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가 조선·중앙·동아일보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를 마쳤으나 총점 등 심사결과를 심사위원과 공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여야 12대 3의 편파적인 심사위원회 구성으로 ‘조건부 재승인’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으나 △방송 공정성 △프로그램 기획·편성·제작 적절성 등 두 가지 핵심심사항목 점수에 따라 재승인 거부도 가능하다. 특히 심사위 내부에서는 두 항목에 대해 부정평가한 심사위원도 여럿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방통위와 종편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심사위원장인 오택섭 고려대 명예교수 등 심사위원 15명은 10일 경기도 양평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연수원에 모여 4박5일 동안 TV조선 JTBC 채널A와 뉴스Y 심사를 진행했다. 보안요원까지 동원해 철저한 심사과정을 비공개했다. 12일에는 사업자별로 1시간 20분씩 블라인드 청문절차가 있었고, 심사위원들은 13일 밤 개별 평가점수를 제출했다. 심사위는 14일 심사의견서를 작성, 제출하는 것으로 심사를 끝냈다.

방통위는 항목별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하고 평균을 계산했다. 심사위원들은 14일 오전 의견서를 작성하면서 ‘조건부 재승인일 경우,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의견을 제출해야 하니 총점을 알려 달라’고 요구했으나 방통위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 여야 추천 상임위원들은 1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총점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종기 방송정책국장은 이날 오후 통화에서 “총점은 나오지 않았다”며 “17일 결정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재승인 심사는 방송평가 350점에 심사위 평가 650점 등 총 1000점 만점. 종편 3사는 방송평가에서 모두 ‘우’를 받았다. 실적과 계획이 1대 2 수준으로 평가되는 650점에서 ‘양’을 받아도 재승인이 가능하다. 재승인은 총점 650점 이상이다. 다만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 가능성 및 시청자 권익보호’(230점),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160점) 평가에서 50% 미만이면 재승인 거부가 가능하다. 공정성 평가가 관건으로 보인다.

특히 방통위는 12일 각사 대표이사, 대표주주, 편성본부장 등을 불러 블라인드 청문절차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JTBC 김수길 대표는 “적자가 나더라도 계속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며 대규모 증자 계획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사회적으로 놀랄 만한 곳에서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김 대표는 JTBC 보도국을 이끌고 있는 손석희 사장에 대한 질문에 “외압이 들어오더라도 절대 경질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종편사는 ‘보도프로그램 편성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 “단계적으로 낮출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시사보도를 특성화한 종합편성채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채널A는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대한 편파 지적에 “내부적으로 ‘견책’했다”며 “(박종진 앵커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JTBC는 ‘소유-경영을 확실히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에 홍석현 회장이 곧 있을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직을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해졌다.

방통위는 17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고 심사결과를 의결한다. 교체가 확정된 이경재 위원장 등 2기 방통위의 마지막 의결안건이다. 14일 종편 탈락과 민경욱 대변인 관련 발언으로 경질된 것으로 알려진 이 위원장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도 주목된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참여한 종편국민감시단은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채널A 사옥 앞에서 방통위가 심사위원회를 편파적으로 구성하고 심사를 졸속 진행했다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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