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온 안철수 새정치연합 위원장에 대한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안 위원장의 노동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회자되고 있는데 노동조합 설립을 부정하는 내용의 안 위원장 과거 발언이 소개되면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물뚝심송’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박성호씨(딴지일보 정치부장)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안철수 위원장이 연구소에 CEO로 재직할 당시 직원들과 했던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박씨는 "나는 안랩의 CEO로서의 안철수가 안랩의 직원들에게 했던 말 한마디를 인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안랩의 꽤 오래된 직원들이라면 많이들 기억하고 있을만한 이야기이며, 현장에서 그 얘기를 직접 들은 안랩의 당시 직원의 얘기를 인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밝혀 둔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박씨는 "사내에 구성된 소규모 그룹과의 간담회에서 안랩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던 시점에 나온 질문이다. 몇몇 직원들이 안철수에게 '만약 안랩에 노조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때 안철수의 답변은 이랬다고 한다. '회사 접어야죠'라며 그리고 이 질문을 한 직원들은 말문이 막혔고, 대화는 여기서 중단되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우리 사회의 노동문제에 관해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저 대답이 상당히 충격적일 수도 있겠다. 또 한편으로는 어떤 면에서는 기존의 대기업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답변이라서 익숙할 수도 있겠다"며 "노조가 생기게 되면 회사를 접겠다는 말, 그 정도로 노조의 존재 자체를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고, 노동운동 자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 3권 자체를 부정하는 저 답변이 지금도 안철수 의원 본인의 입장인지 궁금하기도 하다"고 적었다.

박씨는 이어 "당신이 의사이건 변호사이건 연봉 수십억의 자영업자이건 대리운전 기사나 퀵 서비스 기사라면 자신이 노동의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노동자의 신분이 아니라고 부정해서는 안 된다"며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해 줄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노조에 대해, 이 사회의 전반을 책임지고 감당해 나가야 할 대통령의 자리를 꿈꾸는 사람의 답변이 노조가 생기면 회사를 접겠다는 식이라면 이는 애초부터 정치인으로서 자격미달"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박씨는 또한 당시 안 위원장과 현재 '새정치'를 표방하는 안 위원장의 인식이 바뀔 수 있다며 설명을 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남겼다.

박씨가 쓴 글은 인터넷과 SNS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일화로 소개한 안 위원장의 발언만 보면 실제 노동조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고 농담조로 들릴만한 요소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사회 지도자로서 노조 설립에 대한 부정은 아무리 CEO라고 재직할 당시의 일이라고 하더라도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대목이다.
 

   
▲ 안철수 위원장의 노동관을 비판하는 내용의 인터넷 블로그 대문.
 

이 글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다. "뼛속까지 자본가"라는 비난부터 "노조가 필요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라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대체로 비난 일색이다. 민주당-새정치연합 정강정책 논란으로 신당의 정체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에서 안 위원장의 노동관까지 비난받는 모양새여서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글을 쓴 박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소개한 일화는 그 현장에 있었던 복수의 직원들이 익명을 전제로 해서 허락을 받고 확인해서 쓴 것"이라며 "당시 자리가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고 사내모임 간담회 자리였는데 안 위원장이 그 얘기를 하는 순간 다른 얘기로 넘어가는 식으로 다들 놀랬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씨는 "글을 보고 안 의원은 지지하는 사람들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고, 안철수 의원을 싫어하는 사람은 원래 이상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중간적인 관찰자 입장에서는 깜짝 놀라는 분위기이다. 실제 그런 발언이 있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씨는 "여태까지 안 의원의 정치적 행보로 추정하건데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정치적으로 안 의원은 이미지 위주의 정치를 하는 것 같다. 사안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는 것에 조심스러운 태도을 보인다. 논란이 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노동관은 옛날 얘기라고 치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안 의원의 과거 발언이 정확히 현재 안철수 의원의 관점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만약 생각이 바뀌었다면 자신의 노동문제에 대한 관점을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태섭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안 위원장이 <안철수의 생각>부터 여러 차례 노동문제를 다뤘고 대선 캠프에서 노동분야도 따로 있었다.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과거 회식 자리 비슷한 발언에 대해 당장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 이상한 전언을 가지고 이렇게 쓴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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