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후, 한국에서도 방사성물질 피폭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의 방사선 검사가 연간 방사선 피폭 한도(1m㏜.밀리시버트)를 훌쩍 넘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종합검진검사의 경우 연간 기준치 30배에 이르는 방사선에 피폭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오전 여성환경연대 주최로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병원 CT촬영 해도 될까요?’ 강연에서 이윤근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소장은 병원CT 촬영이 안전하지 않으며, 방사선 검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시민이 직접 방사능 감시 활동을 벌이는 단체로 지난해 4월 녹색병원, 환경운동연합 등 7개 단체가 모여 발족했다.

이윤근 소장에 따르면 한국인의 방사선 피폭 비율 3위가 의료방사선이다. 1위, 2위가 자연 방사선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통제 가능한 방사선 피폭 1위가 의료방사선이다. 인체가 의료방사선에 노출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진단과정과 치료과정이다. 이 중 치료과정에서의 피폭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CT촬영, 조형검사와 같은 진단과정에서의 피폭은 통제가 가능하며 통제돼야 한다고 이 소장은 지적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2005년 자료에 따르면 머리CT는 2m㏜, 가슴CT는 8m㏜, 배와 골반CT는 10m㏜다. 연간 방사선 피폭 한도인 1m㏜를 훌쩍 넘는 피폭량이다. 가슴CT 한번 찍으면 8년 치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이다.

이 소장은 “대부분 사람들이 CT촬영으로 인한 피폭량을 모를 뿐더러 CT재촬영율 역시 높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병원을 옮기면서 30일 이내에 재촬영을 하는 빈도가 2011년 기준 19.5%라고 지적하며 “30일 이내에 조직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재촬영을 할 필요가 없다. 20%라는 수치는 병원의 수익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CT검사가 집중된 종합검진을 받을 경우 피폭량은 급격하게 증가한다. 이 소장에 따르면 하루 정밀검진은 15m㏜ 수준이며 모든 검사를 한꺼번에 하는 ‘프리미엄’ 검진의 피폭량은 32m㏜에 이른다. 프리미엄 검진에는 흉부정밀, 관상동맥, 복부, 골반, 유방, 치아 등에 CT촬영이 포함된다. 이 소장은 “비행기 조종사들은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 때문에 1년 피폭량이 3m㏜수준인데, 프리미엄 검진은 비행기 조종사들의 10년치 피폭량”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가 이를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소장은 정부가 나서서 △재촬영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 △병원 진료기록에 방사선 노출량 기록 의무화 △종합검진 등 질병 진단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 △병원 검진시 방사선 피폭량 고지 의무화 △병원 장비의 주기적인 방사선 피폭량 평가 및 관리 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영국은 국가가 나서서 의료 방사선을 통제한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영국이 아니라 의료의 질이 나쁜 미국처럼 가고 있다. 국가에서 하루빨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의료방사선 피폭량의 세계 평균은 0.6m㏜이고 국가별로는 미국 3m㏜, 독일1.9m㏜, 영국 0.41m㏜ 정도다. 이 소장은 이를 “의료 신자유주의의 탓”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소장은 “복부 같은 경우는 CT촬영을 하기 전에 정밀 초음파를 하는 것을 권한다"며 "정밀 초음파 검사를 한 이후에 문제가 있어서 CT촬영을 하는 것은 괜찮지만, 처음부터 CT촬영을 할 필요는 없다. 또 CT촬영을 하게 된다면 저선량CT촬영을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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