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창간 26주년을 맞는 국민일보에게 매우 중요한 해다. 국민일보가 2014년을 ‘자립경영 원년의 해’로 선포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 25년 간 지속돼 온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재정 지원이 올해부터 중단된다. 국민일보는 26세 청년으로서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미래를 개척해야 할 때가 됐다”고 선언했다.

지난 13일 취임한 최삼규 국민일보 신임 사장 또한 17일 국민일보 사장실에서 진행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올해를 자립경영의 원년으로 삼았다. 의타심을 버리고 우리 힘으로 나아가야한다”며 자립경영을 강조했다.

국민일보는 창간 초기만 해도 여의도순복음교회로부터 연간 200~250억 원을 지원 받았다. 그 액수는 30억 원에서 17억 원으로, 다시 10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점점 줄어들었다. 최 사장은 “5억 원이면 올해 목표 예산의 1%다. 1% 받는 것보다 자립의식을 고취하는 것이 더 좋은 효과로 이어지지 않겠냐”며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경영진도 기자들도 더 열심히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확충 계획에 대해 묻자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경영진이 불필요한 요소를 줄이면서 경영효율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 등 자립경영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자립을 강조하지만 많은 이들은 국민일보를 보면서 조용기 목사를 떠올린다. 조용기 목사가 국민일보의 ‘성역’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최 사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안타깝다”고 답했다. 최 사장은 “조용기 목사 그 분은 국민일보의 설립자다. 교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천문학적인 거금을 들여 기독교 정신을 확산시킬 신문을 만들었다”며 “그런 분을 지금 와서 좀 잘못한 일이 있다고 우리가 난도질을 할 수 있겠나. 그 분이 국민일보를 위해 헌신하고 욕먹고 온갖 시련을 겪은 세월이 25년인데, 젊은 기자들은 그걸 잘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몇몇 장로들이 조 목사의 재정 비리 의혹을 폭로했고, 지난 2월 20일 조 목사가 배임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는 일도 있었다. 당시 국민일보는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 사장은 이 비판에 대해 “진실이 아닌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도 답했다. 그는 “조용기 목사가 힘이 있을 때 핵심간부로 일했던 장로들이 조 목사가 당회장 자리를 내려놓고 순복음선교회 이사장에서 물러나니 옛날에 다 나왔던 이야기에 말을 조금 덧붙여 끌어내리려고 한다”며 “그 사람들이 음모를 실현하고 있는데 국민일보에 이에 동참할 수 있나”고 반문했다.

최삼규 사장은 지난달 25일 사장에 선임된 직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필요하다면 개혁을 해서라도 국민일보를 발전시킬 것”이고 밝혔다. 국민일보에 어떤 개혁이 필요하다는 걸까. 최 사장은 “그간 노사 문제와 순복음교회와의 관계 문제 등 여러 가지 시련이 많았다. 그래서 조직의 효율성을 갖추는 것에 소홀했던 것 같다”며 “열심히 일하는 중견기자나 고참 기자가 있는 반면 느슨하게 일하는 기자들도 있다. 결국 조직개편과 인사가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17일) 간부회의에서 처음 이야기를 했고, 국·실장들의 의견을 이번 달까지 수렴해서 조직 개편을 하고, 4월 중으로 획기적인 인사를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삼규 국민일보 사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최삼규 사장은 ‘잘 만든 강소신문’이 자신의 비전이라고 밝혔다. “부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지는 않아도 알차고 영향력 있는 신문이 되겠다”는 것. 최 사장은 “강소신문을 만들기 위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이것저것 다 하는 것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이 보기에 국민일보의 선택과 집중은 ‘미션 면’이다. 국민일보는 현재 28면 짜리 신문 외에 기독교계 소식을 다룬 8면 짜리 ‘미션 라이프’를 발행하고 있다. 최 사장은 “25년 간 미션 면을 제작했는데 기사의 양이나 질이 많이 미흡하다. 기독교계의 밑바닥 정서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도 미흡한 것 같다”며 “미션 면에 인력 보강을 하고, 유능한 기자들을 전진 배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노사관계도 국민일보가 풀어야할 숙제다. 국민일보 노조는 지난 2012년 파업을 했고, 노조위원장 등이 해직되는 사건도 있었다. 그 때의 상처가 아직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는 것이 노사 모두의 인식이다. 최삼규 사장은 경영전략실장을 지내면서 노사 문제를 주도해 왔고, 2012년 파업 당시에도 그러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최 사장은 2012년 파업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2012년 노사 간 갈등이 해결이 안 되고 파업까지 가는 불행한 사건이 있었다”며 “노사문제 자체, 즉 복지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파업”이라고 평가했다. 최 사장은 “조민제 회장에 대한 노조의 문제제기도 있었지만, 수십 건의 고소·고발 중 대부분이 무죄가 나왔다. 신문발전기금 관련된 재판만 1심에서 유죄를 받았는데, 조민제 회장은 사업 자체에 대해 잘 몰랐고 1원 한 푼 만져본 적이 없다”며 “그런 부분을 가지고 왜곡을 하고 그래서 갈등이 초래됐다. 그런 면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취임사에서 “긍정적인 사고로 애사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부정적인 사고로 회사 탓, 남의 탓만 하는 사람과는 회사의 대우 자체가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정적인 사고로 회사 탓만 하는 사람’이 회사에 비판적인 기자들이나 노조를 겨냥한 말은 아닐까.

최 사장은 “특정인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조직이나 긴장감과 경쟁이 있어야 발전하고, 지금까지 어려운 언론환경에서는 긴장과 경쟁이 특히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경쟁도 없고 긴장도 안 하면서 매일 남 이야기하고 비판이나 하면 좋은 기사가 안 나온다. 그런 조직은 점점 침체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최삼규 사장은 인터뷰를 하는 내내 “국민일보 발전을 위해 소통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노사문제에 있어 누구보다 소통을 위해 애쓰는 간부라고 자부 한다”며 “소통을 통해 발전을 이루고, 강소신문이 되는 등 좋은 성과를 이루면 그 결과는 모두에게 분배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삼규 국민일보 사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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