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이 수도권에 중진 의원은 물론 현직 장관까지 후보로 차출하는 등 공세적으로 선거준비를 벌이는 것과 관련해 정작 해당 인사에 대한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10~26년 동안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전 대에 제출한 자기 법안을 그대로 베껴 제출하는 등 입법 활동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미디어오늘이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등 이른바 여권의 ‘차출’ 실세 3인의 의정활동 실적을 분석한 결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지난 26년간 총 15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하거나 1인 발의했다. 정 의원이 낸 법안이 법제화 된 것은 단 3건이다. 1998년 소득세법 중개정안, 2008년 북한이탈주민의보호및정착지원에관한법 일부개정안은 대안으로 다른 법안에 반영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 의원이 2001년 발의한 교육기본법 중개정안은 수정가결되면서 법제화 됐다. 

정 의원은 특히 2001년과 2004년, 2011년까지 ‘외국대리인 로비 활동 공개에 관한 법률안’을 이름을 바꿔가며 국회에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제정안으로 외국 당사자의 의뢰를 받은 로비스트를 공개 등록하고 정부 정책 결정 과정이나 국회 입법 과정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고 있다.

   
▲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정몽준의원 홈페이지
 

이 외국대리인 로비 활동 공개에 관한 법률안은 2004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됐으나 당시 소위원장인 이상민 현 민주당 의원은 법안소위 회의에서 “국내도 아니고 외국 정부나 외국인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인물을 지금 입법화해서 보장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시기상조로 폐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법안은 국내 로비스트법 논의 후로 미뤄뒀으나 당시 로비스트법 논의가 중단되면서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정 의원은 또 복지 시설이나 노인 요양 시스템 등 사회서비스품질을 정부가 일률적으로 관리한 사회서비스품질관리법안도 지난 2011년과 2012년 잇달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 역시 정 의원이 관심을 두고 마련한 제정안이다. 정 의원은 이밖에도 공무원 시험 공고를 시험 종류에 따라 약 6개월~1년 전에 발표하도록 한 국가공무원법 일부개정안도 2011년과 2012년 연달아 발의했다.

2012년은 제19대 국회가 시작한 때로 정 의원은 18대 국회(2008~2012년)에서 발의했으나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을 그대로 다시 가져다 낸 것으로 보인다.

남경필, 당선 첫 임기 동안 발의 0건…수원 화성 지원에 열심

새누리당 원내대표 출마로 방향을 굳혔던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경기도지사 출마로 급히 방향을 선회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신당 창당이라는 변수에 ‘중진 차출론’을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CBS노컷뉴스
 

남 의원은 1998년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 2000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초선 의원이던 당시 법안 발의는 0건이었다. 남 의원은 2001년 외규장각도서 반환에 관한 결의안을 처음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17년 동안 총 51건 법안과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남 의원은 지난 16년 동안 세계유산의 보존 및 정비에 관한 법률안(2004년), 수원화성 역사문화 중심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2008년), 세계문화유산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2009년), 세계유산의 보존 관리 활용에 관한 특별법안(2011년, 2012년) 등 유사, 중복 법안을 수차례 대표 발의했다.

수원 화성은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된 문화재로 남 의원 지역구의 대표적인 관광자원으로 꼽힌다. 남 의원은 수차례 임기를 거듭하면서 제정안인 세계유산 보존 및 정비, 수원화성 역사문화 중심도시 조성 지원특별법 등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모두 남 의원 임기가 끝나면서 더 이상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남 의원은 19대 국회에서도 세계 유산의 보존 관리 활용에 관한 특별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당내 소장파로 분류되는 남 의원의 면모는 법안 발의에서도 특징적이다. 남 의원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동안 정당 출신 정치인이 방송사나 방송통신위원회 임원 등으로 선임되지 못하도록 한 일명 ‘언론계 낙하산 방지법’(방송법, 방송통신위원회법,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들은 18대 국회가 폐회하면서 폐기됐고 남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다시 제출했으나 계류 중이다.

유정복, 공항 주변 지원법 다수…택시사업자·노인대학 등에 국공유지 무상 지원

박근혜 대통령과의 밀담을 공개했다가 야권으로부터 선거법 위반 공세에 검찰 고발까지 당한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은 김포출신 3선 국회의원이다. 지역구 김포를 떠나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유 전 장관은 지난 10년 간 의정 생활 동안 총 55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
ⓒ연합뉴스
 

유 전 장관은 공항 주변 지역 지원법안을 두 건이나 제정, 발의했다. 유 전 장관은 2007년 항공기소음피해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안, 2008년 공항소음방지 및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유 전 장관 지역구가 김포공항이 위치한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구 챙기기 법안으로 분류할 수 있다.

유 전 장관이 발의한 법안 특징은 이해관계자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2007년 발의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개정안은 경우에 따라 개인택시 사업자의 개인택시를 대리 영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또 택시사업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해 주거나(20012년,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안) 2015년까지 택시사업용 부탄에 대한 개별소비세 및 교육세를 면해주도록한 법안(2012년 조세특레제한법 일부개정안), 택시운동 사업자에게 행정적 재정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2012년, 택시운송 사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안)도 유 전 장관이 대표 발의해 국회를 통과했다. 같은 해 유 전 장관이 대표발의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안은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개발제한 구역을 일반 택시운송 사업자의 차고지 및 부대 시설 부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밖에도 유 전 장관은 노인대학(2012년, 평생교육법 일부개정안)과 한국자원봉사협의회(2012년, 자원봉사활동 기본법 일부개정안), 직능단체연합회(2012년, 국유재산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 등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거나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을 다수 발의했다. 유 의원이 19대 국회에 들어 발의한 이 법안은 다수가 전 대에 발의했다가 임기 만료로 폐기된 안이다.

이에 대해 한 국회 보좌진은 “제정법은 발의자가 중점적으로 입법을 추진하기 때문에 임기 내에 통과가 안 되면 다음으로 미룰 수도 있지만 정 의원의 경우는 법안이 회부되는 데 그친 게 대부분이라 통과시킬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좌진은 “국고가 지원되는 특정 집단 지원 사업을 위해 이미 폐기된 법안을 재발의해가면서가지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다분히 개인적인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입법 실적을 위한 찍어내기식 법안 발의나 선거를 염두에 둔 각종 지원 법안 재발의는 지양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른 한 국회 보좌진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으로 내실 없는 법안”이라며 “국회의원으로서 입법 고민이 부족한데 단체장으로서 지역 정책 관리에서도 허점을 드러낼까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남경필 의원실 관계자는 “수원지역 뿐만 아니라 국내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한 지자체가 함께 논의한 결과로 세계문화유산 관련법이 제출된 것”이라며 “법이 처음 만들어지는 만큼 각 지자체와 관련 정부 부처 의견 조율이 힘들었고 18대 말에 거의 조율이 끝나서 이번 19대 국회 내에는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고 발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정복 의원실 한 보좌진은 선거를 염두에 두고 특정 이해관계자를 위한 법안을 낸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솔직히 우리도 유 전 장관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지 몰랐는데, 선거를 염두에 두고 2년 전부터 지역구 관리용 법안을 제출 했다고 할 수 있겠느냐”며 “(선거용이었다면) 오히려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는 게 더 낫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사 법안 중복 제출에 대해 “다만 18대 국회 당시 임기 만료로 사장되기 안타까운 법들만 따로 챙겨서 19대 국회 시작하자마자 몇 건 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기사 추가 보완. 3월9일 오후 3시30분.)

한편 정몽준 의원실 측은 기사가 보도된 후 미디어오늘에 반론문을 보내 "국회의원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는 법안 발의 숫자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국익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 했는가 하는 의정활동 내용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외국 대리인 로비스트법에 대해 정몽준 의원실은 "외국 정부나 기관우로부터 지원을 받는 인사가 마치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것처럼 의견을 개진해 외국 입장을 대변할 경우 해당 정부나 기관과 관계를 공개하도록하는 법"이라며 "이 제도 도입에 대한 논란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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