에 있어 구체적으로 옮겨가는 대상인 재화 이외에도 시간이나 노력, 귀찮음이라는 인지적 비용이 양쪽 모두에게, 그리고 온라인에서는 주로 지불하는 측에 존재합니다. 이런 거래비용이 높을수록 점진적인(Incremental) 혁신은 어려울 것이고요. 특히 한국에서 최근에 이루어지는 공인인증서 논란이 이 부분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곧 이런 거래비용을 최소화하여 즉각적인 지불이 이루어지게 만드는 것이 사회의 혁신에 필수적이라는 사실, 그리고 저희도 이것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언급하고 싶고요.

다소 말이 길었습니다만 정리하자면, 수익모델을 선택하는 것은 곧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며, 우리는 '정의'를 포함한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원칙하에서 이를 시도해 보겠다는, 다시 한 번 식상한 대답을 드리겠습니다.”
 
   
▲ 뉴스페퍼민트 독차층은 25~44세 남성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뉴스페퍼민트 갈무리.
 
- 저작권 등 법적인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있다. 현재는 비영리 사이트이지만, 수익이 발생하고 규모가 커진다면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닌가. 방안이 있는가.
“물론 문제가 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슬로우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길게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 내용을 짧게 말씀드리자면, 곧 제가 인터뷰를 통해 조언을 구했던 하버드 로스쿨의 요하이 벤클러 교수의 ‘우리의 모든 삶이 법적 판단 위에서 행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위법적일 수 있는 저희의 현재 존재에 대한 하나의 근거로 내세울 수 있다는 것과 동시에 모든 이에게 이익이 되는 적절한 선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는 두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사실 오늘날 IT 기술이 가져오고 있는 여러 산업의 재편이 주로 법적으로 모호한 영역에서 일어나는 것과, 저희가 직면한 문제가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이런 현상이 어느 정도는, 굳이 로비와 유착이라는 구체적인 기작을 들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기존의 법률은 기존의 산업을 보호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요.

예를 들어 공유숙박업 에어비앤비(AirBnB)는 최근 약 10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이 경우 기존 숙박업소에 요구되는 위생, 안전 법규들이 물론 고객을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사업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버(Uber)와 같은 공유운송업도 마찬가지고, 저희와 유사한 면이 있는 뉴스서비스 우마노(Umano) 역시 저작권과 관련해 문제가 있으리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결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어떤 방향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는 환경이 그 최적의 방향을 끊임없이 이동시키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때로 기존의 산업이 이를 충분히 쫓지 못할 때 새로운 비전을 가진 이들이 먼저 그 방향을 향하려 노력한다는 일반적인 사실을 말씀드릴 수 있겠고요.

한편, 이 자리에서 한 가지 밝히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희가 슬로우뉴스에서 밝힌 원칙 중, 한국에 합법적 동업자가 존재할 경우 그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중앙일보는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국내에 독점 보도한다는 기사를 냈고, 슬로우뉴스의 윤지만님이 ‘그렇다면 뉴스페퍼민트는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번역하지 않는 것이 옳지 않은가’라는 의견을 담은 글을 발표했습니다.

일단, 한 달간 저희는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번역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중앙일보에서 이를 담당하시는 분께 메일로 의견을 여쭈었고요. 그러나 지난 주부터 다시 뉴욕타임스를 하나의 잠정적인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세 가지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첫째, 우리가 뉴욕타임스를 다시 고려하는 이유는, 중앙일보가 명백히 뉴욕타임스의 기사들을 충분히 소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즉 한국인의 뉴욕타임스에 대한 수요가 현재 충분히 메꾸어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과 동시에 우리가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소개하는 것이 중앙일보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의한 것입니다. 둘째, 저희는 아직 중앙일보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저희는 이와 관련된 논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중앙일보에 소개될 가능성이 높은 칼럼들은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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