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전자신문이 전면전 돌입한 이유
삼성전자와 전자신문이 전면전 돌입한 이유
삼성, 갤럭시S5 기사에 정정보도 게재 요구… 전자신문 "언론 막으려 무조건 깍아 내려서야"

"삼성전자는 이미 세계 언론에서 주목하는 기업입니다. 대표이사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신중해질 필요가 있죠. 대표이사가 공식 발언한 내용이 하루도 안돼 뒤집히는 상황이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국내 언론뿐 아니라 외신 기자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요."(3월 28일 전자신문 소재부품가 사람들)

최근 삼성전자가 전자신문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면서 양측이 전면전에 돌입했다. 업계 대표 기업과 대표 신문이 한판 붙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자신문은 28일 지면을 통해 삼성전자에 각을 세웠다. 1면 머리기사엔 삼성전자 사장의 이름이 직접 거론된 <갤럭시S5 조기출시 신종균의 '虛언장담'>가 배치됐다. "신 사장이 '조기 출시는 없다'고 부인한지 불과 하루 만에 이를 뒤집고 통신사 주도로 조기 출시가 이뤄졌다"는 내용이다.

   
▲ 28일 전자신문 1면 머리기사
 
삼성전자 입장에선 '부정적인 기사'가 2, 3면에도 이어졌다. 전자신문 2면엔 경기도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에서 한 협력사 직원이 소방설비 오작동 때문에 숨졌다는 <오작동한 소방센서에 어이없이…질식사한 안전관리> 기사가 실렸다.

3면엔 갤럭시S5 조기 출시에 대한 관련기사가 연달아 2개 붙었다. <"나온다" "아니다"…'혼란폰' 된 갤S5, 초반 실적악화 우려>, <삼성-SKT, 출시 사전조율 있었나'>. 전자신문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동시 출시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서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라고 보도했다.

   
▲ 전자신문 소재부품산업부는 28일 19면에서 <"심기 불편하다고 '사실'이 '소설'됩니까>라는 제목으로 대놓고 삼성전자를 비판했다.
 
전자신문이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소재부품'면(19면)에 실렸다. 이 면을 담당하는 전자신문 소재부품산업부는 '소재부품가 사람들' 코너에서 <"심기 불편하다고 '사실'이 '소설'됩니까>라는 제목으로 대놓고 삼성전자를 비판했다.

"’기자들이 소설을 쓴다’ ‘사실무근이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소리가 나오냐’ 최근 삼성전자 경영진들이 기자들과 만나서 하는 쓴소리입니다. 가끔씩 터무니없는 루머성 기사로 마음 고생하는 심정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자신들에게 불편한 내용을 다룬다고 싸잡아 언론을 깎아 내리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네요."

   
▲ 삼성전자가 1면 정정보도 게재를 요구한 전자신문의 두 기사
 
삼성전자, 갤럭시S5 기사에 대해 1면 정정보도 게재 요구

삼성전자와 전자신문이 본격적으로 갈등을 빚기 시작한 건 1주 전 삼성전자가 정정보도를 요청하면서부터다. 전자신문은 지난 17일 소재부품면에 <출시 코앞 갤럭시S5, 카메라 렌즈 수율 잡기에 안간힘>라는 기사를 냈다. 이 기사에서 전자신문은 "현재 삼성전자의 렌즈 생산 수율은 20~30% 수준에 불과해 자칫 갤럭시S5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며 전자신문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해당 기사를 쓴 이형수 기자는 "기사의 팩트는 맞다. 그런 자신감이 없으면 삼성의 정정보도 요청서를 받은 후 후속기사를 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기자는 8일 후(25일) <삼성전자, 갤S5용 1600만 화소 렌즈 수율 확보 '산 넘어 산'>이라는 후속 기사를 썼다. 이 기자는 "17일 기사는 협력업체가 피해를 볼 수 있어서 뭉뚱그려서 썼다. 그런데 삼성이 100% 틀렸다고 해서 왜 렌즈 수율에 문제가 생겼는지 기술적으로 더 자세하게 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측의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후속기사에 대해서도 별도의 정정보도 요청서를 보냈다.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실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우리가 두 차례 보낸 정정보도 청구에 대한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 확인을 거쳤고, 기사가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 잘못된 내용을 정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다른 의도나 취지는 없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기사 내용에 대한 양측의 충돌로 비춰지지만, 언론계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 기자는 "기자의 주관이 담긴 기사도 아니고, 굉장히 드라이한 스트레이트 기사인데 삼성이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여서 놀랐다"며 "갤럭시S3 때도 이런 문제의 기사가 나와서 그렇게 새삼스러운 기사도 아니다"고 말했다.

   
▲ 지난 6일 디지털타임스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5 130만대를 전량폐기했다'고 보도했다가 정정보도 요청을 받아, 기사를 삭제하고 다음날 1면에 정정보도를 게재했다.
 
삼성전자의 '언론 길들이기'? 언론계 주시

언론계에선 최근 디지털타임스 정정보도 등과 연계해 이번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6일 디지털타임스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5 130만대를 전량폐기했다'고 보도했다가 정정보도 요청을 받아, 기사를 삭제하고 다음날 1면에 정정보도를 게재했다. 전량폐기가 오보일 수는 있지만, 갤럭시S5 품질에 대한 지적은 잇따라 나왔다. [관련기사 : 갤럭시S5 전량폐기 오보? 지문인식 센서 결함 논란]

전자신문의 또 다른 한 기자는 "지난 5년 동안 삼성전자가 업계 전문지인 전자신문에 지면 정정보도를 요청한 적은 없다. 오보가 나가도 온라인 기사 수정을 요청하는 수준인데, 디지털타임스와 같이 1면에 정정보도를 게재하라는 건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정정보도를 게재하지 않을 경우 민사소송 조치까지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언론 길들이기'라고 바라보는 것은) 이해를 못하겠다. 잘못된 내용에 대해 정정보도를 한 것뿐이다. 그리고 사과문이 아니라 정정보도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치 삼성이 언론사 길들이기, 압박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게 조심스럽고, 부담스럽다"고 말한 후 "삼성전자 광고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 28일 전자신문 2면 머리기사
 
한편 전자신문은 지면에서는 상당히 강한 어조의 제목으로 보도했으나, 온라인 기사에선 모두 제목을 수정했다. 주로 기업에 배달되는 종이신문에선 각을 세운 반면, 일반 구독자가 많이 보는 온라인에선 한층 누그러진 제목을 단 것이다. 수정된 기사 제목은 아래와 같다. <갤럭시S5 조기출시 신종균의 '虛언장담'> → <통신 3사, '갤럭시S5' 출시>, <오작동한 소방센서에 어이없이…질식사한 안전관리> →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서 사망사고 발생...이건희 회장 분노 무색>, <심기 불편하다고 '사실'이 '소설'됩니까> → <신용 잃으면 무너지는 건 한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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