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시장은 천안시립교향악단의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나 

성무용 천안시장은 5개의 천안시립예술단의 운영취지를 천안시 예술단 홈페이지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우리예술단은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맞아 수준 높은 전문예술 단체로의 역량 강화는 물론 지역 문화 예술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생활 속의 문화예술을 펼쳐가고자 합니다.” 좋은 뜻의 시장 말이다. 그러나 과연 현재 그런가? 천안시립교향악단의 경우 현실은 시장의 말과는 전혀 동떨어져 배반적이고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현재 42명의 연주단원들로 구성된 천안시립교향악단은 만3년 이상 상임지휘자와 단원들 간의 내홍(內訌)으로 파행사태를 맞고 있다. 제보를 받은 건 작년 12월 9일이었다. 내가 확인한 실상은 놀라웠다.

작년 2013년 9월 9일 오전 11시경 천안시립교향악단 연습실에서는 닷새 전인 9월 3일에 있었던 정기 연주회를 끝내고, 교향악단 전 단원들 앞에서 상임지휘자는 시 예술단의 예술감독이자 상임지휘자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극단적인 폭언을 한 사실이 녹취록과 단원들 증언을 통해 밝혀졌다. 며칠 전에 있었던 교향악단 정기공연을 관람한 한 관객이 공연수준을 문제 삼아 천안시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해당 공무원으로부터 그 얘기를 전해 들었다는 상임지휘자는 전 단원을 집합시켜, 단원들이 시청에 민원을 찔렀다고 지레 짐작, 단원 중에서 누가 민원을 한 건지 추궁하면서 “이런 식으로 민원을 넣어서 날 조여오지 말라”며 “이 안에 누가 있어.”, “그러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비상식적일 뿐더러 상상을 초월하는 상임지휘자의 폭력적 극언

"옆집 개가 시끄럽게 짖어서 그 개를 때려죽이고 백만 원을 보상했다. 나는 화가 나면 언제 손에 몽둥이가 들려 있을지 모른다."

“지휘자라는 게 돈 문제, 여자 단원 성추행 그런 거 아닌 다음에 지휘자는 끄떡없는 거야” (천안시와의 상임지휘자 계약기간은 내년 2015년 2월까지이다-필자 주)

"한번 해보자는 거냐? 나를 약 올리는 사람은 30년을 당해! 나한테!"

"목관하는 사람들한테 물어봐! 날 괴롭히는 놈들이 음악계에서 어떻게 됐나! 난 가만 안둬. 30년 후에도 죽어 나한테!" (지휘자는 목관악기인 클라리넷 연주자였다-필자 주)

"날 약 올리지 말라고! 날 약 올리면 아주 아작을 내버려! 내가 지금 다 파악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돼!"

"내가 이놈이 어떤 놈인지 사진 하나씩 놓고 밤마다 연구해!"(단원들 사진 - 필자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야! 특히 나보다 센 놈은 다 죽여버려!"

   
▲ 상임지휘자의 폭력적인 극언에 맞서서 단원들은 연습실 보면대에 지휘자 퇴출을 주장하는 글을 부착하고 있다.
 
천안시립교향악단 홈페이지,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관현악과 겸임교수, 천안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정운대

천안시향 상임지휘자가 단원들한테 한 ‘말’은 정상적인 사람의 언어일 수 없는 끔찍한 극언으로 ‘폭력’, 그 자체다. 이건 심각한 사태다.

이 상임지휘자는 누구인가? 천안시교향악단 홈페이지를 보면,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관현악과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11년도 2월 천안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취임하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라고 소개하고 있는 ‘정운대’라는 이름의 지휘자다.

‘정운대’는 2011년 2월부터 천안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취임하여 지금까지 만3년째다. 연임되어 계약상으로는 2015년 2월까지 상임지휘자를 맡게 되어 있다. 교향악단 단원들은 그와 같이 지낸 3년간이 “지옥에 있다”고 나에게 말한 바 있다. 상임지휘자로 정운대가 부임한 이후 바이올린 2명, 첼로 2명, 비올라 1명, 오보에 1명, 트럼본 1명, 호른 2명 등 총 9명의 연주자가 교향악단을 그만뒀다. 이전 2명의 상임지휘자 재직기간(2년) 동안 딱 2명이 그만둔 사실에 비한다면, 정운대가 상임지휘자로 온 이후 단원 전체 인원에서 거의 1/4이나 그만 둔 것이니 대조적이다.

‘정운대 현실’의 처지에서 벗어나고자 단원들은 그간 천안시청 관계공무원, 다음아고라 등에 여러 차례 사실을 알렸고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알렸다. 그러나 천안시 관계 공무원들은 꿈쩍도 안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단원 대표에게 전화로 악단 사정만 두어 차례 물어왔단다. 하는 수없이 단원들은 대표자를 선정하여 상임지휘자 정운대를 지난 2월 11일에 천안시 서북경찰서에 ‘강요죄’로 고소를 했고, 최근 지휘자는 경찰 조사를 받았단다. 

단원들은 상임지휘자를 ‘협박 강요죄’로 고소

고소내용을 보면, 폭언에 이어 지휘자가 단원들의 노조가입을 방해했다는 것과 관련한 부분도 있다. 지휘자 정운대는 전 단원을 연습실에 집합시켜, 교향악단 사무를 책임지고 있는 김아무개 단무장에게 “9월9일 오전 전체모임에서 지휘자님의 발언 중에 노조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었음을 확인합니다”라는 문서를 읽게 한 뒤, 단원들에게 돌려가면서 문서에 단원의 이름과 서명란에 기재하도록 강요했다. 이에 최근 단원들은 부당한 강요라고 여기고 강요죄로 경찰에 고소한 것이다.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하였거나,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하였거나 기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지휘자라는 게 돈 문제, 여자 단원 성추행 그런 거 아닌 다음에 지휘자는 끄떡없는 거야”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폭언을 다반사로 하고 ‘강요죄’ 의혹으로 자신의 단원들로부터 고소까지 당하는 지휘자란 천안시 시장의 예술단 홈페이지에 소개한 인사말처럼 “수준 높은 전문예술 단체”의 장일 수도 없고, “예술 발전의 밑 걸음이 되고 생활 속의 문화예술을 펼쳐가고자”하는 시 운영 산하 예술단체의 장이라고 할 수 없다. “지휘자라는 게 돈 문제, 여자 단원 성추행 그런 거 아닌 다음에 지휘자는 끄떡없는 거야”라고 말하는 그의 기이한 말처럼, 폭력적인 언사를 단원들에게 가하고서도 아무 탈 없이 계속해서 “끄떡없는”것인가? 천안시장은 이런 교향악단 상임지휘자를 시가 운영하는 예술단체장으로 자질이 있다고 여기진 않을 것이다. 정상적인 사고의 시장이라면 사실 확인이후 즉각 파면 조치시켰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의 지휘자는 아직까지 천안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자리에 앉아있다. 시청의 업무 보고체계가 정상적이지 않단 얘기다.

   
▲ 천안시 예술의 전당 천안시립교향악단 2010년 정기공연 모습
 
‘정운대’ 상임지휘자에 대한 교향악단 단원들의 증언

“매번 연주 때마다 지휘가 틀려 무척 창피합니다. 외부에서 온 협연자들조차 비웃고 욕설까지 하면서 나가는 등, 상임지휘자의 지휘 실력이 너무나 형편없어 연주 때마다 공포를 느낍니다.” (바이올린 L단원)

“단원들은 지휘자의 지휘를 보면 오히려 연주를 틀릴까봐 불안해서 지휘자의 지휘를 보기보다는 악장의 연주에 의지하며 연주하는 실정입니다. 작년 11월 시장님이 관람하신 정기연주회에서도 상임지휘자의 지휘가 틀려 연주를 멈춰야 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초유의 일입니다. 연주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부끄러운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바이올린 C단원)

“공포분위기를 만들고 형편없는 지휘 실력으로 단원들은 3년째 고통 받고 있습니다. 20년 간 음악을 연주하고 있지만 음악연주에 회의를 느낄 때가 많습니다. 3년이나 참았습니다. 이제 단원들은 지휘자의 사퇴를 요구합니다.” (비올라 Q단원)

“2011년 5월에 있었던 정운대 상임지휘자의 취임 첫 연주에서는 차이코프스키 5번 교향곡을 연주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3개월 동안 한곡만 계속 연습했습니다. 지휘자 본인의 연습 때문에 매번 악장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연습을 힘들게 시켰습니다. 그런데 부분연습은 무조건 음정만 연습시킵니다. 초등학생도 그렇게 연습을 안 시키는데, 지휘자 본인이 불안해서 음악에 지휘를 맞춥니다. 음악적인 연습은 시키지 않고 오로지 음정연습만 시켰습니다. 지휘자 지휘봉에 박자를 맞추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박자도 틀립니다.” (바이올린 K단원)

“지휘자가 보는 총보에서 음자리표 등 지휘자는 음악 용어를 잘 몰라서 단원들에게 항상 질문하고 곡명을 몰라 악보를 보여주며 ‘이거. 이거 합시다’라고 하는 수준입니다. 기가 막히고 너무나 한심해서 단원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봅니다.” (첼로 O단원)

“정운대 지휘자가 상임지휘자로 오기 이전에는 대체로 정기연주회 연습은 연주회 전 4일 5일정도 연습을 해왔고, 다른 교향악단도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휘자 본인이 실력이 없으니 불안해서 정기연주회 전 3개월 4개월 동안 같은 곡을 계속 연습시킵니다. 그렇게 연습을 많이 하면 훌륭하고 엄청나게 좋은 연주가 되어야 하는데, 지휘자는 매번 잦은 실수와 불안한 지휘 때문에 단원들은 연주할 때 너무나 괴롭게 혼란을 느끼면서 연주를 해오고 있습니다.” (바이올린 F단원)

“협주곡을 연습할 때면 단원 중에 ‘마루타’를 세워서 예행연습을 항상 해봅니다. 제가 말하는 ‘마루타’란 실제 협연자가 아니고 단원들 중에서 협연자를 대신해서 연습 때 연주를 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이유는 협주곡은 협연자의 변수에 지휘자가 그 때 그 때 대처를 해야 되는데, 그런 거를 지휘자는 하지 못하니까, ‘마루타’를 세워서 미리 지휘 연습을 합니다. 단원들은 협연자 대신 ‘마루타’가 되는 걸 원치 않고, 정상적인 교향악단의 연주자이고 싶습니다.” (바이올린 D단원)

“협주곡 연주 리허설 때 외부에서 온 협연자들이 지휘자의 지휘를 보면 너무 지휘가 엉망이어서 비웃으며 연주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단원의 한 사람으로 너무나 미안하고 창피했습니다. 심지어 연주 때 협연자들이 지휘를 따라하다가 불안한 연주를 하게 돼서 지휘자 들으라고 쌍욕을 하면서 무대 밖으로 나왔다는 관계자의 말이 있었습니다. 단원으로 자괴감이 일어납니다.” (바이올린 E단원)

“저희 연주를 보러 오시는 관중들은 하나같이 지휘자의 실력을 거론했고, 더 이상은 좋은 연주를 볼 수 없다면서 천안시민들은 연주를 보러 오지 않습니다. 소문이 파다하게 나서 점점 관객도 줄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지원하고 시에서 운영하는 교향악단인데... 정기연주회 직후 민원이 들어왔는데, 단원들에게 누가 민원을 한 건지 단원들을 의심하고 단원들을 추궁하면서 천안 시민의 문화수준을 무시합니다. 지휘자는 “돈 문제, 성 문제만 연관되지 않으면 나는 잘릴 일이 없다”고 하면서 단원들을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올라 H단원)

“최근 정기연주에서는 협주곡 협연자가 연주 중 중단되었는데 지휘자가 대비하지 못하고 엉터리 지휘로 지휘를 계속해서 연주가 끊기게 되었고, 결국 처음부터 다시 연주를 시작하는, 프로 교향악단으로는 너무나 부끄러운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바이올린 M단원)

“연습중 지휘자가 잘 안 맞는 부분이 나오면 본인인 지휘자를 보지 말고, 악장의 활을 대신해서 보고 연주를 하라고 이야기하면서 연주 때 자신만 믿지 말라고 합니다. 지휘자가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는 말을 단원 앞에서 서슴없이 합니다.” (첼로 B단원)

“지휘자는 단원들 간의 개별적인 면담시간에 음악이나 연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아버지 직업은 뭐냐? 어디에 사느냐? 새로 산 차는 어디서 샀느냐? 등을 묻습니다. 마치 단원들 사생활을 캐는 듯 물어봐서 당황했습니다. 이는 저 뿐만이 아닌 전 단원들에게 질문했습니다. 이 분이 음악을 지휘하겠다는 분인지? 3년간 너무나 비음악적인 비예술적인 분을 지휘자로 여기면서 음악연주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괴롭습니다.” (바이올린 T단원)

‘국가인권위원회’가 금지권고한 지문인식기와 정맥인식기, 천안시는 단원 출퇴근 체크로 사용

   
▲ 천안시는 2014년 1월부터는 정맥인식기로 교향악단 단원들 출퇴근을 체크하고 있다. 예술표현의 속성성 예술단체의 자율적 운영이 일반적인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천안시향은 10시 5시 획일적인 출퇴근을 통해 음악예술인들을 통제하고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가 금지 권고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다분한 정맥인식기까지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천안시립교향악단을 운영하는 천안시는 교향악단 단원 출퇴근 점검을 다년간 지문인식기와 정맥인식기로 확인하는 반인권적이고도 인간존엄성을 해치는 인권침해행위를 지금 하고 있다.

“매일 출퇴근 시에 정맥인식기 앞에서 단원들은 줄을 서야합니다. 2007년 정맥인식기를 도입했고 지문인식기와 병행해서 출퇴근 체크를 하다가, 2014년 1월 초순부터는 다시 정맥인식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매사 잘못된 처사에 항의를 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이니, 하는 수없이 견디고 있지만, 무슨 동물 종별 구분하듯이 일방으로 당한다는 생각입니다. 힘은 없고.” (비올라 C단원)

국가인권위원회, "출퇴근 지문인식시스템은 인권침해이니 대체수단을 마련하라"

2013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비용 절감과 편리한 직원관리를 이유로 지문등록시스템이나 정맥기시스템을 도입한 지자체에 내린 권고사항이다. 인권위는 출퇴근용 카드를 발급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복무관리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지문등록시스템이나 정맥인식기 시스템을 도입한 시청에 대해 "복무관리 편의를 위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에 어긋난다"고 밝힌 적 바 있다.

그런데 천안시는 2007년부터 지문인식기에 정맥인식기까지 동원하여 교향악단 단원들의 출퇴근을 체크했다. 지문이나 정맥, 홍채 같은 개인 고유의 생체정보를 이용하는 보안시스템이 왜 교향악단 단원들에게 요구되는 것인가? 오죽하면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서 지자체 도입 확산을 우려하는 지경인데, 왜, 무엇 때문에 천안시는 음악연주 예술인들에게 사생활을 침해하고 인간 존엄성을 파괴할 수도 있는 출퇴근 체크방식으로 음악예술인들을 대하는가? 지금이 대체 어느 시대인가?

예술인들에게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출퇴근 시간체크를 하는 것도 문제다. 예술인들에게 특별한 대우까지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보통의 상식적인 대우는 못할지언정 어떻게 지문인식기와 정맥인식기로 출퇴근체크를 통한 강제출퇴근으로 묶어두겠다고 하고 있나?

거듭 말하지만 지문인식기나 정맥인식기로 획일적인 출퇴근을 하는 건 인권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런 식의 교향악단 운영방식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이 사실을 천안시는 왜 눈감고 있나? 그리고 교향악단의 예술감독인 상임지휘자는 당연히 이 문제를 개선하는데 앞장서야 함에도 그는 만3년 동안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인권이란 개념 자체가 지휘자의 의식 속에 부재하는 것인가?

천안시 시공무원은 왜 단원들에게 연주회 표를 강매했는가 

“어느 날 갑자기 교향악단 사무를 책임지고 있는 단무장이 시에서 통보한 사항이라며 공연 때 관객동원을 요구하면서 단원들에게 티켓10장을 구입하면 퇴근시간을 조절해준다고 했어요. 황당하지요. 표를 사는 사람은 정시에 퇴근하고 구입하면 일찍 보내주겠다며, 당일 밤 12시까지 표를 구입하라고 단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단원들은 부랴부랴 인터넷으로 10장씩 구입했습니다. 악장과 수석들은 더 많은 100장씩을 사야했습니다. 이 문제를 계속해서 부당하다고 지적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도 티켓 강매는 계속됐고 노조를 가입한 이후에야 비로소 중단되었습니다.” (비올라 W단원)

강제출퇴근 감시체제에서 자율연습을 하라고?

천안시립교향악단은 천안시 예술의 전당 건물이 아닌, 천안시 종합운동장 관중석 아래 상주하고 있다. 오케스트라 운영설비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소,중 연습실은 아예 없다. 출퇴근 시간은 오전 10시 오후 5시로 강제시켜놓고는 연습실은 전체합주연습실 딱 하나다. 연습실 한 군데서 악기의 특성상 개별 연습이란 아예 불가능하다. 말로는 자율연습을 하라고 해놓고는 연습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도 갖춰놓고 있지 않으면서 근무시간을 채우기 위해 열악한 환경의 연습실에서 퇴근 때까지 무조건 단원들을 강제로 머물게 한다. 차라리 단원들이 각자 알아서 연습장소를 선택하여 자율연습을 하게 하고,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모여서 연습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이도저도 아닌 강제 출퇴근이 어떻게 자율연습일 수 있나? 당장 개선해야 한다. 이런 현실을 예술감독인 상임지휘자는 왜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 천안시는 지문인식기로 교향악단 단원들 출퇴근을 체크했다. 지문인식기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을 침해한다고 개선할 것을 지자체에 권고한바 있다.
 
상임지휘자 위촉, 재위촉시 단원들의 동의는 필수 

“이 세상 모든 오케스트라를 위한 불변의 규칙은 오케스트라 구성원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엔 상임 지휘자로 임명될 수 없다.” 전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 디미트리 키타옌코

정치판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백’을 타고 전국의 지자체 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위촉되는 식은 이젠 끝내야 한다. 오케스트라는 ‘화음’이다. 미국·유럽 등의 여러 국가에선 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선정은 교향악단 단원들인 연주자들의 민주적인 투표 또는 동의로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은 음악의 화음 즉, 앙상블을 무엇보다도 중요시하는 교향악단의 속성상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오늘 한국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또 지휘자 권한이 곧 인사권이란 착각에서 월권이 비일비재하다. 상임지휘자가 되면 상식이하의 월권의식이 당연하다는 듯 행동한다. 툭하면 오디션이란 제도로 단원들을 압박한다.

오디션이란 단원을 선발하기 위한 시험을 말한다. 따라서 기존의 단원들에 대해서는 오디션이 아닌 ‘평가’를 하는 것이 맞다. 해외의 유명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상시평가’라는 제도를 통해 평소의 연습과 연주회를 통해 평가를 받는다. 이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단원을 평가하는 보편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매년 개별적인 오디션 방식을 통해 파면될 수 있는 '제도'는 단원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신입단원이 아닌 기존의 단원들에겐 있을 수도 없는 상식 밖의 요구다. 이것은 정명훈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교향악단 전횡을 맡기다시피 한 서울시향이 매년 5%의 단원들을 개별 오디션으로 탈락시키는 방식이 전국적으로 획일화되다시피 한데서 비롯됐다. 이는 잘못된 방식이다. 단원을 뽑을 때 엄격하게 제대로 뽑고, 결격사항이 없는 경우엔 신원을 정년 때까지 보장하는 게 원칙이어야 한다.

지휘자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천안시는 아직까지 ‘사태파악 중’

나는 작년 12월 10일에 천안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정운대 지휘자를 12월 11일 오후 서울 강남에서 만났다. 그는 “실력 없는 모 단원이 오디션에 떨어질까 봐 주동이 되어 자신을 내몰려고 단원들을 선동한다”고 나에게 말했다. 그런 경우도 있다.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러나 전체 상황을 파악한 나는 천안시향의 경우에는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교향악단이란 물건 만드는 제조업단체가 아니다. 마음을 모아 음악적 하모니를 만드는 교향악단 단원들이 한사코 당신의 지휘를 받지 않겠다고 반대하는데, 당신은 단원들 앞에서 지휘를 계속하겠다고 우기고 있다. 지휘가 가능이나 한가?”

“단원 전체가 나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대다수 단원들이 당신을 반대하고 있다.”

“오해가 있다. 실력이 부족한 단원들의 음해다.”

“녹취록과 단원들 증언을 들었다. 어떻게 그런 극단적인 폭언을 단원들 앞에서 할 수 있는가? 그러고도 어떻게 교향악단을 지휘할 수 있나? 존경과 신뢰를 잃고서도 교향악단 단원들을 상임지휘자로 계속해서 지휘하겠단 말인가?”

“......”

“이제 연주자로 지휘자로 할 만큼 했다. 후배들을 위해서 물러난다면 좋겠다. 단원들도 조용히 물러나면 더 이상은 지휘자에 대해서 문제 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단원들에게 쫓겨나가는 모양이 쪽팔린다. 2014년 6월 지자체 선거 직후 시장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시장하고 같이 그만두는 식으로 할 수는 없겠나?”

“단원들이 3년을 고통 속에서 보냈다고 했다. 그 기간이면 할 만큼 했다. 1개월 후에 그만 두는 것으로 단원 대표하고 확약서로 작성하면 어떨까?”

다음 날 아침에 전화로 저녁 6시 30분까지 내 작업실 쪽으로 오겠다고 약속한 그는 오지 않았다. 단원 대표만 왔다. 전화도 계속 받지 않았다. 문자 메시지에 응답도 없었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2014년 1월 2월, 거의 두 달간 나는 사태를 지켜보았다. 반음악적 반문화적인 그의 행태가 더 알려지거나 지휘자가 단원들로부터 고소를 당하는 불미한 사태는 음악예술계의 수치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지휘자의 조용한 자진사퇴로 마무리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전화도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응답하지 않았다. 그간 단원들은 고통을 견디다 못해 경찰에 고소를 했다.

천안시 시청의 교향악단 지원부서인 문화관광과 김진철 팀장과 주재석 문화관광과 과장은 현재 지휘자로 인한 교향악단 파행사태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나는 지난해 12월 17일 천안시교향악단 연습실에서 단원들을 만난 이후 문화관광과 김진철 팀장을 천안시청 로비에서 만나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그런데도 이 시간까지 어떤 조치도 없다.

그는 “현재” 이화여대 겸임교수가 아니다

시 문화관광과는 당장 천안시립교향악단 홈페이지부터 뜯어 고치도록 교향악단 사무업무를 책임지는 단무장을 제대로 관리감독부터 해야 한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지휘자 소개에서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관현악과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는 문구는 사실 확인결과 잘못됐다. 그는 이화여대 겸임교수가 아니다.

음악이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음악인가?

도대체 오케스트라에서 음악이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음악인가? 음악이 좋아서 20년 이상을 줄곧 음악연주에 전념했고,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음악연주가 직업이 됐고, 교향악단은 직장이 됐다. 음악연주를 떠나서 삶을 산다는 건 생각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교향악단 단원들이다. 그런데 오케스트라에서 음악연주를 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처사에 일방으로 끌려 다니고, 지문인식기와 정맥인식기로 출퇴근 체크를 당해야 하고, 상임지휘자로부터 모욕과 폭언폭력을 당하고, 심지어 오디션이란 명목으로 갑자기 해고까지 당하면서 가정까지 파괴당하는 위협을 의식해야 하고, 기본적인 인권까지 유린당하면서 음악연주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음악은 정당하게 연주해야 한다. 잘못된 현실은 바로 잡아야 한다. 오케스트라 음악이란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는 수단이며 공공의 선(善)을 도모시킬 수 있게 하는 것에 그 존재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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