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건강섹션이 병원으로부터 협찬금을 받고 해당 병원을 홍보하는 광고형 기사를 써온 것으로 확인됐다. 협찬금액은 지면에 따라 800만원에서 최대 2,500만원이었다. 독자를 위해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할 언론보도가 광고주의 이해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이어서 언론으로서 정도를 벗어났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미디어오늘은 조선일보의 건강섹션을 담당하는 헬스조선이 지난 2월 3일 A대학 의료원장에게 보낸 공문을 입수했다. ‘업무연락’이란 이름의 해당 공문에서 헬스조선은 “2014년 4월 22일자 발행 예정으로 조선일보 특집 ‘베스트 대학병원’(가칭) 섹션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특집 섹션에서는 귀 병원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주제를 취재하여 보도해 드릴 예정이다. 특집 협찬을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해당 공문에는 광고비용으로 800만원에서 2,500만원이 적혀있고 헬스조선 기자의 이름과 연락처도 나와 있다. 헬스조선과 의료업계의 사정에 밝은 한 기자는 “불경기일 때 헬스조선 1면 톱기사는 1,300만원이다. 비쌀 때는 1,700만원까지 오른다. 병원 특집 때는 더 오른다”며 “지면이 돈으로 둔갑했다”고 말했다.

헬스조선 관계자는 “(1면 톱기사는) 원래 천만 원이 넘는다. 뒷면으로 가도 천만 원이 넘는다”며 “어차피 이거는 광고비다. (금액은) 800에서 1,500사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지면 계획을 하면 협조공문이 베스트클리닉 멤버에게 먼저 간다. 마감이 안 되면 그 뒤 일반병원에 공문을 보낸다”고 설명했다.

헬스조선은 병원을 대상으로 베스트클리닉 멤버십을 두고 있다. 멤버가 되면 광고협찬단가가 낮아지고 광고기사 지면을 우선 확보할 수 있다. 가입비는 연간 5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유명 병원들이 베스트클리닉 멤버다.

헬스조선은 정기적으로 8면 분량의 건강섹션을 조선일보 지면으로 발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소규모 병원이나 신규병원의 경우 홍보대행사 ‘비타커뮤니케이션즈’를 거쳐 비용을 지불하게 할 때도 있다. 비타커뮤니케이션즈는 회사소개란에 “양질의 정보 전달을 통하여 병원을 홍보하는 방법을 선택한다”며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고 써놓았다. 이곳의 대표는 임호준 헬스조선 대표다.

광고형 기사는 협찬금을 지불한 병원 의사의 코멘트를 반영하거나 해당 병원의 시술 사례 등을 소개하는 식으로 구성된다. 독자 입장에선 기사에 등장하는 병원에 전문성과 신뢰감을 느끼게 된다. 헬스조선과 의료업계의 사정에 밝은 한 기자는 “헬스조선을 비롯해 다른 일간지 건강섹션도 비슷한 방식으로 돈을 받고 기사를 쓴다. 헬스조선이 창간한 뒤인 2007년 이후부터 이런 광고성 기사가 안착됐다”고 주장했다.

헬스조선은 2013년 현재 연매출 100억 원 대, 직원 수 70여명에 달하는 주식회사로 조선일보와는 특수관계다. 임호준 헬스조선 대표는 1991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1995년부터 건강의학전문기자로 일하다 2006년 헬스조선을 창간했다. 임 대표는 지난해 기자협회보와 인터뷰에서 “신문사가 종이산업, 잡지, 출판만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해 건강을 테마로 한 비즈니스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헬스조선이 밝힌 주요사업에 ‘광고성 기사 게재’는 없다. 임호준 헬스조선 대표이사는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광고성 기사의 사실여부를 묻자 “말할 게 없다”고 말했다.

2013년 조선일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일보사는 헬스조선 주식의 40%를 소유하고 있다. 헬스조선 등기증명서에 따르면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 홍준호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장이 헬스조선 이사다. 백승민 조선일보 회계팀장은 헬스조선 감사다.

헬스조선의 광고성 기사에 대해 김서중 한국언론정보학회장(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은 “기사는 특정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광고와 다르다”며 “협찬을 받아 광고주가 원하는 대로 써줬다면 독자인 소비자들에게 사기를 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서중 회장은 “언론사와 광고주의 유착이 계속되면 저널리즘 가치는 망각되고 언론 전반의 신뢰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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